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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3년, 의료계엔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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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23년, 의료계엔 무슨 일 있었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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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무산...의료인면허취소법 ㆍ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시행

[의약뉴스] 2023년은 의료계에 있어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던 한 해였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직역 간 갈등은 정초부터 상호 간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국회에선 간호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같은 여러 법안들이 의사단체들을 긴장케 했고, 최근에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의-정 간 갈등이 한껏 높아진 채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초진과 약 배달로 인한 비대면 진료 갈등과 한의사 뇌파계, 초음파 합법 판결로 인한 의-한 간 갈등까지,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 의료계를 휘몰아쳤던 이슈들을 살펴봤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간호법’ 제정 무산

▲ 2023년은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간 갈등이 첨예한 해였다.
▲ 2023년은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간 갈등이 첨예한 해였다.

2023년 상반기는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대한간호협회와 폐기해야 한다고 반발한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4 보건복지의료연대가 그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간호법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초 간호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고조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하면서 폭발했다.

제2소위 회부가 결정되자,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간협의 희비가 엇갈렸고, 국회 내에선 첨예한 갈등이 벌어졌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간사(2023년 2월 기준)로 간호법을 발의, 의결한 강훈식 의원은 269일동안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 처리되지 않다가 2소위로 회부한 것을 “상임위원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며, 상임위 중심주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간호법 제정안을 복지위에서 표결,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간호법 직회부가 결정되자, 대한의사협회는 2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박탈법을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또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연계한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비대위원장에는 서울특별시의사화 박명하 회장이 선거 끝에 당선됐고, 박 위원장은 전국단위 투쟁과 함께 철야 농성을 진행하며 간호법 제정 저지에 앞장섰다.

16개 시도의사회는 각 지역 민주당사 앞에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는 반대시위를 개최하면서 간호법과 의료인면허취소법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투쟁에 힘을 보탰다. 

간호법 제정을 염원하는 간협 역시 행동에 나섰다. 간협은 간호법 추진단을 결성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으며, 간호법 제정 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또한 매주 수요집회를 통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단식투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이 처음 단식을 시작, 이후 의협 비대위 박명하 위원장도 단식투쟁에 동참했다.

간호법이 4월 27일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과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도 단식투쟁에 돌입했으며, 투쟁 도중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간협에서도 단식투쟁에 나섰다.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5월 초부터 공포를 촉구하며 간협 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것.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의협에서는 연가투쟁에 이어 총파업까지 예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압박을 가했다.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심해지는 사이 보건복지부는 13보건복지의료연대의 총파업을 우려하는 한편, 당정협의를 통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5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 국민 건강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국민 건강은 보건의료 전문 직역들의 협력 통해 지켜질 수 있다”며 “간호법으로 인해 유관 직역 간에 과도한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밝혔다.

특히 “간호업무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 초래하고 있다”라며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의 협의와 국회 내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해 아쉽다”고 표결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은 5월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 자동으로 폐기됐다.

간호법 제정안이 폐기되면서 직역간 갈등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최근 간호법이 재발의되면서 여전히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결국 시행된 의료인면허취소법

▲ 의협 비대위는 간호법을 저지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에는 실패했다.
▲ 의협 비대위는 간호법을 저지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에는 실패했다.

올해 상반기는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한 간호법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간호법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이 통과된 법안이 있다.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위를 기존 ‘의료법 위반’에서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로 확대한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간호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할 때 함께 회부됐다.

간호법은 5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폐기됐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그대로 통과,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를 포함해 조산사와 간호사도 적용 대상이다.

의료인이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후 면허를 재교부받으려면 자비를 내고 환자 권리 이해 등 관련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20일 의사면허취소법 시행 이후 면허를 재발급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교육 프로그램만 이수한다고 해서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면허 재교부를 심의하는 위원회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간호법을 저지하는데 성공했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막는데 실패한 의료계에선 해당 법안에 대한 재개정 및 헌법소원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지난 10월 의료인 결격 및 면허 취소 사유를 기존의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및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경우로 개정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에는 의료계의 많은 노력이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서울특별시의사회의 노력이 컸다는 후문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면허취소법이 통과된 이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7월부터 ‘서울시의사회 면허취소법대응 TF’를 구성, 황규석ㆍ이태연 부회장을 공동 위원장, 본회 집행부 및 각구의사회장의 일부를 위원으로 임명해 면허취소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서울시치과의사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면허취소법에 공동 대응하기로 결정했고, 면허취소법 법률 개정안의 초안을 마련해 최 의원을 시작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ㆍ야 국회의원 7명을 차례로 방문, 면허취소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득했다. 

최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의협은 “조속한 입법절차의 진행을 통해 개정 의료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지난달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치협에 따르면, 신인식 법제이사와 과거 헌법재판관으로 재임했던 이정미 상임 고문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가 의료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시점부터 오랜 기간동안 헌법소원을 준비했다.

박태근 회장은 “적법요건 통과의 어려움이 예상되나 헌법재판소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의료법 재개정의 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며 “의료인 단체들이 이 헌법소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강한 지지를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술실 CCTV 의무화 헙법소원 제기

▲ 의협과 병협은 지난 9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와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 의협과 병협은 지난 9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와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 9월부터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된 가운데 의료계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故 권대희 씨의 사고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이외에도 대리 수술 의혹이나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진의 성폭력 등의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주장에 힘이 실렸다.

개정안이 공포된 후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환자단체, 의료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시행규칙 등 운영방안을 마련했지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 의료계에선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의협은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의료인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ㆍ병협은 지난 7월 20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정하고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했으며, 이번 헌법소원에는 의ㆍ병협 임원 및 개원의 등 13명이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이라며 “특히 의사의 원활한 진료행위가 위축되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협 윤동섭 회장도 “수술실 CCTV로 인한 부담은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기피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도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 필수의료 붕괴가 우려되고 있어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각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이 발표한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의사일수록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 6.8%만 찬성한 반면, 절대 다수인 93.2%가 반대했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법안심사소위 논의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에서 90.0%가 반대했던 것과 비교해 3.2%p 높아진 수치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의료진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많았고,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49.2%),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4.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2.4%),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사고(37.6%), 외과의사 기피현상 초래(33.9%), 수술시 집중도 저하(29.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시 수술실 폐쇄 의향에 대해선 55.7%가 폐쇄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반면, 44.3%는 폐쇄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한의사 뇌파계-초음파 합법 판결

▲ 지난해 연말 대법원에서 선고된 한의사 초음파기기 판결과 뇌파계 판결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분기점이 됐다.
▲ 지난해 연말 대법원에서 선고된 한의사 초음파기기 판결과 뇌파계 판결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분기점이 됐다.

지난해 연말 대법원이 선고한 한의사 초음파기기 판결과 뇌파계 판결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분기점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으며, 이후 파기환송심에도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해당한다고 반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결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인 면회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시간이 지났고, 한의과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에 규정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한다”며 “헌법에 규정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은 지난 8월 한의사 뇌파계 허용 판결에서 상고를 기각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의-한 간 갈등은 극에 달했으며, 소강 상태에 접어든 현시점에서도 아직 불씨가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의-한간 대립은 건강보험 등재 여부로 옮겨져 새로운 양상으로 돌입하게 됐다.

대법원의 판결에 힘을 얻은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의 초음파 진단검사 및 초음파 활용 행위의 행위정의 및 상대가치점수 개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의협에서는 현행 급여 등재 절차와 의사 결정 위원회 구성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급여 등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논의 과정에서 의협 소속 위원은 배제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10여 년을 넘게 이어온 한의사의 뇌파계ㆍ초음파 기기 사용 분쟁이 위법 여부에서 건강보험 등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어떠한 결론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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