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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이어 뇌파계까지, 대법원 "한의사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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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이어 뇌파계까지, 대법원 "한의사 사용 가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8.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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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계 사용해 자격 정지된 한의사 상고심...의 ‘판결에 유감’-한 ‘공정한 판결’
▲ 대법원이 지난해 연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에 이어, 뇌파계 역시 사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 대법원이 지난해 연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가능하다는 판결에 이어, 뇌파계 역시 사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의약뉴스] 지난해 연말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이어, 뇌파계 역시 사용 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자격정지처분 취소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9월경부터 약 3개월 동안 B한의원을 운영하면서 C사가 생산ㆍ판매하는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했다.

뇌파계란 뇌세포 활동 등에 의해 생기는 전기생리학적 변화, 즉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를 통해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이다.

뇌파계는 지난 2009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구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에 의해 2등급(사용중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있으나 생명의 위험 또는 중대한 기능장애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어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을 받았다.

복지부는 A씨에 대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및 경고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뇌파계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로 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위해도 2등급에 속하고, 2등급에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전자혈압계 등이 속해있다”며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보조적으로 뇌파계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치매 진단에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2심 재판부는 “뇌파계 사용에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위해도가 높지 않으며,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는 없다”며 “A씨가 뇌파계를 파킨슨병 및 치매진단 등에 사용한 행위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복지부의 자격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한의사 뇌파계 사용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자, 의-한 간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은 7년 전 내려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한의사가 현대 진단기기인 뇌파계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혀준 판결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들어 초음파와 뇌파계 등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당국은 이 같은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따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이를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 진단기기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이자 문명의 이기로, 이를 적극 활용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며 “초음파와 뇌파계 등 다양한 현대 진단기기로 보다 더 효과적인 한의약 치료를 시행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현행 의료법이 의료와 한방의료를 이원화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협은 “지난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판결에 이어 뇌파계까지 사실상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는 과정에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민과 환자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과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며 “의료법은 의료인 면허 제도를 통하여 의료행위를 엄격한 조건하에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의료인도 각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이 각 의료직역의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파괴해 버리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건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그 결과, 무면허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며 “한의사들이 판결의 의미를 오판해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한의사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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