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응급실 뺑뺑이 등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앞으로 10~20년 후를 내다보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해결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정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사용하는 것이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최근 KMA TV ‘뉴스 브리핑’에 출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이 회장은 속칭 ‘응급실 뺑뺑이’로 알려진 응급의료체계의 문제가 의대 정원 증원의 핵심 논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의대 정원과 응급실 뺑뺑이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원인제공을 한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 어떤 나라도 맨 처음 이송된 병원에서 최종치료까지 완료하는 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맨 처음 이송된 병원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제공하고, 최종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없다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서 막혀있는 부분은 응급실에 들어온 이후 최종치료까지 가는 중간 전달체계 부분”이라며 “응급실에 가면 최종치료까지 완료돼야 하고, 그래야 응급치료가 제대로 된 것이라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급의료는 제한된 인프라로, 한정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것이 응급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양질의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응급의료가 나아갈 이상적인 형태지만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2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는 과밀화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응급의료인프라가 잘못 구축됐다는 것”이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에 모든 정부에서 이 문제를 외면하고 눈앞에 있는 문제만 해결하려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최근 4차 응급의료 발전계획이 발표됐는데, 지난 3차에 걸친 응급의료 발전계획에서 빠지지 않은 내용이 경증환자는 낮은 단계의 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기관으로, 중증환자는 권역 및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낸다는 것”이라며 “모두 동의한 내용이고, 실제로도 중요하지만 현실은 이대로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전 국민 설문조사를 하면 경증환자가 상급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하지만, 정작 본인은 예외로 둔다”며 “본인이 아플 때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은 건 당연한 생각이기에 다른 나라들은 응급의료기관을 본인이 선택해서 갈 수 없도록 해놨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거나 접수 자체를 막아버린 나라도 있다"면서 "이는 응급의료체계, 응급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장벽"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 선택에 장벽이 없기 때문에 수요를 줄일 방법이 없다면 어떤 방법도 소용없을 것”이라며 “지역의 응급의료인프라를 구축할 때 최종치료를 위한 시설, 인력을 배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종치료를 위한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이때도 최종치료를 위한 병원이 과밀화로 받아줄 수 없다면 그 외 모든 인프라는 다 망가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