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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더 포스트(2017)- 전쟁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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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더 포스트(2017)- 전쟁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3.09.14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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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어떤 선택은 다른 선택에 비해 더 무거울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진 위치에 따라. 더 지위가 높고 더 많이 가질수록 선택의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는 베트남 전쟁이 배경이다. 전쟁 기간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희생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더 커 갔으나 정부는 그것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펜타곤 페이터가 공개되면서 대통령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정부의 말이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반전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닉슨 정부는 언론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타임지가 했다. 그러나 국익에 위배 된다는 이유로 후속 보도는 막혔다. 타임이 주춤거릴 때 뉴욕 타임스가 한 방 터트렸다. 백악관은 뒤집혔고 법정 소송에 들어갔다. 그 즈음 지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도 수천 쪽에 이르는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박진감이 넘친다. 어렵게 입수했으나 보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사주이며 발행인인 캐서린( 메릴 스트립)은 심각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 보도를 한다면 자신은 물론 회사를 잃을 수도 있다.

▲ 진실은 오랫동안 감춰졌지만 결국 세상에 알려졌다.
▲ 진실은 오랫동안 감춰졌지만 결국 세상에 알려졌다.

아버지와 남편의 사망으로 얼떨결에 사주가 됐으나 신문사에 대한 애정은 넘쳐났다. 그 즈음 회사는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고 사세를 확장할 꿈에 부풀어 있는데 이같은 중차대한 선택에 맞닥트린 것이다.

법무부는 국익을 내세우고 보도할 경우 법적 책음을 묻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말로만이 아니다. 이때 회사 변호사 등장한다. 그는 편집장 벤( 톰행크스)에게 하나의 제의를 한다. 당장 보도하기보다는 법무부에 인쇄날짜를 사전에 통보하자는 것.

벤은 단호히 거절한다. 정부의 허락을 받고 기사를 쓸지 말지 결정한다면 그게 언론인가, 하고 말이다. 자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제 선택은 발행인 캐서린에게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다.

편집국은 둘로 나뉜다. 겨우 상장한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험을 피하자는 것과 진실을 보도하자는 쪽으로 대립한다. 결과는 알 것이다. 영화이기 전에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진실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인쇄를 결정한다. 투자자 쪽의 의견 가운데는 심각한 경영상의 잘못이 있다면 이라는 단서도 있지만 신문의 사명 가운데는 탁월한 뉴스 수집과 보도라는 조항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언론은 통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피치자를 위한 것이라는 말도 뒤따른다. 대통령 혼자서 나라를 운영하게 둘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진실의 선택은 이런 한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되지만 어디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가진 것이 많은 캐서린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있으면서도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진실을 향한 용기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닉슨 정부는 재판에서 패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 전에 법무부 직원은 캐서린에게 당신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기를 바란 사람은 닉슨과 그 추종자들을 제외한 모든 국민의 바람이었다는 것을 공무원의 입을 통해 감독은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닉슨만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퍼트렸을까. 베트남 전쟁과 연관이 있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는 여기서 자유로울까.

적어도 베트남 전쟁만 놓고 보면 그들 역시 닉슨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영화의 판단이다. 언론은 언제나 힘센 자들의 압박 앞에 서 있다. 타협하고 감추면서 진실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처럼 거대한 권력과 ‘맞짱’뜨는 경우도 간혹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것은 역사를 진보시키는 힘이다.

국가: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평점:

: 전쟁은 무엇으로 기억되는가. 소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소총 소리, 부상병이 지르는 비명. 그리고 색깔로 기억되기도 한다. 야간 침투 시 얼굴에 바르는 검은 칠, 알록달록한 군복, 흘리는 붉은 피.

그런가 하면 이 영화처럼 정치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전쟁은 군인이 하지만 시작과 끝은 정치가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진실과 거짓으로 기억된다. 감추고 숨기는 정부일수록 전쟁은 수렁에 빠지기 쉽다.

베트남 전쟁에서 정부는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발표는 언제나 그 반대였다. 장관은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어렵다는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기자들 앞에서는 잘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리냐의 문제일 뿐 드러나게 돼 있다.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 군주의 시대에도 그랬다. 쉽고 편한 길 대신 어렵고 울퉁불퉁한 길을 간 캐서린 같은 선택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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