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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식코인가? 건보공단이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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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식코인가? 건보공단이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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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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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코의 영화 포스터.

영화 ‘Sicko’ - ‘돈벌이 최고’ 美 의료제도에 들이댄 카메라
우리 사교육 보다 더 심각한 미국 보건의료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공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인 5.2% 보다 낮은 4.6%인데, 사교육비는 OECD 평균의 4배인 2.9%에 달해 총교육비는 7.5%로 세계 1위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교육비를 쓰면서 그만큼 수준 높은 교육 효과를 보고 있을까?
한국이 사교육에서 하고 있는 ‘바보짓’을 미국은 보건의료에서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가 OECD 평균 9.0%인데 미국은 훨씬 많은 15.3%를 쏟아 붓고도 건강, 진료수준은 국민의료비를 6.0% 지출하는 우리나라(5등) 보다 한참 뒤처진다(23등).
선진 의료기술과 첨단 의료장비를 자랑하는 미국인데, 통계가 잘못된 걸까?

마트에서 간단한 수술도구를 파는 나라

마이클무어 감독의 2007년 작 ‘식코(Sicko)’는 미국 의료체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만한 영화다. 미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보험사들이 의료보험을 관리하는 나라다.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4,800만 명은 어느 의료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1인당 월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다. 병에 걸려 있다고, 전에 병치레 한 적 있다고, 비만이라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보험가입신청을 거절당한다.

어느 의료보험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사정은 참담하다. 일하다 잘린 손가락 두 개를 붙이려 병원에 갔더니 중지는 6만 달러, 약지는 1만2천 달러를 내란다.

100% 본인이 내야 하는 그는 결국 천만원 넘게 주고 약지 하나만 봉합하고 중지는 공원에 묻었다. 마트에선 상처를 직접 봉합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수술도구를 판매하고 있다.

한 여인은 아픈 아이를 데리고 국경을 넘어 의료보장이 잘 된 캐나다로 가서 현지인 가족인 척 치료를 받는다. 한편에선 미국 대도시 멀쩡한 병원이 치료비를 지불할 수 없는 환자들을 사회안전망 병원 근처에 슬쩍 버려두고 간다.


보험사 이윤 위해 작동하는 시스템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치료 받고 제출한 지급청구서를 보험회사는 각종 이유로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치료가 아닌 과잉치료다’, ‘보험 가입할 때 특정 사항을 기재 안했다’, ‘예전에는 보험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안 된다’ 등등.

지급 승인을 많이 거부해서 보험회사의 이윤을 늘려줄수록 관련 전문가들은 회사에서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다. 반면 지급을 거부당한 환자는 스스로 보험적용이 정당함을 증명해야 한다. 이들은 보험회사와의 긴 소송 도중 파산하거나 종종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 사망한다.

두 눈 똑바로 뜨고 건강해지자

영화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말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국민들이 더 똑똑하고 건강해져서 자기 권리를 적극 주장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국민들을 겁에 질리게 하고 한편 향락에 빠져들게 해서 사회를 바꿀 생각 못하게 한다고…….

대한의사협회가 미국을 따라 병의원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영의료보험을 확대하자 한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병의원들 약육강식 상황을 불러 고가의료장비의 무분별한 도입과 과잉진료로 인해 의료비는 폭증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보건의료제도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영리의료기관과 재벌보험사의 이윤창출을 위한 무대가 될 것이다. 미국처럼.

‘식코(Sicko)’는 저예산 영화를 소개해온 모 영화사를 통해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지방의 독립영화 상영관을 통해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회의원회관 상영, 영화감독 초청 등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자고 여기 저기 들썩댄다. 봄이 기다려진다.

▣ 참고자료 Ⅰ
영화 「식코」와 「존 큐」를 통해서 본
미국의 민간의료보험 제도
영화‘식코’와 ‘존 큐’의 내용
영화 ‘식코(Sicko,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는 미국의 의료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정부와 결탁하여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보험사들의 횡포, 그리고 그러한 횡포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의 사례를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실태를 고발함

○ 영화 ‘식코’는 민간의료보험료로 한 가구당 월 50~100만원을 내면서도 의료보장은 우리나라보다 못한 사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불(2005년 GDP의 15.3%, 한국은 6%)하면서도 약 5,000만명의 국민이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 개인 파산의 절반이 엄청난 의료비 지출 때문인 사회 등 미국의 의료제도가 미국민에게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줌.

○ 비록 비싼 민간보험료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무보험자 5,000만명이 보험가입자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영화 ‘식코’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2억5천만명의 국민마저도 민간의료보험사의 이윤추구로 말미암아 제대로 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해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임. 감독이 들춰내고자 하는 문제는 일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들과 그 제도를 지지하는 또 다른 잠정적 피해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임을 강조

○ 마이클 무어 감독은 그 해답을 다른 나라의 의료보험제도를 소개하며 찾아보려 함. 모든 국민이 무료로 병원 치료를 받는 캐나다, 영국을 비롯하여 사회주의국가인 쿠바마저도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제도보다 훨씬 더 낳은 공공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확인해주고 있음

영화 ‘존 큐(John Q, 2002년)’○ 영화 ‘존 큐‘는 자신의 민간의료보험으로는 아들의 심장이식수술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아버지가 주인공임. 병원은 죽어가는 아들을 보고도 수술비만 따지고 오히려 당장이라도 퇴원하라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것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버린 미국의 정책이나, 민간의료보험제도, 병원 등 그 어디에도 환자가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줌

○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지도, 의사가 진료여부를 선택하지도 못하고 보험회사가 선택한 의료기관에서 보험회사가 허락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미국은 환자가 아무 병원에서 환자가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음), 이는 환자의 재정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임.

 진료를 받고 싶어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미국 의료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줌.

‘식코’와 ‘존 큐’이해를 위한 외국의 건강보험제도 소개

구분사회보험방식국가보건서비스방식민간보험방식대표국가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대만 등영국, 캐나다, 스웨덴, 이태리 등미국(유일)보험자공공기관정부민간보험사보험자 형태비영리비영리대부분 영리보험사가입방식전국민 강제가입(독일: 일부 고소득층 제외)전국민 강제가입임의가입의료기관이용(접근성)거의 대부분 의료기관거의 대부분 의료기관민간보험회사와 계약한 일부 의료기관재원사회보험료(일부 조세지원)조세민간보험료GDP 대비 국민의료비(%)독일(10.7), 프랑스(11.1), 한국(6), 일본(8)영국(8.3), 캐나다(9.8), 스웨덴(9.1), 이태리(8.9)미국(15.3)국민의료비중 공공지출비율독일(76.9), 프랑스(79.8), 한국(53), 일본(81.7)영국(87.1), 캐나다(70.3), 스웨덴(84.6), 이태리(76.6)미국(45.1)1인당의료비(US$)독일(3,287), 프랑스(3,374), 한국(1,318), 일본(2,358)영국(2,724), 캐나다(3,326), 스웨덴(2,918), 이태리(2,532)미국(6,401)기대수명
(세)독일(79), 프랑스(80.3), 한국(78.5), 일본(82.1)영국(79), 캐나다(80.2), 스웨덴(80.6), 이태리(80.4)미국(77.8)출생 1,000명당 영아사망율(명)독일(4.2), 프랑스(4.1), 한국(5.3), 일본(3)영국(5.2), 캐나다(5.4), 스웨덴(3.3), 이태리(4.3)미국(7)장점·국가의 조세부담 최소화
·전국민에게 균등한 의료보장·의료비 증가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강함
·전국민에게 균등한 의료보장·연구와 임상이 풍부단점·저부담-고급여 요구로 재정균형에 어려움·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음·이윤을 공제한 고부담-저급여로 보장수준이 낮음
·보험상품별 차등화된 의료보장
·무보험자 발생(미국은 약16%)
※ 통계자료출처: OECD HEALTH DATA, October 2007

미국의 무보험자 수 및 비율(1987년부터 2006년)
◯ 미국의 무보험자수는 1987년 약 3,100만명수준에서 2006년 4,700만명으로 증가하고, 무보험자 비율은 약13%수준에서 2006년 15.8%로 증가

▣ 참고자료Ⅱ

마이클 무어 새 다큐 ‘식코’ 
      
보험 들어도 불안한 2억5천만 명이 주인공
목숨 담보로 돈벌어? 민간의보 겨눈 ‘전투명령’
마이클 무어는 이번에도 미국 사회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식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통쾌하다.

새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타깃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정확히 말하면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이다.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유일한 산업화 국가다.

보험에 아예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5천만 명이나 된다. 실제 상황은 이들이 훨씬 열악할 테지만, 영화의 관심은 여기에 있지 않다. 보험에 가입했는데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2억5천만 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마이클 무어는 민간의료보험제도의 허점을 파고든다.

카메라가 비추는 미국 사회는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를 생략한 후기자본주의의 추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 몸에 값을 매기는, 초일류 강대국 미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어처구니없는 피해자들의 사례를 늘어놓고 난 뒤 마이클 무어는 묻는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여느 때처럼 이웃나라들을 찾아 나선다.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전보다 훨씬 묵직하다. <식코>의 촬영기간은 130일로, <화씨 9/11>의 38일보다 3배 이상 길었다. 환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 오히려 차비를 받아가는 영국국립병원에서 의아해하는 그에게 사람들은 “여긴 미국이 아니에요”라며 웃는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실패한 의료사회화”의 사례로 내세우는 캐나다인들은 되레 미국에 가는 일을 두려워한다. 의료보험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과장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의료복지에 관한한 미국은 후진국이다. 미국의 영아사망률은 쿠바보다 높고, 평균수명은 더 짧다.

마이클 무어가 제시하는 해법은 간단하다.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박탈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민간의료보험회사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방서나 도서관, 경찰서처럼 의료를 사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에는 이윤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무어는 “누군가 교육제도는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화성인 취급을 당할 것”이라며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화가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무어 자신도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 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부시가 형편없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영화를 지금 만드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영화를 만든 이유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에서 환자들과 함께 실제 행동에 나선다.

미국의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은 “이것은 지독하게 효과적인 전투 명령”이라고 했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절박한 국가문제에 대한 매혹적인 탐사이고 강력한 고발”이라고 평했다.

아픈 사람이 생기면 가정이 풍비 박살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교육조차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보험업계 로비스트들과 의회-정부의 먹이사슬을 보여주는 마이클 무어의 재치 있는 편집을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이유다.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보아야 할 사람은, 미국처럼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한국의 시장만능주의자들일 것이다.

▣ 참고자료 Ⅲ

이것이 미국의 '진짜' 모습이다."  

 [함께 봐요! '식코'1 ] 
스윙댄스를 추는 동호회에서 한 줄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신들이 증오하는 그들보다 더 재미있고 더 유쾌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그래, 유쾌하게 행복하게 보란 듯이 살아버리는 것. 증오가 행복으로 바뀌는 얼마나 명쾌한 대답인가. 우리 동호회 회원은 대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고 비정규직이며 가난한 문화예술인이 많다.

 하지만 어디든 록큰롤 음악이 있으면 스윙스텝을 밟으며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데 하루는 한 친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발가락 골절로 얼마간 춤을 추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어떻게 새끼발가락이 부러졌는지 우스갯소리가 오가는 댓글 사이로 잠시 손가락 절단으로 병원을 찾은 한 미국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미국인은 전기톱에 나무를 자르다가 중지와 약지 끝마디가 잘려나간 중산층 남자였다. 보험 보장 범위를 넘어선 그가 약지를 붙이려면 1200만 원, 중지는 60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약지 하나만 붙이기로 했다. 그의 중지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민간 의료 보험으로 유지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다.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은 발가락 골절 스윙댄서 친구는 아마 별 탈 없이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현실은 그만큼 구체적으로 달랐다.

잠시 국민건강보험 얘기를 해볼까.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이 감기약이나 싸게 해주는, 하지만 암이나 백혈병 같은 중대질환에 걸렸을 때는 여지없이 수천만 원의 치료비에 허덕이게 하는 무늬만 사회보험이라고 지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몇 해 전 시민·사회단체들이 '암부터 무상의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싸우기도 했고, 중대질환의 보장성이 넓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감기약이나 싸게 준다지만, 그것도 만만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꼭 병원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감기처럼 심한 몸살을 동반하거나 노령이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는 감기도 예사로 볼 수는 없다. 만병의 시작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만일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지독한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을 때 우리는 큰 낭패를 경험할 수 있다.

실제 '연세대 외국인 클리닉'의 경우, 현재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외국인은 국민건강보험 진료비의 4배를 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국민건강보험 환자는 병원과 약국에 각각 본인 부담금 30%를 내면 되는데, 감기의 경우 약 5000원 정도이다. 연세대 외국인 클리닉의 경우, 약 13배(5000원×3.3×4), 즉 7만 원 정도가 소요되게 된다.

 몇 번 더 치료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치과 진료 못지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모두 돈 벌기에 혈안이 되어 천박한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는 우울한 이야기를 전부 믿지는 않는다. '88만 원 세대'에게 짐짓 허세나 부리던 기억도 없지 않지만, 유쾌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청년들과 놀다보면 행복해지는 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유쾌한 인생에도 조건이 있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권리, 돈이 없어도 배울 수 있는 권리. 이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 '유쾌 행복'의 조건인 것이다.

의료 산업화 전략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비록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를 슬그머니 뒤에 숨겨두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곧 민간 의료 보험 전면화와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를 들고 미국식 의료 제도를 도입하려 할 것이다.

지금, 친구와 손을 잡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러가자. 그리고 우리의 건강을 팔아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한줌의 관료와 자본가를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자. 

▣ 참고자료 Ⅳ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보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보장을 못 받는 국민이 14%에 이르며, 개인 파산 중 50%가 의료비용 때문에 발생하는 나라. 바로 초강대국 미국의 이야기이다.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산업화된 국가이며, 국민 대다수는 민영보험에 의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화씨 9/11'로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 강행의 기만성에 통렬한 일격을 가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번에는 미국 의료제도의 불합리성과 정면대결을 펼친다.

 '식코'(sicko)가 미국 의료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내린 '진단과 처방'은 간결하고 선명하다. 그 모든 문제는 '이윤 극대화'를 지상목표로 하는 민간 의료보험회사들의 탐욕에서 비롯되며,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실시만이 그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

 이 간단명료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영화는 다소 먼 길을 돌아간다. 영화는 먼저 미국의 보험제도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상세히 보여준다.

 보험에 들지 못해 스스로 상처를 꿰매고 있는 환자, 너무 말랐거나 너무 뚱뚱해서 보험가입을 거부당한 소년과 소녀, 보험에 가입했으나 여러 가지 구실로 보험급여 지불을 거부 받은 수많은 환자들, 그리고 그 구실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냄으로써 보험회사로부터 대가를 받았던 많은 사람들의 양심고백.

 '식코'는 이 기막힌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미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유포하고 있는 '붉은 악몽'(레드 콤플렉스)에서 찾는다.

클린턴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의료개혁은, 의사협회를 비롯한 이익집단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의 도입을 '관료적이고 사회주의적인 계획'으로 몰아붙이는 보수 정객들의 선동 때문에 좌절했다.

영화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공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전 국민이 거의 무상으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탐방하여,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물론 빈국인 쿠바에서까지 국민들이 미국보다 훨씬 낳은 의료혜택을 받고 있으며 훨씬 높은 건강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코'의 그 긴 여정은, 때론 미국인들을 '분노'하게 하고, 때론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것이다. 미국인들이 의료제도를 개선에 나설 것을 설득하는 마이클 무어의 영화적 수사법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치밀해 보인다.
   

▣ 참고자료 Ⅴ
 "앞으로 손가락 2개 붙이는 데 6840만 원 든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 국내 개봉…건강보험 무력화 움직임에 '제동'

김철수(가명) 씨는 집에서 나무를 자르다 손가락 두 개를 전기톱에 잃어야 했다. 아픈 손을 잡고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그는 더 절망했다. 두 손가락을 붙이는 데 무려 6840만 원을 내야 했던 것.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김 씨는 이 돈을 감당할 능력이 없어 한 손가락을 버리게 됐다.    

상상 속 소설 얘기가 아니다. <화씨 911>로 국내에 잘 알려진 영화 감독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 병자나 환자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 속에 등장하는 한 남자의 얘기다.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릭이다. 병원은 릭에게 중지 접합 6만 달러, 약지 접합 1만2000달러를 제시했다. 결국, 릭은 중지를 포기하고 약지만 붙이기로 했다.
    미국 이야기? No! 조만간 우리에게도…  

▲ 영화 <식코>의 포스터. 

이 일은 미국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아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당선인이 이를 강력히 밀어붙일 경우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전 국민이 어느 병원에서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일부 병원에서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 가능성이 커지는 것.   

 민간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 비싼 보험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빈곤층은 미국의 릭과 같은 이중의 절망을 경험해야 한다. 무어는 영화를 통해 릭처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 전체 인구의 20%, 4800만 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영화는 릭의 경우 외에도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보험회사의 사전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앰블런스 비용을 자비로 부담한 사례, 양쪽 귀의 달팽이관 이식 수술이 필요한 소녀가 보험회사의 반대로 한쪽 귀만 수술한 사례,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된 사례 등을 통해 민간의료보험 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공노조, '영화 관람 운동'과 함께 마이클 무어 방한 추진     이런 상황에서 공공노조가 오는 3월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의 국내 개봉을 추진한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를 강화하기는커녕 흔들려는 새 정부를 비롯한 일부 세력의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공공노조는 현재 독립영화 배급사와 함께 <식코>를 최소 전국 30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공공부문 민영화 폐해 알리기 범국민 캠페인'의 일환이다.   

 공공노조 외에도 민주노동당, 공공운수연맹,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의료연대회의 등은 영화가 개봉되면 "소속 회원 및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영화 단체 관람 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에 앞서 공공노조는 민주노동당과 함께 국회 내 시사회를 벌일 예정이며 개봉 시점에 맞춰 마이클 무어 감독의 방한도 추진하고 있다. 공공노조 관계자는 "영화사와 공동으로 초청 작업을 진행 중이며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개봉되면 대운하 공약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이명박 당선인의 의료체계 민영화 움직임에 대한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시작된 '건강보험 폐지 검토 반대' 청원운동은 6일까지 2만 명이 참가했다.   

 공공노조가 범국민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봉하는 영화 <식코>가 새 정부의 의료체계 변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참고자료Ⅵ
"왜 우리는 '미국'으로 가려 하는가"  '지옥 같은' 미국 현실 까발린 영화 <식코>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어느 날 밤 갑자기 40도까지 오르는 고열에 신음하고 있다. 아이 어머니인 당신의 선택은?    물어볼 가치도 없는 질문이다. 당연히 "가까운 병원으로 빨리 아이를 데리고 간다"가 답이다. 그런데 그 병원 응급실에서 아이가 어느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부터 살피고 있다면?    

역시 누구나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 기막힌 것은 딸이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그 병원에서는 치료를 '승인'할 수 없으니 우리 보험회사와 연계된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통보가 날아온다면?    의사를 붙잡고 아무리 울며불며 매달려 봤자 소용없다.

 결국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보험회사의 지시대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 몇 시간 동안 아이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대한민국 미래'이 될지 모르는 '미국의 현실'  

▲ 오는 4월 3일 전국 30여 개 극장에서 국내 개봉?앞두고 있는 <식코>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 병자나 환자를 뜻하는 미국의 속어)> 속에 나오는 얘기다.

오는 4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식코>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개봉 전부터 이미 인터넷을 중심으로 그 끔찍한 내용이 화제가 된 듯이, 2시간 동안 스크린을 통해 묘사된 미국의 의료 체계는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런데 그 끔찍한 영화 속 이야기가 과연 남의 나라 일일까?

<식코>의 국내개봉을 추진하고 '함께봐요 식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의료 시장화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식코>는 한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 기사 : "앞으로 손가락 2개 붙이는데 6840만 원 든다?")   

 이명박 정부가 민간 의료 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을 통해 의료제도를 '실용적(?)'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가 폐지되면, 건강보험증이 있어도 못 가는 병원이 생기고 당장 내 딸에게도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나의 일'이 될지 모르는 '끔찍한 미국 의료 제도'의 실상은 과연 어떨까?  

  돈 없으면 당연히, 돈 있어도 보험 가입 못하는 나라    민간 의료 보험 제도 아래서 돈 없는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의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5000만 명(전체 인구의 20%)에 달한다. 당연히 이들은 '아파 죽을 지경'이 돼도 혼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아담도 마찬가지다. 사고로 부상을 당한 아담은 혼자서 자신의 다리를 바늘로 꿰메고 있다. 무어는 "이들은 안 아프게 해달라고 비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니 당연히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 보험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죄명'이다.  

  '돈이 없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에서는 돈이 있어도 보험 회사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183cm에 59kg은 저체중이라서, 155cm에 79kg은 너무 많아서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다. 아플 때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인데, 조금이라도 '아팠던' 경험이 있으면 모두 거절이다.    영화는 보험 판매원으로 일했던 베키 말키의 얘기를 들려준다.

 "가입 부적격 질환 목록이요? 무지하게 길어요. 이 집을 다 둘러쌀 정도죠."    의료보험 있더라도 치료법과 약은 보험사가 결정한다    의료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내가 받을 수 있는 치료 방법이나 약물의 선택권은 보험사에게 있다. 의사도 환자 본인도 아니다. 보험회사는 대개 환자의 건강이 아니라 이윤을 염두에 두고 치료법과 약물을 선택한다.   

 한 미국 보험회사에서 심의위원으로 일했던 린다 피노는 "(그들은) 그것을 '치료 거부'가 아니라 '지급 거부'라고 부른다"고 털어놓았다.    피노는 "나는 내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수술을 거절했다"라고 고백했다. 물론 그 환자는 결국 죽었다. 꼭 필요한 수술을 "필요 없다"고 한 대가로 피노 씨는 주급 몇 백 달러에서 수 십 만 달러를 받는 유능한 심의위원이 됐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민간 의료 보험 활성화'의 결말이다.  

  더욱이 보험회사는 어떻게든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자 애쓸 것이 분명하다. 이날 시사회에 앞서 '식코 보기 공동 캠페인' 참가 단체들이 가진 기자 회견에서 건강연대 강창구 운영위원장은 "민간보험회사는 가입 단계에서는 갖은 감언이설로 유혹하지만 지급 단계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급을 안 하려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비를 낼 돈이 없는 환자를 택시 태워 내다 버리기도 한다. 현대판 '고려장'이 병원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영화는 "심지어 정맥 주사를 꽂은 채로 버려지는 환자도 있다"고 증언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환영받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허용'이 가져 올 우리의 미래다.    왜 '캐나다·프랑스·영국' 대신 '미국'인가?    

모든 나라가 다 그런 것일까? 아니다.    22세에 자궁경부암에 걸린 싱글맘. 그녀는 미국 보험 회사에서 "자궁경부암에 걸리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며 치료를 거부당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캐나다로 불법적으로 '밀입국'해 캐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캐나다가 이상한 것일까? 무어의 발길은 영국, 프랑스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무어는 "병원비는 얼마인가요? 돈이 없어 쫓겨난 경험은 없나요?"라고 묻는 자신이 '광대'가 된 느낌을 받는다.

"치료비? 공짜"라는 답 때문이다.    영국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긴급하게 실려 온 환자의 치료비를 묻는 무어에게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그런 질문은 처음 들어본다"며 기막히다는 듯이 웃기도 했다. 심지어 이 병원은 병원비를 수납하는 원무과마저 아예 없다.    

감독은 <식코> 관객의 대다수가 되리라 생각했을 미국인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돼서 그렇게 못하는 것일까?"    

동시에,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잘 못 돼서 저렇게 되려하는 것일까? 이명박은 왜 캐나다·프랑스·영국대신 오직 미국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식코>를 관람할 것을 권하고 싶다. 
    
▣ 참고자료 Ⅶ

"찢어진 손가락, 직접 꿰매야 한다면?" [함께 봐요! '식코' 〕  

  영화 예매 목록을 보았다. 에스에프, 액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속에서 <식코>를 발견했다. "가장 잘 산다는 나라의 돈 뜯고 또 돈 먹기! 돈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을 고발한다!" 미국의 의료 제도에 대한 비판 영화란다. 이걸 내가 꼭 봐야할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매주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영화들은 잠시 제쳐두고 이번 주는 꼭 이걸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친구들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가서 꼭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늦기 전에 적어도 4월 9일 투표하러 가기 전에 꼭 보고 투표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국가의 운영하는 전 국민 의료 보험 체계가 없는 미국에서는 노인이나 일부 극빈자들이 국립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뿐 5000만 명은 의료보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민간 의료 보험에 가입한 상태이다. 보험이 없는 '백수'인 애덤은 찢어진 자기 무릎을 자기 손으로 꿰맨다. 더는 빚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
  전직 잡지편집장이었던 도나와 기계공인 남편 래리 부부는 암과 심장병에 걸려 평생 걸려 모은 집을 팔고서도 그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결국 딸의 집 창고에 얹혀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민간 의료 보험 회사에서 갖은 이유로 생명이 관계된 질병의 치료비 지불을 거부하며 결국 수십만 달러의 치료비를 지불하지 못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면 어느덧 우리는 미국 국민들을 동정하며 우리나라는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영국과 프랑스의 상황을 보면 우리는 또 오래된 서구 사회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히게 된다. 전 국민 의료 보험 체계에서도 무상의료를 기본 틀로 가지고 있는 국가의 의료 상황은 우리와 또 다르기 때문이다.

돈을 거의 하나도 들이지 않고 치료를 받으며 왜 치료에 있어 돈을 걱정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이클 무어가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분을 똑같이 느끼며 말이다.   

 우리의 의료제도의 현실은 딱 둘 사이의 중간쯤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공적 의료 보험 체계가 책임지는 실질적 보장 비율이 딱 50%정도 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럼 우리는 아직 희망이 있는 걸까? 중간이니 어느 쪽으로든 바꿀 여지는 남아 있으니까?    

이 영화는 어쩌면 암울할 우리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는 닉슨 정부가 의료 자본의 로비를 통해 현재의 미국식 민간 의료 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그 제도를 유지하고자 민간 의료 보험 회사들이 정치를 어떻게 주무르는지 정치권에 쏟아 부은 엄청난 로비 자금을 보여준다.

그나마 미국 정치가 기부금 제도가 겉으로는 투명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그 액수가 일부나마 추산 가능한 것이다.  

  이미 민간 의료 보험 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한 우리나라에서 무상의료 제도가 도입된다면 10조 원의 시장을 잃어버리게 될 장사꾼들은 어떻게 할까? 당신이 직장을 잃어버리게 생겨서 로비를 통해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연봉에 얼마까지 로비에 쓸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이 몇 년에 한번 씩 가뭄에 콩 나듯이 이슈화 되었다가 결국 흐지부지 실종되고 마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에서 왜 다수를 위한 정책보다 소수 자본을 위한 정책이 통과 되는 것일까? 자본가들에게 돈을 가진 만큼 투표권을 주는 것도 아닌데? 영화에서 어느 똑똑한 프랑스인이 그 답을 제시한다. 정치가가 국민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에 대해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가와 국민이 절망하고 싫증이 나서 정치에 눈을 돌리게 하는 정치가.    많은 국민을 두려워하며 만인을 위한 정책을 펴기 보다는 더 많은 자금을 들여 보수 일간지 기자들을 접대하며 더 그럴싸한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하는데 쏟아 부을 돈을 쥐어줄 기업인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더 쉽지 않겠는가?

아니 절대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1992년에 히트한 노래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라는 환경 콘서트 노래였는데 거기 이런 가사가 있다. 

   "그 누구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   

 첨단 의료 산업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건강보험 민영화를 이야기 하는 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놓을 때 그 언제가 아이들이 자라기 전에 우리 몸 누일 자리도 없이 잘려진 우리의 손가락을 스스로 꿰매고 싶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 말한 대로 4월 9일 이전에 <식코>를 꼭 보시고 더 늦기 전에 이젠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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