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역의사제를 두고 의료계가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18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이 발의한 ‘지역의사 양성법 제정안’과 권칠승 의원이 발의한 ‘지역의사법안’을 수정 병합한 법안으로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학생을 선발, 면허 취득 후에는 특정 지역 내 중증ㆍ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정이자를 더한 장학금 몰수와 면허취소라는 처벌조항까지 포함했다.
개정안이 복지위 제1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최운창)는 20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사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의 많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외국의 선례를 살펴봐도, 대만의 경우 지역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84%가 현재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일본의 자치의대 또한 매년 미달사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사제 자체가 지역 의료의 연속성과 질을 떨어트리고, 지역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김원이 의원 등은 전혀 모르는 건가”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를 의식한 언발에 오줌 누기식의 선심성 법안 처리는 진행 중인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의 의대정원 협상에도 찬물을 뿌린 심히 유감스런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의료수가를 차등화하고, 교육ㆍ거주 등의 지역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어떤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마다하겠는가”라며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는 날개옷을 찾자마자 아이 둘을 양팔에 끼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지역 의사도 똑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의 위헌성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의 의원실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역의사제에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김원이 의원실에 제출한 ‘지역의사제의 위헌성 여부 및 법률적 타당성 검토’ 자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을 현역병보다 현저히 길게 정한 법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을 각하한 것과 같이 지역의사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위헌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동안 의협은 지역의사제가 의사의 특정 지역 장기 의무복무를 명시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반발해 왔다.
하지만 당시 헌재는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이 길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공중보건의를 선택했고, 이후 복무기간 변경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각하를 결정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군법무관 의무복무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또 다른 반박 사례로 제시했다.
이는 군법무관들에게 군법무관시보로 임용된 때부터 10년간 근무해야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게 한 ‘군법무관 임용 등에 관한 법률’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례다.
헌재는 장기간 복무할 군법무관을 효과적으로 확보해 군사법 효율ㆍ안정을 도모하고, 군 내부의 법치주의 실현에 대한 공공의 손실ㆍ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지역 필수의료의 공백이라는 당면 과제는 공공의 손실 및 위험과 관련된 국가적 문제”라며 “지역의사제는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사료되고, 지역 간 의료인력의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공급이라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김원이 의원은 보건복지위 제1법안소위에서 “지역의사제 논의를 지금 하지 않으면 2025 학년도 증원될 의대정원에 지역의사제 인원이 정해지지 않게 된다”며 “정부와 여당은 법안 통과에 신속히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어 “붕괴직전의 지역 의료를 살려내고,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지역의사제, 의대 없는 지역인 전남권의 의대신설이 동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지역의사제의 위헌성을 지적했다.
의사회는 그 이유로 “사전에 고지되지 않은 기관에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국회는 법률적 타당성 검토를 보다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2030년 이후에 공보의가 충분하게 공급되는 만큼 지역의사제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010년까지 지방의료원과 취약지 거점병원에 병원당 3~5명의 공보의가 배치됐지만, 2015년부터 1~2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다시 6년제 의과대학으로 전환, 2026년부터는 공보의 숫자가 2010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공보의가 충분해지는 2030년 이후 지역병원에서 지역의사를 필요로 할지도 의문”이라며 “실제 1990년대 초 지역병원에서 충분한 수의 공보의사 활동할 강시 공중보건장학의사를 요청하는 병원이 적었고, 공공의료 정책은 인력양성보다 지역의료원 등 필요한 기관에 대한 재정투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중보건장학생 인원이 대폭 축소되면서 제도가 중단됐는데, 지역의사 양성 후 같은 현상이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사도 2000명이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반 하에 공공의료 정책은 인력양성보다 지방의료원 등 필요한 기관에 재정투입이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