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범대위를 대신할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지만, 정작 ‘비대위’ 구성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박성민)는 17일 의협 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임총은 ‘의대정원 증원 및 지역과 필수의료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의협에는 이필수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최대집 전 회장이 범대위에 수석부위원장겸투쟁위원장으로 합류하는 바람에 범대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다.
결국, 범대위를 대신할 새로운 비대위를 대의원회에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 주신구 대의원이 비대위 구성 안건을 상정, 재적대의원 239명 중 4분의 1 이상인 62명이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임총이 개최됐다.
박성민 의장은 “현재 회원과 협회 앞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정부가 약속한 합의를 어기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을 증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의료현안협의체를 가동하면서 국민 불편과 정치권의 요구를 이유로 의대정원 증원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합리하고 비과학적인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민 여론몰이에 나선 성급한 행동이 의협을 투쟁으로 내몰았다”며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의료현안협의체가 성과를 이루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회원과 협회의 권익옹호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집행부의 활동을 성원했다”고 전했다.
또 “수차례에 걸친 운영위원회의 권고에도 강행한 전 회원 파업 찬반투표, 그리고 16개 시도회장과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총궐기대회, 범대위 투쟁위원장 임명에 대한 신뢰와 적절성 여부로 인해 대의원회 산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자극, 임시총회가 열리게 됐다”며 “비상한 상황에서 투쟁을 전면에서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각자 대의원 판단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시총회의 결정으로 의사협회가 방향성을 확보하고 의대정원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곧 의사협회의 최종 결정입니다. 대의원으로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오직 회원을 위해 양심에 따라 행동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회장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는 무너져 가고 있고,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만이 해결책인양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의대정원 문제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 회원분들의 권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난제에 대한 우리 대의원님들의 걱정과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저 또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원분들께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의원들이 보기에 미흡하고 부족함이 크실 것으로 사료돼,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저희 41대 집행부는 9ㆍ4 의정합의를 근거로 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22차에 걸쳐 정부와 치열하게 협상을 지속해 왔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강행에 대비해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해 대정부 투쟁에 결사의 의지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직역, 지역을 따지지 않고 14만 회원 모두 총력을 다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의협 회장이자 범대위 위원장으로서, 투쟁의 최선봉에 서서, 필수의료 육성을 통한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국민들의 건강수호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투쟁과 함께, 면밀하게 협상을 병행,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쳐 나가겠다”며 “만약 정부가 의대정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려 한다면 범대위를 통한 강력한 투쟁을 통해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행부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범대위 활동에 힘을 실어주면, 그 신뢰에 힘입어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 내겠다”며 “의협의 투쟁은 다시 시작됐다.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한번 우리 회원분들의 총의를 받들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정책에 대한 강력한 저지의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임시총회는 재적대의원 239명 중 149명 참석해 성원됐다.
임총 발의자인 주신구 대의원은 “집행부는 그동안 정부와 협상을 잘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며 “갑자기 정부여당과 등을 지고 전면적인 투쟁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바람에 회원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갈팡질팡하는 꼴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 감정에 치우쳐 이대로 거리로 나서거나 체계적인 준비 없이 대정부 투쟁에 뛰어들면 회원들에게 닥칠 피해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곧바로 현재 시행 중인 면허박탈법을 바로 적용할 텐데, 준비 없이 급조한 범대위가 이끄는 투쟁은 회원의 희생을 앞세운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 “투쟁과 협상에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과 직역을 망라해 힘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인 대의원회 산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여름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간호법을 저지한 성공의 경험이 있다”며 “거대 야당과 그토록 집요한 대한간호협회를 상대로 싸우면서, 패스트트랙으로 다 넘어갔던 절망적인 순간에 대통령 거부권까지 이끌어내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의대 정원 증원 문제도 또 다시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며 “대의원들이 회원들을 절망의 나락에서 구해주고, 희망의 빛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투표 결과, 비대위 구성 안건에 대해선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재적대의원 239명 중 164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76명, 반대 82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비대위 구성이 부결되자, 이필수 회장은 대의원회, 시도의사회 등과 소통해나가며 의대 정원 확대 저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협상과 소통을 중시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협상해서 회원들의 실익을 챙겨오도록 노력했다”며 “현재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수요조사를 발표했기 때문에 집행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회원 설문 조사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저 혼자 정보를 가지고 있으려는 게 아니라, 이를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서다”며 “오늘 총궐기대회가 무리하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선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또 “이번 적절한 투쟁과 협력을 최대한 키워서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나가겠다”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앞으로 더욱 시도의사회, 대의원회와 소통을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