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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료행위, 사법판결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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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료행위, 사법판결 대상 아냐”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28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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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국 기획이사,응급실 관련 법원 판결 규탄..."법적 안전장치 마련해야"

[의약뉴스] 최근 응급의료 행위에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자 응급의학전문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응급의료행위는 사법판결의 대상이 아니며, 행위의 적절성은 전문가가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의료계에선 법원이 과도한 판결로 응급의료행위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3년 소아횡격막 탈장 사망사건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한 사건이 있었고, 2014년 전공의 1년차가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의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사에서 거액의 판결을 선고받은데 이어 추가로 5년간 이어진 형사재판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의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한 응급센터에서 만성신장질환을 가지고 있던 중증환자가 악화되어 응급실에 내원해 기도삽관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사망한 건에 대해, 모니터링과 응급처치에 대한 기록이 없어 최선을 다했다는 증명이 없다면서 5억이 넘는 배상을 명령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 최일국 이사.
▲ 최일국 이사.

이와 관련, 최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일국 기획이사는 ‘응급의료의 특수성과 사법리스크’라는 발제를 통해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는 “응급의학과는 예기치 않은 장소와 시간에 갑자기 발생한 응급상황을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기에 응급처치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짧은 순간에 치명적 결정들을 내려야 하기에 그 모든 판단과 행위들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가조했다.

특히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100번에 1~2번은 기도삽관에 실패할 수 있고, 교과서대로 심폐소생술을 해도 살아난 경우보다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이렇게 했으면 나았을 것이다’는 말은 결과로 과정의 잘잘못을 유추하는 치명적 오류로, 이는 마치 수술을 잘하면 나았을 것이고 심폐소생술을 빨리 하면 모두가 살았을 것이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은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곳이지 최종진단과 근본적 치료를 제공하는 곳은 아니라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응급실에서 첫 1~2시간에 최종진단이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민사상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에서 예측, 회피가능의 범위를 넓게 적용해 버리면, 귀가 후 나빠진 모든 환자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응급의학 전문의 누구도 이러한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형사상 책임에서 ‘명백한 인과관계’는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의심할 여지없는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응급의료행위는 응급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해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응급으로 제공되는 행위로, 의도 자체가 환자를 위함이며 결과 또한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는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과도한 판결로 응급의료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응급의학과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고, 전문의들조차도 응급실 현장을 떠나고 있으며 전공의들의 수련 포기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법적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거창하게 폐과 선언이나 사직서를 낼 필요도 없이 그냥 응급실을 그만두기만 하면 그만”이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빈자리는 경험이 부족한 낙수 의사나 타과 의사들이 채우게 되고, 더 많은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길거리를 헤매다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현장의 전문의가 더 이상 그만두지 않도록 사법부담을 즉각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최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과도한 형사재판보다는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환자-의사간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며 “응급환자를 진료하며 법적인 안정성 위에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이해가 있어야 건강한 사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응급의료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사법부는 과도한 판결을 중단, 응급의학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관계당국은 법적인 안전조치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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