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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ㆍ정책ㆍ관심 모아져 국내 암생존률 ‘세계 최고’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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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ㆍ정책ㆍ관심 모아져 국내 암생존률 ‘세계 최고’수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12.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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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악회, ‘암연구동향보고서’ 발간...미충족 수요 존재, 암 연구 지원 개선할 부분 있어

[의약뉴스] 의학계의 연구와 정부의 지원정책,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결과, 우리나라 암생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통을 받는 국민이 있는 등 미충족 수요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암 연구에 대한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암학회는 15일 롯데호텔서울에서 ‘암연구동향보고서 2023’ 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암연구동향보고서는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 질환에 대한 연구 동향을 파악, 앞으로 암 연구 분야의 중장기 계획 수립의 근거 자료와 우리나라 암 연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목적으로 발간됐으며, 암학회에선 발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국립암센터가 후원했다.

▲ 암학회는 15일 ‘암연구동향보고서 2023’ 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암학회는 15일 ‘암연구동향보고서 2023’ 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발생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2020년 기준 전체 암발생자 수는 24만 7952명으로 2000년과 비교해 14만 4896명 증가했다. 

암발생자 수와 더불어 암유병자 수도 증가해 2020년 기준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암경험자의 수는 약 2,28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로 본다면 약 13.4%가 암유병자이다.

암연구동향보고서 발간위원장을 맡은 서울의대 김태용 교수는 “이는 암 치료와 함께 암생존자에 대한 사회적ㆍ제도적 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지난 2001년과 비교해 2021년 암사망률은 37.4%p 감소했고, 암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에서 2016년 70.7%로 24.2%p의 비약적 향상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위암, 대장암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폐암도 좋은 생존율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높은 암생존율은 암진단 및 암치료 기술의 발전, 건강검진 수검률 향상에 따른 조기암 발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암연구에 헌신해온 의학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조기암 검진 등 암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전했다.

특히 암학회는 우리나라 암연구자들의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술지 색인 데이터베이스인 Web of Science DB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22년 국내 연구진이 출판한 암분야 논문은 9114편으로, 상위 3개 연구주제는 유방암(1위, 325건), 폐암(2위, 312건), 대장암(3위, 263건)이었으며, 피인용 지수도 유방암, 폐암의 논문들이 높았다. 

2022년 논문 주요 연구주제는 면역학(1위, 478건), 암ㆍ자가포식ㆍ세포자연사(분자ㆍ세포생물학)(2위, 447건), 피토케미컬(3위, 314건)으로 나타났다. 인용지수(IF)를 살펴보면 IF 5점 이하 저널이 55%를 차지했으며, IF의 중위값은 IF 4.8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프랑스에 이어 글로벌 8위의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 위암, 간 암 임상시험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폐암, 유방암의 임상시험도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 연구자주도임상시험(IIT)은 매해 평균적으로 약 112여건이 승인되고 있고, 국내 의뢰자 주도 암임상시험(ST)은 2022년 155건으로 전체 암임상시험 대비 63.5%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은 미국에 비해 10~20% 수준으로 수행되나 영국과 비교해서는 80~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뢰자 주도 암임상시험이 다국적제약 회사에 의해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증가는 국내 암연구자들의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타 질환에 비해 암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것.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5년간 정부의 암 연구개발에 대한 연간 예산은 6331억원에서 8559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생명 보건의료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정부의 암연구 투자는 많은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이뤄지는데, 각 부처마다 연구비 규모는 다양하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과제당 지원이 2~2.9억 사이이다.

김태용 교수는 “최근 기초-임상 간 중개연구, 암면역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 등 새로운 개념의 약제 등장, 그리고 여러 과가 공동으로 수행하는 다학제 연구가 늘어나는 점에 비춰보면 과제당 지원액은 충분하지 않다”며 “각 과제별 특성을 고려,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며, 기초, 임상 및 기업 등 연구 주체와의 활발한 소통 또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암연구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 산하 연방기관인 국립보건원이 생명ㆍ보건의료분야 정부 연구개발 사업 예산의 약 80%를 집행하고 있으며, 그 중 14%인 69억 달러가 암 분야 연구개발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암 분야 정부 연구개발사업은 국립암연구소가 전담하여 수행하고 있으며, 국립암연구소는 보건복지부 및 국립보건원의 산하기관이기는 하나 비교적 독립적으로 백악관과 소통하면서 정부의 암 연구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의사결정 과정은 전문기관 또는 국립암센터 등 출연기관으로부터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소관부처, 그리고 심의부처를 거쳐 기획재정부까지 이르러야 행정부 최종안이 확정되고 이를 다시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현장의 암연구자들과 정부가 추구하는 암 연구방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암연구 생태계에 즉각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체 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현황은 2018년 247건에서 2021년 32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2022년은 259건으로 전년도 대비 감소했고, 국내 의뢰자 주도 항암제 임상시험은 2018년 171건에서 2022년 203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임상 1상 연구가 최근 5년간 42% 증가했지만, 국내 의뢰자 주도 항암제 임상시험이 증가한 것에 비해 국내 연구자 주도 항암제 임상시험은 최근 5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제약회사에서 하기 어려운 암연구의 미충족 수요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많은 경우 중개연구가 동반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연구자 주도 항암제 임상시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암정밀의료와 암유전체분석에 대한 법적, 제도적 개선 및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좁은 의미의 암정밀의료는 환자의 암조직 또는 혈액에 있는 암유전체분석을 통해 환자 개개인별 암유전자의 특징을 파악하고 환자의 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개인화된 맞춤 치료를 의미한다”며 “암정밀의료의 구현을 위해서는 암유전체 분석이 필수”라고 말했다.

생물의 유전적 코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의 비약적 발전과 더불어 지난 2017년 3월부터 건강보험 선별급여가 적용, 실제 임상현장에 도입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암정밀의료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을 위해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에 대한 급여 확대, 희귀 유전자를 가진 암환자에서 허가 외 사용 및 급여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차세대 염기서열분석과 임상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암정밀의료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 및 국가 차원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암학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정부에 암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태용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암연구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체계적인 국가암예방 조기검진사업, 정부의 다양한 지원과 국민들의 암예방 및 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암생존율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직도 암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고통받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암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정부도 암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해 여러 부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정부의 지원,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의학계의 암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암연구 역량을 유지할 뿐 아니라 국민건강과 보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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