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HCM의 기저 병태생리를 표적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에서 병태생리 기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최초의 치료제가 등장했다.
심장은 강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펌프로, 평생에 걸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
심장 근육은 액틴 섬유(actin filament)와 마이오신 섬유(myosin filament)로 구성돼 있는데, 두 섬유가 결합하면 심장 근육이 수축되고, 분리되면 이완된다.
그러나 두 섬유가 과도하게 결합하면 심장 근육의 수축력은 증가하지만 이완 기능이 떨어져 심장의 형태가 변형되고 혈액 순환 기능은 악화된다.
이처럼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을 ‘심근병증’이라 하며, 이 가운데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증상을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HCM)’이라 한다.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심계항진, 어지러움증, 흉통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심장 근육의 비후가 심한 경우 실신은 물론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환자의 일상 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지만, 그동안은 비대성 심근병증의 병태생리 기전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가 없어 증상조절에 주력해왔으며,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위험을 감수하며 수술을 선택해야 했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결합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계열의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 BMS)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획득,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어 돌연사의 위험 속에서도 증상 조절에 머물러 왔던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수술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미국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 권위자로 캄지오스의 주요 임상연구에 참여한 클리블랜드 클리닉 비대성 심근병증센터 밀린드 데사이 소장을 만나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 현황과 캄지오스의 가치를 조명했다.
◇200~500명 당 한 명 꼴로 발생하는 비대성 심근병증, 85%는 사각지대에
비대성 심근병증은 말 그대로 심장의 근육(심근)이 비대해지는 질환이다.
심장의 근육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비대해질 수 있지만, 비대성 심근병증은 다른 원인 질환 없이 심장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경우를 뜻한다.
밀린드 데사이 교수는 “비대성 심근병증은 고혈압 등 심장 근육의 비대를 일으킬만한 다른 원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질환”이라며 “영문 질환명‘Hypertrophic Cardiomyopathy’ 역시 두꺼워지거나 비대해지다라는 의미의 ‘Hypertrophic’과 심장을 뜻하는 ‘Cardio’, 근육을 말하는 ‘Myo’, 병이라는 뜻의 ‘Pathy’로 구성돼 질환의 특징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비대성 심근병증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유전적 소인”이라면서 “비대성 심근병증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는 7~8가지 정도이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비대성 심근병증은 대략 인구 200~500명 당 한 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비대성 심근병증을 진단 받은 환자는 2021년 기준 약 2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질환의 특성상 환자마다 증상 발현 시기와 임상 경과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무증상인 경우도 있어 진단이 쉽지 않다.
그나마 최근에는 심장초음파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비대성 심근병증 진단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환자가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데사이 교수는 “현재 전 세계 비대성 심근병증 유병률은 500명 중 1명 또는 200명 중 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수백만 명의 환자가 진단을 받아야 타당하지만 약 85%의 환자는 오진 또는 미진단, 과소진단으로 놓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미국의 경우 약 3억 4000만 명이라는 전체 인구에 500명 중 1명이라는 유병률을 대입한다면, 약 70만 명의 환자가 비대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아야 하지만 현재까지 진단받은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10~12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유병률과 실제 진단 간 괴리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 비대성 심근병증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한국과 같이 다른 지역에서도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비대성 심근벼즈 환자 수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최근 검사법이 발전하고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거나 지나쳤던 증상들을 유의미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됐고, 신약으로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진단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캄지오스, 비대성 심근병증 병태생리 기전에 직접 작용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형태와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부정맥이나 심부전 등 각종 심혈관계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중 40% 정도가 심부전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 일반인보다 4~6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첫 증상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4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35세 미만 운동선수에서 발생하는 심장 돌연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 연구는 제한적이었으며, 이로 인해 최근까지 비대성 심근병증 약물치료는 증상 완화에 머물러 있었다.
데사이 교수는 “지금까지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 방식은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를 위해 승인된 약제도 없었기 때문에 관상동맥질환 약제를 적용(adapted)해 보는 방식으로 약물 치료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례로는 “대표적으로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디소피라미드 등의 약물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러한 약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수술 등 침습적 치료 방식밖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캄지오스는 비대성 심근병증의 병태생리 기전, 즉 액틴과 마이오신의 비정상적 결합에 직접 작용, 근원적으로 비대성 심근병증을 개선한다.
데사이 교수는 “심장 근육을 구성하고 있는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하면 심장이 수축하는데, 정상인의 경우 적정량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하는 반면,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는 과도한 양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해 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정 경기에 비유하자면 노를 젓는 사람은 많은데 엉뚱한 방향으로 또는 박자에 맞지 않게 노를 젓는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심장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며, 과도한 수축으로 심장이 뻣뻣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기존 약물과 달리 캄지오스는 비대성 심근병증의 기저 병태생리를 표적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로,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결합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시 말해 적정한 수의 액틴과 마이오신이 결합할 수 있도록 조절함으로써 과도한 심장 수축을 정상화하고 폐색된 심장 구조와 이로 인한 증상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캄지오스, EXPLORER 임상 통해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장기 안전성ㆍ유효성 입증
실제로 감지오스는 비대성 심근병증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oHCM) 환자에서 장기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좌심실 근육이 비대해져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가 차단 또는 감소한 상태로, 전체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기준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약 2만 명 중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는 약 2600명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데사이 교수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에서 혈류가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나가는 좌심실 유출로 부위를 비대해진 근육이 막고 있는 유형으로, 쉽게 설명하면 출퇴근 시간대 터널이 꽉 막혀 차가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지거나 막혀 혈액이 정상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현재 미국에서는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중 약 2/3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캄지오스는 251명의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30주간의 치료 성적을 평가한 EXPLORER-HCM 연구에서 증상 및 운동 능력은 물론 좌심실 폐색까지 개선했으며, 장기 확장 연구인 EXPLORER-LTE에서는 4~5년까지 효과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됐다.
데사이 교수는 “EXPLORER-HCM 임상에서는 NYHA(뉴욕심장학회 등급, New York Heart Association Class)와 최고산소섭취량(pVO2)을 1차 평가변수로 설정해 증상과 운동 능력 개선 여부를 평가했다”면서 “2차 평가변수로는 환자들의 좌심실 유출로 폐색이 개선됐는지, 환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됐는지 등을 함께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캄지오스는 위약군 대비 1차, 2차 평가변수 모두를 유의하게 개선했다”며 “각 복합평가변수(▲NYHA 등급 1단계 이상 개선+pVO2 1.5. mL/kg/min 이상 증가, ▲NYHA 등급 유지+pVO2 3. mL/kg/min 이상 증가) 모두 캄지오 투약군에서 이를 충족한 환자의 비율이 위약군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가 정상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환자와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답변한 환자 비율 역시 위약군보다 캄지오스군에서 더 많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캄지오스는 모든 평가변수에서 위약군보다 유의한 개선 효과를 확인, 안전성과 유효성 모두에서 우수한 약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EXPLORER-HCM 임상에서 30주 간 확인된 캄지오스의 효과를 추가 관찰한 장기 임상, EXPLORER-LTE에서도 캄지오스의 효과가 약 4~5년 간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EXPLORER-HCM 임상에서 확인됐던 효과가 지속됐을 뿐만 아니라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비대해졌던 심장 근육 두께와 크기가 적정 수준으로 줄었으며, 뻣뻣해졌던 심장 근육 문제도 해결됐고, 장기 치료 과정에서 새로운 안전성 위험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EXPLORER-CN 임상연구를 별도로 진행했는데, 더 낮은 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했음에도 글로벌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확인돼 캄지오스가 아시아 환자에서도 유효한 치료 옵션임을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캄지오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침습적 수술 필요성 줄여
이처럼 캄지오스가 비대성 심근병증의 병태생리기전에 직접 작용, 실질적으로 심장 근육의 두께를 줄이면서 그동안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을 선택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
다시 한 번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 수술 시기를 늦추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등장한 것.
실제로 또다른 3상 임상, VALOR-HCM에서는 중격축소술(Septal Reduction Therapy, SRT)이 필요했던 환자 중 80% 이상이 16주간의 캄지오스 투약 후 수술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데사이 교수는 “기존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서 약물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술을 통해 비대해진 심장 근육 부위를 절제하는 SRT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SRT는 절대 쉬운 수술이 아니어서, 가이드라인에서는 SRT를 시행 경험이 많은 고빈도(high-volume) 의료기관에서 숙련된 의료진에게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면서 “다만, 고빈도 의료기관에서 SRT를 받은 환자들은 예후도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저빈도(low-volume) 의료기관에서 SRT를 받을 경우 환자들의 위험 부담이 높고 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의 편차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SRT 고빈도 의료기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 미국에서 시행되는 SRT의 약 70%는 저빈도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연 시행 건수가 100건 이하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EXPLORER-HCM에서 캄지오스의 효과가 확인된 이후 캄지오스가 SRT의 필요성까지 줄일 수 있을지 추가로 확인해보고자 또다른 대규모 3상 임상인 VALOR-HCM 연구를 진행했다”며 “VALOR-HCM은 SRT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16주 간 캄지오스를 투약해 효과를 살펴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임상 결과, 캄지오스 치료를 받은 환자의 약 82%가 더 이상 SRT가 필요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1년 간 환자들의 경과를 추적 관찰했을 때 약 93%의 환자가 NYHA 등급 개선 효과를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캄지오스의 허가사항에 SRT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캄지오스는 비대성 심근병증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에 상관없이 일관된 효과를 보였으며, 동반질환 역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오히려 캄지오스가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의 심장 상태는 물론 운동 능력까지 개선한 만큼, 이를 통해 동반질환 조절에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데사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까지 확인된 데이터상 캄지오스는 유전자 변이 종류에 관계없이 유의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허가사항에 부합하는 모든 환자들은 캄지오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과거에는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에게 심장에 부하를 줄 수 있는 무리한 운동을 삼가도록 권했기 때문에 체중 증가, 당뇨, 고혈압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반면, 캄지오스는 증상뿐만 아니라 운동 능력 개선 효과도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적정 강도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캄지오스 치료로 심장 상태와 기능이 개선되면, 이전에 사용하기 어려웠던 칼슘채널차단제 등의 고혈압 약제도 사용할 수 있게 돼 보다 용이하게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며 “즉, 캄지오스 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심장 컨디션이 회복되면, 동반 질환 치료 및 관리에도 부가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리얼월드 데이터, 캄지오스 중단율 낮아
데사이 교수는 캄지오스가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캄지오스 투약을 중단한 환자가 임상연구보다 더 적을 뿐 아니라, SRT 이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던 환자들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약 7000명의 환자가 캄지오스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도 약 200~250명의 환자가 캄지오스 치료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 오기 직전에도 3명의 환자에게 캄지오스 처방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실제 리얼월드에서 캄지오스 치료 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투약 중단을 결정한 비율은 약 2.2%로 임상연구에서 보고된 결과보다 낮은 수치”라며 “현재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캄지오스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에서 SRT가 필요했던 경우는 없었으며, 타 의료기관에서 SRT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캄지오스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도 긍정적인 예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캄지오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중 유일한 Level of Evidence A
유럽심장학회(ESC,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는 최근 9년만에 심근병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 캄지오스를 좌심실 유출로가 폐색된 성인 심근병증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약물 중 2차 치료제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Class IIa, Level of Evidence)
전체 약물치료 옵션 중 가장 높은 A 근거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는 약제는 캄지오스가 최초이며, 유일한 옵션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치료제들이 비대해진 심장 근육, 즉 심장 리모델링을 정상화하는 효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근거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캄지오스가 실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2건의 3상 임상을 통해 근거를 확보한 반면, 다른 치료제들은 비대서 심근병증 이외의 질환에서 진행한 연구의 사후분석을 통해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데사이 교수는 “캄지오스 이외의 치료제들은 비대성 심근병증에 특이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거나 승인을 받은 약물이 아니며, 단지 소규모 관찰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도 일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캄지오스는 2건의 대규모 3상 연구(EXPLORER-HCM, VALOR-HCM)를 통해 다양한 임상적 양상을 가지고 있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심장 근육량과 두께, 심장 크기 등을 유의하게 줄이고 심장 근육의 뻣뻣함을 개선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이는 사후분석 방식으로 도출된 결과와 비교 자체가 불필요할 정도로 유의미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이어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는 탄탄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히 확보돼야만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과거 비대성 심근병증 가이드라인은 개별 기관에서 보고된 소규모 관찰 데이터 또는 후향적 분석 결과, 전문가 합의 의견(consensus opinion) 정도의 근거들만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이후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할 만한 수준의 데이터를 생성한 약제가 없었으며, 이로 인해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약물 중 근거 수준(level of evidence)이 B보다 높은 옵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캄지오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캄지오스는 대규모 3상 무작위 대조 임상(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 임상연구 2건에서 유의한 효과를 확인해 이번에 개정된 ESC 가이드라인에서 약물 옵션 중 최초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인 A로 권고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서 A 수준의 근거를 인정받을 수 있는 약제는 캄지오스가 최초이자 유일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는 “캄지오스가 Class 1으로 권고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2A로 권고돼 놀랍고 아쉬웠다”면서 “현재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에서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며, 내년 초에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진단과 치료 어려운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ODYSSEY-HCM 연구 결과 주목
이처럼 캄지오스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연이어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MAVERICK-HCM 연구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 자신이 총괄하고 있는 소규모로 진행한 MAVERICK-HCM 연구보다 대규모 3상 임상, ODYSSEY-HCM을 통해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에서 캄지오스의 가치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데사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먼저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라는 특정한 지표를 기준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기가 용이하고, 치료제의 효과와 SRT 필요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비폐색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MAVERICK-HCM 연구는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상 연구로 다소 아쉬운 결과가 나왔지만, 대규모 3상 RCT 연구를 통해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캄지오스의 임상적 유효성을 다시 충분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현재 ODYSSEY-HCM 임상을 진행 중이며, 직접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ODYSSEY-HCM 임상에는 총 420명의 환자를 등록할 예정이고, 한국 환자들도 다수 참여할 예정”이라며 “따라서 비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에서 캄지오스의 가치는 ODYSSEY-HCM 임상 데이터를 확인한 후에 최종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외에도 캄지오스는 SGLT-2 억제제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에서도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데사이 교수는 “SGLT-2 억제제와 캄지오스는 약물이 작용하는 기전이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 구도로 어느 한 약제를 선택하기 보다는 두 약제를 함께 사용하며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두 약제의 사용에 대해 입증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명확한 임상적 근거가 나온 후에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1차 치료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적시에 전환해야
비록 캄지오스가 증상 완화에 그쳤던 기존의 치료제들과 달리 병태생리 기전에 근원적으로 작용해 비대성 심근병증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치료제를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데사이 교수의 설명이다.
일단 기존 치료제로 먼저 증상을 조절하되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때 적절하게 캄지오스로 전환하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순서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의료진 입장에서 캄지오스와 같은 신약이 등장했을 때 기존 치료 프로세스와 프로토콜에 어떻게 추가할 것인지가 가장 고민”이라면서 “신약이 등장했다고 해서 기존 치료 옵션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각 국가와 의료기관에서 신약 가능 여부와 비용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이에 “우선 비대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증상 유무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다면 1차 치료 옵션(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 디소피라미드 등)으로 치료를 시작하되, 이러한 약제들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무작정 증량하며 치료를 지속하기보다 적절한 시점에 캄지오스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면서 “현재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도 베타차단제 등의 약물로 1차 치료를 먼저 진행한 뒤,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경우 캄지오스로 치료를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대성 심근벼증 치료가 베타차단제-캄지오스-수술 순서로 진행되는 일방향적인 과정이 아님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면서 “환자의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각 단계를 오가며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비대성 심근병증 영역에도 정밀 의학이 적용되고 있어 향후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반 진단이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환자들을 발굴하고 있고,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할 수 있는 치료도 시도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이 더욱 다변화되고 환자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단 방랑 흔한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인식 개선 필요
캄지오스의 등장으로 그간 증상 완화에 머물렀던 비대성 심근병증도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만큼, 이제는 85%에 이르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데사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비대성 심근병증이라는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이 증상이 있어도 바로 병원을 찾지 않거나, 병원을 찾는다 하더라도 오진 또는 진단 방랑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환자들에게 비대성 심근병증이 어떤 원인 때문에 발생하며,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료 외에도 환자들이 비대성 심근병증 질환과 치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추가 자료를 제공하거나, 환우회 등의 창구를 소개한다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아울러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가 1차 의료기관을 거쳐 심장내과 전문의, 그리고 전문의까지 빠르게 도달해 제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들을 대상으로도 새로운 치료 옵션과 최신 치료 지견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