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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법률사무소 김준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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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법률사무소 김준래 변호사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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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게 인정되던 사무장병원 판단기준, 대법원이 제동

[의약뉴스] 최근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라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준래법률사무소의 김준래 변호사(법학박사,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사무장병원의 판단기준을 대폭 완화했다”며 “새로운 기준에 의하면, 외형상으로만 의료법인 형태를 갖춘 경우에 한해 사무장병원으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준래 변호사.
▲ 김준래 변호사.

◇대법원, 구체적이고, 새로운 판단기준 제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으로 기소된 A의료법인 이사장 B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비의료인인 B씨는 지난 2006년 A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C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다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은 B씨가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B씨가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때 일부 재산출연을 가장했고, 이사장 지위에서 보수를 과다하게 지급받았으며, 자신의 배우자 등 임직원들에게도 과다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영리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준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대여받거나, 비의료인이 법인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기서 비의료인이 법인명의를 대여받는 것은 다시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대여받는 경우와 의료법인의 명의를 대여 받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여러 유형 중에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개설ㆍ운영에 관여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의료법인이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의 분석처럼 대법원 역시 이번 판결에 대해 “수범자인 비의료인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법원의 평가에 대해 김 변호사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과정에 자금을 투하했거나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사무장병원 판단기준에 의하면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의료인이라 하더라도 경영진의 지위에서 의료기관의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가 있다”며 “종전의 사무장병원 판단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한편으로는 의료법령에 따라 적법한 관여를 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법한 사무장병원 개설ㆍ운영이라는 모순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과거의 판결들을 폐기하고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즉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 판결이 끼칠 영향은?
김준래 변호사는 대법원이 제시한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하기 위한 판단기준’은 매우 엄격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의료법인이 사무장병원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주도했어야 하고, 비의료인이 외형만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 목적으로 악용했어야 한다”며 “의료법인에 재산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이거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요건들을 모두 갖췄을 때만 사무장병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세 가지 요건을 동시에 모두 갖춘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사무장병원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김준래 변호사.
▲ 김준래 변호사.

특히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악용하거나 의료법인의 공공성ㆍ비영리성을 일탈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되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개설자격을 위반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한 것으로 평가돼 처벌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있어서 5명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개진했다”며 “반대의견의 입장은, 구체적인 사정들을 모두 종합해 볼 때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주도했고, 이로인해 공공성 및 비영리성이 형해화 되며, 사익을 추구했다면 사무장병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지금까지의 판단기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대 입장에 의하면, 아주 엄격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는 이번 대법원 판단은 의료법인 개설ㆍ운영 의료기관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무장병원 금지제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함으로써 영리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로 인해 과잉진료 등이 이뤄져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상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라며 “다만 사무장병원의 판단기준을 폭넓게 인정하다 보니, 의료법인이 개설ㆍ운영하는 의료기관들까지도 아주 쉽사리 사무장병원에 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의료법인 개설ㆍ운영의 의료기관들은 사실상 사무장병원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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