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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궁경부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 희망, 키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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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궁경부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 희망, 키트루다
  • 의약뉴스
  • 승인 2023.09.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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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임명철 교수

[의약뉴스] 자궁경부암은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15-34세 여성의 주요 암 발생률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여성층을 위협하는 암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도입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발병률도 줄어들고 있지만, 진행성 암 환자에게서 효과적인 치료 부족으로 사망률 감소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이 위험한 것은 단순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 임명철 교수.
▲ 임명철 교수.

자궁경부암 재발 환자 중 50%는 1차 치료 1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한다.  나머지 절반도 3년 이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3 이는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원격 전이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5.9%에 불과하다.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는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진행성 자궁경부암은 오랫동안 파클리탁셀+시스플라틴 병용요법 등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해왔다. 수년 전부터 신생혈관억제제인 베바시주맙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여 재발을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지만, 장천공, 고혈압, 단백뇨와 같은 약제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이처럼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법의 발전이 더딘 자궁경부암에도 1년 전부터 ‘키트루다’라는 면역항암제가 국내에 도입되었다. 키트루다의 국내 허가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단순히 치료 효과를 높이거나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도 삶의 질을 유지한 상태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치료 옵션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궁경부암 환자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삶의 질 저하’다.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궁경부암은 여러 암 중에서도 유독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로 치료 이후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6배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키트루다는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해서 사용했을 때 기존 약제 대비 안전성에 유의한 차이가 없으며 삶의 질을 유지한 상태로 좋은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수술과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며 자궁경부암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키트루다의 KEYNOTE-826 3상 임상 결과를 보면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8.6개월(95% CI, 22.1-38.0)이다.  전체 생존기간 개선을 입증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2년을 넘어 30개월에 가까운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 대조군(16.5개월; 95% CI, 14.5-20.0)과 비교했을 때 1년 이상의 생존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68.5%(62.6-74.0)로 대조군의 50.9%(44.8-57.0) 대비 17.6% 상회하는 결과치를 나타냈으며, 그 중 25.6%, 즉 4명 중 1명은 치료 후 암이 관찰되지 않는 상태인 ‘완전 관해’를 보였다.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mDOR)도 19.2개월(1.3+ to 40.9+)로 대조군 10.4개월(1.5+ to 40.7+) 대비 2배에 가까운 지속기간을 기록했다.6

실제 임상 사례를 소개하자면, 항암방사선 동시 치료 이후 다발성 폐전이로 인해 숨이 찬 30대 후반의 젊은 자궁경부암 환자가 가족과 함께 힘겹게 내원한 적이 있다. 환자는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상태였는데, 이 환자에게 면역항암제와 신생혈관억제제 그리고 항암치료 4제 병행요법의 임상연구 결과와 투약절차에 대해 안내 후 치료를 시작했다. 첫 투약 이후 숨찬 증상이 개선되었고, 3차 투약 이후 영상검사에서 폐전이가 확연하게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암치료를 포함한 4제 요법을 6차까지 투약했을 때 폐전이 소견은 확연하게 감소했고, 호흡 관련 부작용이 소실되면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는 4제 요법 6차 투약 이후 키트루다+신생혈관억제제를 유지요법으로 사용 중이다.

암환자에게는 생존율 향상뿐만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 너무 중요한 이슈이고, 이러한 결과를 보이는 임상연구 결과가 앞으로도 계속 도출되었으면 한다. 키트루다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 1차 표준치료법으로 우선 권고(Preferred regimen)되는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 선택이 제한되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급여 확대에 대한 합리적인 검토가 이루어져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성적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치료 선택의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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