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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ㆍ설명의무 관련 법원의 기계적 판결로 필수의료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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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ㆍ설명의무 관련 법원의 기계적 판결로 필수의료 위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26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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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환자에 또 다른 부작용 야기"

[의약뉴스] 진료기록 작성이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와 관련, 의료현실을 무시한 법원의 기계적 판단이 필수의료를 위축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최근 대한병원협회지 ‘병원’에 ‘필수의료를 위축시키는 의외의 복병, 진료기록 기재와 설명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기계적 판단’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정혜승 변호사.
▲ 정혜승 변호사.

정 변호사는 먼저 한 군인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군인은 휴가 중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 쓰러졌는데, 병원에선 환자에게 뇌CT 촬영을 하고 위궤양 약만 처방한 후 퇴원시켰다.

다음날 좌하지 위약감으로 다시 응급실로 이송된 환자는 뇌 MRI검사에서 우측 중대뇌동맥 뇌경색을 진단받았다.

그러나 병원은 뇌경색 진단에 이은 기계적 혈전용해술을 받은 다음 날 아침 최초 응급실 내원일의 진료기록에 ‘신경학적 검사 시행사실 및 MRI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함을 재차 설명했지만 환자측에서 거했다’는 문구를 추가 기재했다,

병원 측은 실제 최초 내원일에 이와 같은 사실이 있었으나 기재가 늦어진 것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법원은 진단이 지연된 과실을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위중한 환자에 대해 긴급하게 진료를 하며 동시에 진료기록을 세부적으로 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필연적으로 선 처치 후 기재가 이뤄지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진료기록의 기재가 일부 사실과 불일치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도 진료기록을 실시간으로 작성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시급한 상황에서 사소한 기재 오류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환자의 상태 평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굳이 유죄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며 “그래도 이러한 오류가 발견될 경우 의료진은 고초를 치르게 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료기록뿐 아니라, 환자에게 침습적 행위를 하기 전 해야 하는 ‘설명’과 관련해서도 예기치 못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설명 및 동의’를 해야 하는 이유는 해당 치료를 받는 환자 자신이 자신의 신체와 운명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결정권’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환자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의식이 있더라도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의 의사를 가장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이 판례상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례는 ‘설명의무 이행’ 여부에 대해 다소 기계적으로 판단을 해온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저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환자가 비록 의식은 있지만 노령 등의 이유로 실제 의료진이 느끼기에 이해를 못한다고 생각되면 결국 환자의 곁에 오래 머문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에게도 서명을 받았다면 좋겠지만 실제 이해를 한 보호자의 서명만 받아둔 경우, 이 점이 문제가 되어 병원이 위자료 지급의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정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보호자의 서명만 받았어도 환자가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고 인정한 판결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뇌혈관 시술이 시급한 상황에서 부인에게 설명한 후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는데, 당시 설명이 이뤄진 공간의 CCTV 화면에서 환자도 부인 옆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충분히 설명을 같이 들을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

이에 대법원은 서명은 부인이 했지만 환자도 충분히 같이 듣고 시술에 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모든 의료진들은 환자를 낫게 하고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악결과는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의료 현실을 무시한 ‘기계적인 판단’이 반복될 경우 의료진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도리어 환자에게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진료기록의 작성과 환자에 대한 설명 과정은 일반인, 그리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는 자세히 알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와 사정들이 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사실관계를 세세히 살펴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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