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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그린 자궁 속 280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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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그린 자궁 속 280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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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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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조민자 전시회 ‘피로 그린 자궁 속 280일의 일기’.
따스한 봄을 맞이하는 봄꽃들과 함께 한편의 감동이 살아있는 드라마 같은 전시회가 시민들 곁으로 찾아온다.

4월 23일 오후 5시부터 4월 29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조민자의 전시회는 올해로 10회를 맞이한다. 이번 개인 전시는 지난 2007년 EBS 다큐에서 진행했던 피로 그린 자궁 속 280일의 일기 외에 다수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여서 세간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화가 조민자의 작품은 여느 화가들과 다르다. 화가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 방황,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면서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에 해답이 담겨있다. 자신의 잉태기 280일을 퍼즐을 맞추듯 기억을 엮어 280장의 작품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어린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인물들을 끄집어내어 조각 천으로 꿰매고 붙이며 그 기억들을 나는 맞춘다'

유년시절 인형을 만들고 천과 바느질을 해서 이런 저런 사물들을 만들고 놀던 추억과 자신과 부모와의 관계를 암시한다. 촘촘히 천들을 겹치고 누비고 바느질을 하면서 형상을 만들거나 광목천의 질감과 부피를 통해 배경을 이루어 나가면서 추억을 기술(記述)한다. 백색의 바탕에 부분적으로 개입된 붉은색 천은 추억과 빛, 피와 상처를 은유화하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천을 이용한 이 부조적 작업은 입체적이기도 하며 천이 지닌 물성의 맛을 가시화하는 선에서 기능한다. 천을 이용한 그림이자 천 자체의 질감과 색상이 자기 충족적으로 맞물려있는 작업인 셈이다. 그것은 여성적인 수공예의 맛을 흠뻑 드리우면서 바늘땀이 선이 되고 문자가 되고 형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추적하게 한다. (평론가 박영택)

조민자 화가는 “바느질은 쓰기이자 그리기이고 천을 집적시키는 일은 지난 시간의 부재를 부피화 하는 일이다. 내가 붓 대신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느리게 바느질 하는 동안 생각을 하게 되므로 그림 안에 많은 생각을 함축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화가 자신은 지난 상처를 꿰매고 치유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전시회에서 처음엔 섬뜩하게 느끼던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따스한 마음으로 바뀌는 걸 볼 수 있었다. ‘피로 그린 자궁 속 280일의 일기’가 지금껏 잘못된 상업적 오도로 섬뜩함만을 불러 일으켰던 피의 이미지를 아주 다른 가치의 본질로 표현해낼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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