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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의 복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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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미술의 복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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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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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 미술의 복고풍'을 11월 2일까지 일본실에서 개최한다.

복고풍, 일본 미술 속의 한국을 느끼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아시아관 테마전 “일본 미술의 복고풍”을 지난 5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일본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일본 미술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복고풍復古風’이란 주제로 선보이게 되었다. ‘복고풍’은 아시아의 전통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계속해서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한국인은 일본 미술을 복고풍으로 감상할 때, 한일의 공통된 문화적 기반으로 어디에선가 본 듯한 데자뷰(déjà vu)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고전적 복고풍의 주제들을 5가지의 테마로 소개하였다.

쇼토쿠 태자는 고구려를 그리고, 그의 부인 다치바나 오이라쓰메는 무궁화를 들다!

일본은 20세기 초 유럽의 르네상스와 같이 고대古代 문화를 부흥시키고자 하면서, 고대로 설정한 아스카시대(飛鳥時代; 538-710)와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의 문화를 일본 근대 미술에서 부활시켰다. 한국인은 일본 근대미술에서 아스카시대와 나라시대를 소재로 한 작품을 감상할 때에 데자뷰를 느끼면서, 한국의 고대 문화를 회고하게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요시무라 다다오(吉村忠夫; 1898~1952)는 <쇼토쿠 태자[鵤の聖]>(1936)(도1)이다. 쇼토쿠 태자(聖德太子; 573-621)와 그의 부인인 다치바나 오이라쓰메(多至波奈大女郎)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 한국과 관련된 요소들을 도출할 수 있다. 다치바나 오이라쓰메는 쇼토쿠태자의 명복을 빌며 주문 제작한 천수국만다라수장에 고구려의 제작자가 참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 속에서 다치바나 오이라쓰메는 무궁화를 들고 있으며, 그 의상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티브가 사용되어 있다. 쇼토쿠 태자의 앞에는 그의 스승인 고구려의 승려 혜자(慧慈; ?-623)의 이름이 새겨진 까치꼬리모양의 향로를 그려 넣는 등, 고대사에서 한국과의 관련성을 해석해 낼 수 있다.

조각 작품으로 고토 세이이치(後藤淸一 1893-1984)의 <훈염薰染>(도2)의 감상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훈염은 한국인에게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771)의 공양자상의 비천飛天을 연상시킨다. 공양자가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손잡이가 달린 향로를 들고, 향처럼 수직으로 날리는 천의天衣는 한국과 일본, 고대와 근대의 시공을 뛰어넘어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금속 공예로서 시미즈 난잔(淸水南山 1873-1948)의 <새의 모습을 한 천녀 문양 발迦陵頻伽文鉢>(도3)의 역동적인 문양은 호류지 금당벽화의 비천과 같이 아스카시대의 고전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한국은 김명국의 달마도, 일본은 후가이 에이쿤의 달마도

불교미술은 국경을 초월한 도상이 지속적으로 유포되었다. 일본 선화禪畵의 선구자인 후가이 에쿤(風外慧薰; 1568-1654?)의 달마도(도4)는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조선통신사의 화원으로 일본에 파견된 김명국(金明國1600-?)의 <달마도達磨圖>를 단번에 연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선재동자도 善財童子圖>, <열반도 涅槃圖>, <사수도 四睡圖>와 같은 불교의 전통적인 주제들이 근대에 다시 부활한 작품을 전시하였다.

한국은 안견의 소사팔경도, 일본은 가노 단유의 소상팔경도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동아시아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던 고전적 주제로서 중국의 소상의 경치를 그린 그림이다. 17세기 도쿠가와 막부를 위해 그림을 제작한 가노 단유(狩野探幽; 1602-1674)가 제작한 <소상팔경도>(도5)를 전시한다. 그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에게 11살 때에 그림의 천재적인 재주를 인정받아, 가노파의 거장이 되었다.

가노 단유는 조선에서 전래된 안견화풍과 남송회화에서 유래한 강남산수화풍의 <소상팔경도>를 모두 모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두 가지 계통을 모사한 후에, 소쇄하고 간략한 남송 화풍의 <소상팔경도>를 독립된 작품으로 제작하여, 일본의 정서에 부응한 특징을 보인다.

한국은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일본은 나카바야시 지케이의 매화서옥도

일본 문인화가는 한국 문인화가와 같이 한시漢詩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매우 인기가 있었다. 대표적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으로 <난정곡수도 蘭亭曲水圖>, <매화서옥도 梅花書屋圖>, <도화원도 桃花源圖>를 전시한다. 한국과 일본은 처음에는 한시와 그에 상응하는 중국 회화의 도상을 수용하였다가, 점차 자국의 실경에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한 메타포로서 응용하였다.

일본의 나카바야시 지케이(中林竹溪; 1816-1867)의 <매화서옥도>(도6)는 평화롭게 펼쳐진 강가에 핀 평화로운 풍경이라는 에도시대의 서민계층인 초닌[町人]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것은 조선시대 조희룡의 <매화서옥도>가 차가운 겨울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고고함을 추구한 유교 문화와 구별된다.

한국의 호랑이가 일본 도자기에 등장하다.

일본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일본 미술에서는 호랑이의 모티브가 유행하였다. 호랑이는 아스카시대의 고분벽화에 사신도四神圖로 수용되었다. 벽사僻邪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서쪽을 상징하였다.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29-1573) 이후 호랑이는 수묵화풍의 <용호도龍虎圖>에서 사무라이의 용기를 나타내는 상징물로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호랑이를 볼 수 없었던 일본인은 고양이와 같이 귀엽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호랑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17세기에 가키에몬양식과 구타니양식의 채색 도자기를 소재로서 인기 있는 모티프가 되었다.(도7) 이 호랑이 문양의 도자기는 유럽의 수출용 도자기에도 주요한 모티프로 사용되어, 유럽까지 아시아의 호랑이 도상이 전파되었다.

책 속의 “일본 미술의 복고풍”

『일본미술의 복고풍』(6월 13일 발행)은 일본실 테마전(5.26-11.02)의 길잡이인 동시에 학술정인 정보와 참고 도판을 풍부하게 게재한 도서이다.

일본 미술의 복고풍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국적과 시대를 초월하여 수용되고 전개되는 아시아의 고전적 이미지에 대해 전시품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분석하였다.

일본 문화의 보물창고인 호류지(法隆寺)와 쇼소인(正倉院)의 문화재가 일본 근대 미술에서 준 영향을 시작으로, <사수도>, <달마도>, <열반도>, <소상팔경도>, <호랑이 그림> 등이 소개된다. 이 책과 함께 전시를 보면서 동아시아에 공유된 이미지를 감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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