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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토비, 대장암 맞춤 표적치료시대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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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토비, 대장암 맞춤 표적치료시대 이끌 것"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01.1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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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후 좋지 않은 BRAF V600E 변이 2차 이후 치료에 급여..."NGS 본인부담금 상향 걸림돌"

[의약뉴스]

대장암은 하나의 병이 아니다.

전이성 대장암(직결장암)에서도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BRAF V600E 변이를 표적하는 최초의 표적치료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 오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통계에서 대장암이 2위로 올라선 가운데, 약 5%를 차지하는 BRAF V600E 변이 환자의 생존율 개선은 물론, 본격적인 대장암 표적치료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비라토비는 BRAF V600E를 표적하는 BRAF 저해제로, 국내에서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에 허가, 급여를 인정받은 최초이자 현재로서는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BRAF V600E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하면 MAPK 신호전달경로가 과활성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 증식한다. 

특히 BRAF V600E 변이 양성 직결장암 환자에서는 종양의 크기나 복막전이가 증가하는 등 음성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국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중 약 4.7%에서 BRAF V600E 변이가 보고되고 있으나,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는 없었다.

이 가운데 비라토비는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실시한 임상 3상, BEACON CRC 연구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 최초의 BRAF V600E 표적치료제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8월, 이전 치료 경험이 있고 BRAF V600E 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직결장암 성인 환자의 치료에 세툭시맙과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1일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 한국오노약품공업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비라토비의 급여등재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오노약품공업 최호진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한국오노약품공업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비라토비의 급여등재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오노약품공업 최호진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오노약품공업(대표 최호진)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비라토비의 급여등재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교수가 참석,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대장암의 특징과 BEACON CRC 연구를 중심으로 비라토비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김승태 교수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이 다른 대장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BRAF V600E 변이 양성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11.4개월(95% CI 9.4-13.5)로 음성 환자의 43개월(95% CI 30.7-62.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차 치료를 받은 환자 중 90%는 3차 치료가 불가능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대장암은 하나의 병이 아니라 각각의 특서잉 다르다”면서 “같은 대장암이라도 유전적으로 상이하고, 치료할 때 표적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BRAF V600E 변이 양성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음성 환자보다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최대 두 배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BRAF V600E 변이가 있으면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약 15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비라토비 이전에 이렇다 할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BRAF V600E 변이 전이성 대장암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부재했던 가운데, 비라토비는 대규모 3상 임상 BEACON CRC를 통해 생존율을 개선, 화제를 모았다. 

이 연구는 이전에 1~2차례 전신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BRAF V600E 변이 양성 전이성 대장암 환자 665명을 대상으로,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머크)와 비라토피 병용요법을 기존의 표준요법인 얼비툭스와 항암화학병용요법(이리노테칸 또는 FOLFIRI)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 대조군(표준요법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5.9개월(95% CI 5.1~7.1)에 그쳤던 반면, 비라토비와 얼비툭스 병용군은 9.3개월(95% CI 8.0~11.3)로 사망의 위험을 39%(HR=0.61, 95% CI 0.48~0.77) 줄였다.

전체생존율의 이득은 환자의 전신수행 능력(ECOG PS)이나 이전 치료 횟수, 종양 전이 범위나 위치에 상관없이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또한 대조군의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1.8%에 불과했으나, 비라토비와 얼비툭스 병용요법은 19.5%로 20%에 가까웠다.

예후가 좋지 않은 BRAF V600E 변이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대장암에서도 2차 이후의 객관적 반응률이 15%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란 평가다.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역시 비라토비와 얼비툭스 병용요법이 4.3개월로 대조군의 1.5개월을 상회,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은 56%(HR=0.44, 95% CI 0.35-0.55)를 줄인 것으로 보고됐다.

안전성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며, 중증 이상반응은 대조군보다 더 낮았으며, 항암화학요법이 포함되지 않아 치료 유지율과 지속률도 더 높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럽종양학회(ESM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에서는 모든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종양학회는 지난해 진료지침을 개정, 이전 치료경험이 있는 BRAF V600E 변이 양성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는 비라토비를 최선호 옵션으로 권고했다.

김승태 교수는 “대장암에는 상당히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각각에 맞은 약제는 나오지 않았었다”면서 “비라토비는 그 중에 하나를 표적하는 성공사례로, 향후 대장암 환자들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치료를 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차용준 교수는 “BEACON CRC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절반 가량이 우측암이나 간전이, 세 곳 이상의 장기로 전이된 환자 등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었음에도,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이 전체생존율 등 주요 평가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2차 치료로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받을 경우 3차 이상에서 사용할 때보다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더 우수했으며, 질병이 진행되더라도 60% 이상이 후속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면서 “BRAF V600E는 예후가 좋지 않아 3차 치료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라토비와 세툭시맙 병용요법을 가급적 2차 치료에서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비라토비 급여 등재와 반대로 올해 들어 BRAF V600E 변이를 확인하기 위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시 환자 본인부담금이 50%에서 80%로 높아졌다.

김승태 교수는 “NGS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는데, 작년까지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50%로, 임상연구자 입장에서는 외국에 자랑할 만한 거리였다”면서 “하지만 올해부터 대장암 NGS검사에 본인부담금이 80%로 올라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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