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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ITP, 급여기준 개선해 불필요한 수술 줄이고 안전한 치료로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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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P, 급여기준 개선해 불필요한 수술 줄이고 안전한 치료로 이끌어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4.01.03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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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

[의약뉴스]

 

We recommend TPO-RA rather than splenectomy.

 

최근 국내외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 진료지침에서 혈소판 수용체 작용제(ThromboPOietin-Receptor Agonist, TPO-RA)가 전진 배치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미국혈액학회(ASH) 학술지 Blood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1차 치료에서 TPO-RA를 투약한 젊은 성인 ITP 환자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로 완전관해(Complete Response, CR)를 달성했으며,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도 상당수의 환자들이 1년차까지 관해를 유지했고, 재발로 인해 TPO-RA를 다시 투약한 환자들도 대부분 다시 완전관해를 달성했다는 것.

이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TPO-RA 중 하나인 로미플로스팀(제품명 로미플레이트, 쿄와기린)을 투약한 성인 ITP 환자 15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1차 치료에서 투약한 환자 중 3분의 2에서 완전관해가 나타나 1년간 유지됐으나, 만성 단계에서 투약한 환자들은 재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역시 Blood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는 ITP 환자에서 보다 조기에 TPO-RA를 투약하는 것이 질병의 자연 경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TPO-RA 제제는 ITP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연구를 통해 강력한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쌓아왔으며, 삶의 질 개선 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이에 2019년 미국혈액학회에 이어 2022년 대한혈액학회에서는 TPO-RA를 스테로이드 치료에 불응한 ITP 환자의 2차 치료 옵션 중 첫 손에 꼽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만 TPO-RA 제제에 건강보험을 적용, 불필요한 장기 절제를 강제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를 만나 국내 ITP 치료 현실과 과제를 조명했다.

 

▲ 최근 국내외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 진료지침에서 혈소판 수용체 작용제(ThromboPOietin-Receptor Agonist, TPO-RA)가 전진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만 TPO-RA 제제에 건강보험을 적용, 불필요한 장기 절제를 강제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를 만나 국내 ITP 치료 현실과 과제를 조명했다.
▲ 최근 국내외 면역성 혈소판감소증(Immune ThrombocytoPenia, ITP) 진료지침에서 혈소판 수용체 작용제(ThromboPOietin-Receptor Agonist, TPO-RA)가 전진 배치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만 TPO-RA 제제에 건강보험을 적용, 불필요한 장기 절제를 강제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준호 교수를 만나 국내 ITP 치료 현실과 과제를 조명했다.

 

◇희귀 자가면역질환 ITP, 심각한 경우 생명도 위협
희귀 자가면역질환인 ITP는 몸 안의 면역체계가 혈소판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 혈액 속의 혈소판 수치가 정상보다 낮아지는 질환이다.

혈액의 응고에 작용하는 혈소판이 감소하는 질환인 만큼, 멍이나 출혈 등의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고, 특히 피로감이 심하게 나타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ITP환자의 80% 이상이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고, 일부 환자는 ITP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장준호 교수는 “혈소판감소증이란 골수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낸 혈액이 파괴되거나 혈액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서 혈소판이 감소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혈소판은 지혈에 관여하는 물질로 2만/㎕ 이하면 자연적으로도 출혈이 생길 수가 있다”면서 “특히 주요 장기에 출혈이 생기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러한 경우에는 치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멀쩡한 장기 떼어내야 하는 비장절제술, 합병증 부담으로 꺼려
ITP 1차 치료제에서는 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장기 투약시 부작용의 부담이 커서 장기 투약을 금지하고 있다.

스테로이드와 함께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면역글로불린 역시 부작용의 부담이 적지 않아 장기간 투약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에 1차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이상 ITP가 지속되는 경우 2차 치료로 비장절제술이나 TPO-RA, 리툭시맙(제품명 맙테라, 로슈) 등을 권고하고 있다.

비장절제술은 혈소판을 파괴하는 비장의 본래 기능을 절제라는 수술적 기법으로 차단, 궁극적으로 혈소판이 감소하지 않도록 한다.

장기 절제를 통해 장기간 혈소판이 감소하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반대급부가 적지 않을뿐더러, 효과도 제한적이다.

약 70~80%의 환자에서 비장절제술을 통해 혈소판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비장 절제에도 불구하고 재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는 약 60%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반면, 수술에 따른 사망의 위험은 물론 감염이나 정맥혈전색전증, 폐고혈압 등 합병증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이러한 위험은 10년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1차 치료에 실패해 2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비장절제술을 선택하는 환자는 3%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장 교수는 “비장절제술 자체가 불필요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비장절제술을 하게 되면 약 60% 환자가 장기적으로 혈소판 문제에서 해방될 수가 있지만, 비장절제술 자체가 수술이기 때문에 굳이 비장 절제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이를 절제해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증의 실제 퍼센트는 높지 않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암처럼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도 아닌데, 비장절제술로 인한 합병증이나 사망 위험, 특히 혈전이 생길 수 있는 확률까지 생각한다면 굳이 받아야 하는가 회의감 내지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혈액학회, ITP 2차 치료에서 비장절제술보다 TPO-RA 권고
비장절제술이 혈소판 파괴를 막는 반면, TPO-RA는 혈소판 수용체의 활성화 신호 경로에 작용해 혈소판 생산을 촉진한다.

전신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나 면역글로불린과는 달리 혈소판 생성에만 관여하며, 비장절제술과는 다른 기전으로 작용, 불필요하게 멀쩡한 장기를 절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 현장에서 10년 이상 장기간 활용되며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최근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2차 치료 옵션 중 TPO-RA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혈액학회는 ITP 2차 치료 옵션으로 TPO-RA와 비장절제술, 리툭시맙을 열거하면서 TPO-RA에 더 무게를 두고 비장절제술은 최소 12개월 이후에 시도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2차 치료 옵션 선택에 있어 환자와의 공유 의사결정을 강조하며 실례로 효과(반응지속)를 중요시하는 환자에게는 TPO-RA와 비장절제술을, 장기간 약물 투약을 꺼리는 환자에게는 리툭시맙과 비장절제술을, 수술을 꺼리는 환자에게는 TPO-RA와 리툭시맙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지난해 대한혈액학회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2차 치료 옵션중 TPO-RA를 비장절제술보다 우선 권고하면서(recommend TPO-RA rather than splenectomy), 비장절제술은 최소 12개월 이후에 시행하라고 권고한 것.

장 교수는 “2022년 대한혈액학회 진료지침에서는 비장절제술을 젊은 환자들 가운데 계속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는 권장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과거에는 혈소판 파괴를 막으려고 비장을 절제했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나온 지금도 멀쩡한 장기를 떼는 케이스들이 있어 비장 절제술을 꼭 해야 한다라는 문구를 삭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TPO-RA의 효과도 비장절제술을 받은 사람보다 받지 않은 사람에서 반응이 더 좋다”면서 “따라서 이제 비장절제술은 TPO-RA 이후의 치료 옵션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TPO-RA 접근성 확대하면 안전한 치료의 길 열릴 것
이처럼 ITP 치료에 있어 TPO-RA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헙 급여기준은 여전히 비장절제술을 앞세우고 있다.

비장절제술을 시행했거나 시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TPO-RA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것.

장 교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비장절제술을 한 사람이나 비장절제술을 받을 수 없는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TPO-RA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복용에 따른 합병증을 감수하거나 TPO-RA를 비급여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환자들의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그는 “불필요하게 장기를 절제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절제술보다 우수한 치료가 있어서 선진국에서는 다 절제술보다 먼저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빨리 이러한 추세를 따라야만 불필요한 수술이나 수술로 인한 합병증을 막고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며 “빨리 이런 규제가 풀려 보다 효과적으로 혈소판을 높일 수 있는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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