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숲속을 거닐면 처량하다. 그것도 남자 혼자 걷고 있으면 청승 맞다.
사람들은 그런 남자를 보면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틀림없이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은 얼마든지 있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때로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때 홀로 산을 걷고 있으면 마치 세상이 모두 내것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사람은 때로 혼자 있어야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녀 모두 이 가을날 손에 손을 잡고 거닐면 보기에 좋을 것이다. 사랑 만큼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없다.
불륜이라도 좋다. 혼자 보다는 둘이 좋다는 것을 하산하면서 뼈져리게 느꼈다. 가을 산의 정취에 마음이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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