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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또 다른 감염병와도 달라질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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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또 다른 감염병와도 달라질 게 없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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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자회견...이송거부 금지법안 시행규칙 논의 배제ㆍ응급의료발전계획엔 참여조차 못해

[의약뉴스]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응급의료현장에선 또 다른 감염병 위기가 닥쳤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2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7일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7일 ‘무너져가는 응급의료의 현실과 현장상황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형민 회장은 “잘못된 정책과 무리한 사법판결, 관계당국의 무성의한 대책들로 응급의료가 망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예상을 초과한 코로나 대유행은 취약했던 응급의료시스템에 심각한 타격을 줬지만,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던 응급의료대책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감염병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 모든 책임과 부담과 의무는 응급실로 전가됐지만,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다음 대유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19 이송환자의 수용 문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연락없이 데려다 놓은 중증응급환자를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느라 밤새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일들이 응급실의 일상”이라고 전했다.

또 “작은 병원일수록 119의 사전 환자이송 수용 여부 문의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대형병원들은 과밀화 때문에 수용을 허락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경향이 코로나를 계기로 급격하게 심해지게 되고 몇 개의 사건들을 통해 ‘응급실 뺑뺑이’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의학의사회는 이송거절 금지를 법으로 정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며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내려놓으면 이송시간은 줄어들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고, 응급처치를 제대로 했어도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면 책임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이송거부 금지법은 응급환자의 모든 책임을 응급실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법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정부와 정책당국은 장기적인 인프라 확충과 계획을 통한 해결을 생각하기 보다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마치 응급실이 잘못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더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일관해 분노와 좌절감을 심어주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응급의학과는 전통적으로 ‘힘든 과’ 였기에 지원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늘어나면서 근무환경이 나아져 가던 2015년경 지원율이 100%에 이르게 된다”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1200명가량 늘어서 근무강도는 더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전공의들의 중도포기율도 1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원율 하락의 원인은 불확실한 미래, 사법리스크 상승, 양질의 취업자리의 고갈 때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 이형민 회장.
▲ 이형민 회장.

이 회장은 “응급실에 취직해 일하는 것이 기본인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크나큰 위협으로, 현재 추세대로면 2700명인 응급의학전문의는 15년 후에는 4500명 정도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취업 자리의 부족은 처우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이에 대한 걱정이 지원율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학의 전술적인 측면에서 전멸이라는 개념은 10%의 전투원이 전의를 상실해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말한다”며 “지금 현재 응급의학과는 지원율이 80%도 넘지 못하고, 수련하는 전공의의 10%가 그만두고 있으며, 응급실을 떠나 개업하는 전문의들이 10%를 넘어섰다. 응급의학과의 파국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고, 전의를 상실한지 이미 오래”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회는 지속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논의체를 만들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며 “이송거부 금지법안의 시행규칙 논의에는 아예 배제시켜 버렸고, 응급의료발전계획에는 참여조차 시켜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응급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도 통과를 못하고 있다”며 “이젠 응급의료를 살리기 위해 모두 나서야 할 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고통스러운 시간들과 수많은 희생,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형민 회장은 “우리가 다음에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면 국민들은 두 눈으로 응급의료의 종말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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