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광화문 앞에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모여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규탄했다.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이필수)’는 17일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궐기대회에는 전국 시도의사회와 의대생 등 800여 명(본지 추산, 주최 측 추산은 8000명)이 모여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강행을 비판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달 정부가 진행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의대 정원 관련 사항은 9.4 의ㆍ정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정부가 의료계와 논의 없이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 및 파업을 포함한 강력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총파업 찬반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17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필수 위원장은 “의료계는 전문가단체로서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필수의료의 붕괴 가능성을 일관되게 경고해 왔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결국은 필수의료과의 몰락을 가져 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 보다는 최소 11년에서 14년후 배출될 의사 증원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의대 정원 증원만이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일방적인 증원만 언론에 흘리는 등 확대 의지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수요자들의 요구만 반영해 객관성은 결여되고 불공정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 국민 여론을 오도해 14만 회원, 2만 의대생들은 분노에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의 동의 없이 여론몰이용 졸속 의대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대정원 증원의 뜻을 쉽사리 꺾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이필수 위원장에 이어 의료계 주요 인사들의 연대사를 통해 급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의 한계와 이로인해 발생할 보건의료 위기를 경고했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한 번 무너진 의료시스템은 회복이 쉽지 않은데, 그런 전례를 필리핀에서 본다”며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잘못된 정책 입안에서도 기인하지만, 부실한 의학교육이 더 큰 문제로, 부실한 의학교육은 신뢰하기 힘든 의사를 양산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급작스런 의대 정원 증가의 장기적 이득은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다”며 “정부의 막대한 지원계획이 없는 증원은 결국 파국을 초래할 것이기에, 장기적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확립하고, 이를 철저히 시행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얼마 전 모 TV에서 수도권에 의사의 70%가 집중돼 있다는 보도를 본 지인이 제게 의사의 지역 편중이 심하지 않느냐고 했다”면서 “서울, 경기도, 인천 인구를 합하면 2700만여 명이고, 양질의 진료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수도권 빅 5로 몰려오는 환자를 생각하면 수도권에 70% 이상의 의료진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제는 국민도 논리에 맞지 않는 여론 조작에는 동조하지 않는다”며 “법원의 과한 의료인 실형 때리기와 면허취소법이 존재하고,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의대정원을 늘려도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영원히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내년 총선 전략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대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를 의협 패싱 속에 추진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에 참담한 심정 그지 없다”며 “그들이 명분으로 삼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라는 필수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문제가 의사를 늘려 낙수효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OECD 국가와 비교하며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의사를 만나기 힘들고, 의사의 생산성이 낮은 OECD 국가의 데이터 일부만 인용, 혹세무민하니 어이가 없다”며 “지금 OECD 국가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계 반대에도 의약분업이나 의전원 제도를 억지 논리로 밀어붙였다가, 결국 실패했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은 세금의 낭비이며, 국가를 망칠 정책으로, 잘못된 정책을 밀어붙인 정치인이나 폴리페서, 정부 인사에게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자의사회 홍순원 차기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해 의사 수가 증가하게 되더라도, 지역의료에 유입되는 것이 아닌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 역시 일본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기에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재검토해 무너져가는 우리나라의 의료를 다시 바로 세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선 일부 의대생들은 무대에 올라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범대위 길광채 위원(광주 서구의사회장)은 삭발로 의지를 다졌다.
또한 참석자들은 ▲의대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비과학적 수요조사 즉각 폐지하라 ▲준비안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 ▲9.4의정합의 정부는 이행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했다.
이어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 회원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으며, 이후 범대위 위원 및 집행부 임원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이동, ‘윤석열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며 총궐기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글을 통해 이필수 위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이라며 “실제로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 없이 추진되고 있는 불합리한 의대 정원 증원은 각종 부작용만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추진을 통해 늘어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 막연하게 예상하고 있으나 준비안된 의대정원 증원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기피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의대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무분별하게 증원할 경우 규모가 커진 의대들은 모든 우수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쏠림현상과 불균형은 결국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대통령께 정책 추진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진행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