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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몬스터(2003)-오늘의 좋은 말 (삶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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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몬스터(2003)-오늘의 좋은 말 (삶과 희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3.10.0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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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패티 젠킨스 감독의 <몬스터>를 보면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소환했다. 벤과 세라의 사랑이야기로 이 코너에서 언급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바로 그 영화다.

엘리자베스 슈가 연기한 세라는 거리의 여자로 사는 삶의 고단함과 사랑을 그렸다. 역시 이 코너에서 소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가 떠오른 것은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산 두 여자의 최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라는 분명 사회적 약자였고 피해자였다. 델마와 루이스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는 것이 이처럼 처절하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몬스터>를 닮았다. 한 여자의 불행과 짧은 행복이라는 점도 그렇다.

린(샤를리즈 테론)은 각자 불행한 사유가 있기 마련인 거리의 여자 즉 창녀로 살고 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언제나 영화에 나오고 싶었고 언젠가는 스타가 될 줄 알았다.

마릴닌 먼로도 커피숍에서 캐스팅되지 않았던가.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알아줄 누군가를 끊임없이 기다렸다. 그러나 백마 탄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13살 때부터 시작한 창녀 생활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척 보면 게이인지 SM인지 알아낼 정도로 몸파는 경력으로 치면 내세울 만하지만 그 일이라는 것이 어디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어서 거친 성격과 술로 하루를 달래야만 한다.

힘들 때는 차라리 먹고 죽자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바에서 운명의 그녀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난다. 난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구애를 펴는 셀비에게 호모년이라고 욕을 했던 린은 내가 사는 곳으로 가자는 셀비의 유혹에 마침내 레즈의 진정한 세계에 눈을 뜬다.

죽기로 작정했던 마음은 살기로 마음을 바꿨고 린의 삶은 아연 활기가 넘친다. 그러나 어디 사랑이라는 것이 마음으로만 되는 것인가. 돈과 집과 차가 필요하다. 그날 벌어 그날 사는 떠돌이여자에게 그런 것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철부지 셀비는 그것을 요구한다. 해변의 별장에서 살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다. 놀이공원에도 가야한다. 사랑하는 내 여자가 그런 부탁을 하는데 그 정도는 껌이다. 상류층만 드나드는 클럽에는 못갈까.

사랑은 그런 것이다. 린은 셀비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번듯한 직장을 갖기 위해 숱한 면접을 본다. 하지만 경력이 그것말고는 없는 그녀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할 수는 없다.

그녀는 배운것이 도둑질이라고 다시 자기만의 특기를 활용하기로 한다. 그럴듯한 표정과 제스처로 지나는 차를 불러 세워 흥정을 벌인다. 어린 두 아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아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두 여자의 위험한 사랑은 마침내 파국을 맞았다. 사형선고보다 더 아픈 것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아픔이었다.
▲ 두 여자의 위험한 사랑은 마침내 파국을 맞았다. 사형선고보다 더 아픈 것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한 아픔이었다.

노골적으로 거래를 제의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련한 여자도 돈과 몸을 맞바꾸자고 제의하기보다는 이런 식이 좀 더 세련돼 보인다는 것을 그녀는 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은 쉽게 벌리지 않는다.

변태 성욕자를 만나 죽음의 위기에 처한 린. 그녀는 살고 싶다. 어쩌면 셀비가 날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강한 집념으로 묶인 줄을 풀고 자신을 묶은 남자를 총으로 살해한다. 총의 나라 미국이니 총은 사방에 널려 있고 그 총은 살인의 유용한 무기가 된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살인을 경험한 그녀는 차와 돈과 아늑한 집과 더 큰 이익을 위해 몸 을 무기로 강도와 연쇄 살인을 시작한다. 그 무렵 따뜻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부모 친구의 애정을 받고 있던 셀비는 이런 생활에 진저리를 친다.

언제나 쪼들리는 삶은 셀비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랑하는 연인이 그러하듯이 린과 셀비도 다툰다. 그러다 화해하고 다시 다투고 끊임없는 불화를 겪는다. 린은 작정한다. 크게 한 탕해서 여기를 뜨자. 승산이 있다. 한밑천 잡자.

다행히 지금까지의 살인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용의 선상에 오른 적도 없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퇴역한 경찰을 죽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마음씨 착한 중년 남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살인한다.

그녀는 그가 지금까지 만난 남자와는 달리 아내도 좋아할 거라고 말하는 이 남자가 천사라는 것을 알지만 죽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진 것을 다 준다고 해도 그녀의 손은 방아쇠를 당긴다.

죄는 쌓여 가고 이제 그녀는 받을 벌만 남았다. 영화 초반부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관객은 그것이 실화든 허구든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거리의 여자로 사는 삶의 고단함이 큰 바위로 내리 짓누르는 고통만으로도 견디기 벅차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독일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티나 리치

평점:

: 린은 체포돼 감방에 갇혀 있다. 운 좋게 셀비와 통화가 된다. 기한이 지난 영장으로 청구됐다. (탈출의) 기회가 한 번 더 있다. 내가 준 돈은 가지고 있느냐. 셀비는 묻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또렷하게 대답한다.

그리고는 다 네가 저지른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 옆에는 여러 명의 수사관이 대화 내용을 듣고 있다. 재판이 시작됐다. 셀비는 손가락으로 린을 정확하게 지목한다. 모든 범행은 린의 한 일이라는 것을 증언한다.

공범에서 벗어나기 위한 셀비의 그 표정은 냉정하고 싸늘하다. 어쩌면 그녀가 날 사랑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죽지 않고 살고자 했던 린은 사랑하는 셀비에게 철저하게 버림을 받는다. 마지막 순간에 사랑은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셀비의 그 눈을 보고 린은 눈치챘고 남자들에게 당했던 것보다 백배 천배 더 큰 상처를 그녀에게 받았다. 그녀는 몇 년을 살다 처형됐다. 린은 비로소 평화를 얻었다. 죽어서야 얻은 안식이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세라처럼 밑바닥 여자의 처절한 사랑은 끝이 났다. 잠시나마 델마와 루이스처럼 자유를 얻었다. 구질구질하게 삶을 연명하지 않았다. 린은 삶이 있는 한 사랑이 있다는 그 좋은 말을 버렸다.

자신이 한 일을 자신도 용서할 수 없으나 셀비조차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것에 사람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 사랑은 계속될 거라는 그 말은 레오 스피드 웨건의 노랫말에서만 존재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의 삶을 산 거리의 여자 린은 사회와 국가가 만든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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