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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전문성 인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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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전문성 인정, 아쉽다
  • 의약뉴스 박현봉 기자
  • 승인 2007.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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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노정실 유방암센터장
▲ 노정실 센터장은 환자를 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세분화된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진료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노정실 유방암센터장은 최근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형에 따라 호르몬 치료제인 타목시펜의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연구해 발표했다.

그는 원래 병리학을 9년 동안 연구한 병리학자였다. 병리학을 9년째 하던 해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싶어 종양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임상을 하면서 환자를 대하는 일도 하고 싶었다.

“임상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는 노센터장은 “병리학을 할 때 조용하기만 하던 성격이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활기차게 변했다”고 말했다. 환자와의 대화가 그에게 생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던 그가 국내로 다시 들어온 것은 2001년이었다. 당시 그의 부군은 그보다 조금 앞서 아산병원에서 병리학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개원한지 얼마 안 된 국립암센터는 우수한 인력을 구하는 데 애쓰고 있었다. 유방암에 집중하고 싶었던 노센터장과 국립암센터가 요구가 맞아 그 해 1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센터장은 유방암 재발 방지에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제인 타목시펜이 아시아인들에게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임형석박사, 이은숙박사와 함께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그 결과가 빨리 나오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타목시펜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소인 CYP2D6의 차이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많이 존재하는 CYP2D6*10/*10형이 타목시펜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이제 연구의 시작”이라는 노센터장은 “전이성 환자가 아닌 유방암환자를 관찰하고 연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폐경기전 유방암 환자가 많은 국내 특성 때문에 아직도 많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타목시펜에 대한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 최종 결과는 내년 중반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타목시펜이 별다른 효과를 가지지 못하는 유전형의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폐경을 유도해서라도 다른 호르몬 제제를 투여해야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노센터장은 서양에서는 주로 폐경이후에 유방암이 많이 발생해 호르몬 치료제도 타목시펜을 대체하는 AI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는 환자를 위한 진료와 우수한 협진시스템, 체계화된 DB 구축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노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방암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노정실 센터장에게 국내의 의료현실이 답답한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환자를 위해 시행한 치료에 대해 삭감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립암센터는 유방암환자들의 유방을 보존하기 위해 종양을 작게 만들어 수술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심평원에서는 이러한 고려가 무시되고 큰 종양을 수술로 먼저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유방암 전문가의 세분화된 전문성이 인정되지 않는 의료풍토와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노센터장은 이를 ‘진료권의 침해’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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