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스토리나 짜임새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는 뒷순위로 밀릴 만하다. 갱 영화가 그렇듯이 서로 작당 모의해서 은행을 털고 한두 번 성공해서 희희낙락하는 게 고작이다.
주인공의 심오한 고뇌나 단원들의 치열한 머리싸움 같은 건 없다. 시나리오가 퍽 단순하다는 말씀.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 주인공인 베이비( 안셀 엘고트)가 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데 일이 벌어지기 직전이나 벌어지는 중이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노래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별 시시껄렁한 드라이버도 다 있다고 흉보겠지만 그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그 많은 드라이버 가운데 단연 발군의 운전 실력을 과시한다. (차량의 종류는 상관없다. 따돌리는데 고가의 스포츠카는 등장하지 않는다. 후일담에 따르면 감독은 미국에서 도난이 많은 차량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운전대를 잡으면 경찰의 사이렌이나 헬기 정도는 우습다. 말수가 적고 음악이나 듣는 주제에 턴 돈은 공평하게 나누니 다른 험악한 자들이 보기에 이는 공평하기 않다.
하지만 우리의 보스 겸 박사 (케빈 스페이시)의 생각은 다르다. 작당모의를 총지휘하는 그는 베이비가 없으면 작전 성공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늘 그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점 하나. 베이비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이도 어리고 하는 짓도 유치해 보이는 그가 어떻게 범죄의 소굴에 빠져들었냐 하는 것이다.
짜임새가 엉성하다고 해서 그런 내막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베이비는 보스에게 빚을 지고 있다. 하고 싶지 않지만 빚을 갚아야 해 어쩔 수 없이 범죄 현장에 가담하고 있는 것.
관객들의 동정심은 이런데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어폰을 끼고 사는 이유 역시 소싯적 사고로 귀에 이상이 생겼고 이명을 해결하기 위해 음악을 들어야 하니 주인공은 일단 우리 편이라는 안도감을 가진다.
자, 주인공 베이비는 이런 사람이다. 나이가 어리고 장애가 있고 빚까지 졌다. 더구나 부모는 어디 갔는지 알 길이 없고 대신 자신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흑인 양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세상에나 천사도 이런 천사가 없다. 그러니 그에게는 예쁜 여자 친구가 아니 생길 수 없다. 그녀 이름은 무려 데보라( 릴리 제임스)다.
음식점 알바생으로 만나 첫눈에 반했다. 둘은 죽이 척척 맞는다. 음악도 통한다. 눈치챘겠지만 이제 베이비에게 남은 것은 악의 소굴에서 탈출뿐이다.
그러나 보스는 빚을 청산했음에도 베이비를 놔줄 생각이 없다. 그가 없으면 탈출은 불가능하기 때문. 과연 베이비와 데보라는 사랑의 도피에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국가: 영국, 미국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안셀 엘코트, 릴리 제임스
평점:
팁: 영화에 음악이 빠질 수 없으나 이 영화에는 무려 30여 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선곡이야 감독이 마음대로 자기 좋은 것으로 골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비걸지 말고 들으면 좋은 곡들이 수두룩하니 따라 들어보자.
주인공 이름과 노래 제목이 같은 칼라 토머스의 '베이비'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데보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불렀던 노래로 베이비는 이후 직접 LP판을 구입하는 성의를 보인다.
범죄자가 듣는 노래치고는 제법 운치가 있고 가슴에 긴 여운이 남는다. 내 마음이 무거울 때 베이비 어쩌고 저쩌고 흥얼거리면 좀 기분이 업되겠다.
추격할 때나 추격을 당할 때 존 스펜서 블루스의 '벨보텀스'를 들으면 그야말로 제대로 한 번 붙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그런가 하면 라이오넬 리치가 부른 '이이지'( 이참에 그의 최고의 히트곡 '쓰리 타임스 어 레이디'는 덤으로 듣자.)는 속된 말로 죽여준다.
베이비와 데보라가 빨래방에서 같이 듣는 데보라는 범죄와 음악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 노래도 있다. 이처럼 잘 만든 한편의 뮤직 비디오를 두 시간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베이비 드라이버>의 최대 매력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