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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위대한 유산(1860)- 신사를 길러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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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위대한 유산(1860)- 신사를 길러낸 사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3.07.13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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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하면 영국이다. ‘영국 신사’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영국에 산다고 해서 다 신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핍 같은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핍은 고아다. 괴팍한 성격의 누나 집에 얹혀 산다.

매형 조는 대장장이다. 불꽃을 튀기는 험한 일로 겨우 먹고 산다. 의붓자식만도 못한 핍이 신사로 성장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주인공 매그위치를 보자. 여러 가지 범죄로 감옥에 갇혀 있다가 탈옥했다. 핍과 조와 매그위치 이 세 사람은 영국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자랐으나 신사와는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천한 사람이 그들이 갈 길이고 그것은 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예외없는 규칙이 없듯이 그런 그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분다.

어느 날( 언젠가 말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 사건은 어느 날로부터 시작한다고.) 핍은 궁상맞은 집을 벗어나 춥고 눅눅한 해안가 습지대를 찾는다. 부모님 묘소가 있기 때문.

거기서 그는 앞서 언급한 탈옥수 매그위치을 만난다. 만났다기보다는 잡혔다. 먹을 것을 가져와라. 발목의 커다란 수갑을 자를 줄칼을 가져와라. 이 사실을 알리면 넌 죽은 목숨이다.

이런 협박을 받은 어린 핍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찰에 신고했을까. 아니면 한눈에 봐도 허기지고 곧 죽을 것 같은, 비록 얼굴에 흉터가 있고 말을 험하게 하는 불쌍한 그를 위해 그가 요구한 것들을 가지고 갈까.

핍은 탈옥수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준다. 그리고 그런 끔찍한 기억을 잊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러간다. 그 사이 핍은 어떤 후원자의 덕분에 런던에 가서 신사 교육을 받는다.

▲ 꼬마 핍은 탈옥수 매그위치에게 먹을 것을 갖다준다. 이후 둘은 후원의 관계로 이어진다.
▲ 꼬마 핍은 탈옥수 매그위치에게 먹을 것을 갖다준다. 이후 둘은 후원의 관계로 이어진다.

신사가 될 확률이 제로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핍은 배웠고 잘 입고 잘 입는다. 사춘기로 넘어선 핍의 눈에 에스텔러가 눈에 들어온다.

부서져 내리는 고성에서 사는 미스 해비셤의 양녀가 바로 그녀가 되겠다. 성격은 모질고 사납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을 예쁜 얼굴을 타고난 에스텔러.

핍은 연정을 느낀다. 너와 백년해로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신사가 되고 싶다. 그러나 에스텔러는 어디서 굴러온 돌조각 하나가 감히 나를 넘보냐며 욕을 하고 하대하고 심지어 보기 좋게 따귀까지 올려붙인다.

하인이나 종의 신분에 불과한 핍은 얻어터지고도 대항하지 못한다. 세월은 또 흐른다. 어느 날 변호사 제거스는 핍에게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후원자가 너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 줬음을 통보한다.

쓰고 싶은 만큼 쓰고 청구서만 들이밀면 되는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이다. 요샛말로 하면 로또에 당첨이 된 것이다. 핍은 조금은 방탕한 생활을 한다. 낭비벽도 있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사들인다. 부채는 늘어난다. 풍족한 생활을 하려고 빚을 냈기 때문이다. 후원자의 계속적인 지원이 없으면 파산할 지경이다. 그런 또 어느 날 누나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대장간을 떠나 온 후 오랫만에 고향을 방문해 장례식에 참석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를 반기는 매형 조. 사실 조는 누나에게 핍이 학대를 당하고 세상사 때문에 깊은 시름에 잠겼을 때 친구나 아버지처럼 언제나 자기편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를 도와주고 싶지만 이미 신사 언저리까지 온 그가 조 같은 하찮은 인간을 만난다는 것이 영 꺼림칙하다. 뒤로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다시 만났다.

배은망덕한 핍. 조는 나리라고 부르며 신사로 성장한 핍을 깍듯이 대한다. 그러지 마세요. 매형. 핍의 본성은 따뜻하다. 잠시 나갔던 것이 다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다.

죄수를 동정했던 핍의 마음은 악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례식이 끝났다. 조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핍은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에스텔러와 핍이 결혼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녀의 양 어머니 미스 해비셤은 여러 차례 둘이 그렇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또 말하고 있어 독자들은 둘이 결혼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핍의 열정과 비록 드러내지는 않지만 점차 그에게 호감을 갖는 에스텔러. 그러나 영리한 작가는 그러지 않는다. 핍이 보기에 형편없는 돈으로 산 겉만 신사와 결혼시킨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의 핍. 그는 누나와 함께 있을 때 알게된 비디라는 마음씨가 천사보다 고운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도 언제나 핍을 생각했으니 꿩 아니면 닭이라고( 이런 표현 말도 안되지만.) 곧 둘이 골인할 것처럼 보인다.

핍은 대장장이 조를 방문한다. 그런데 조와 비디가 다정하다. 팔짱을 끼고 있다. 우린 결혼할 거야. 이 사람은 내 평생 배필이냐. 어,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핍은 그러나 질투하거나 화내지 않고 둘을 축복한다. 그러면 이제 핍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후원자가 누구인지 실체를 밝히는 일만 남았다.

다들 미스 해비셤 일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의외의 인물이다. 바로 어릴 적 자신이 탈출을 도와준 매그위치다. 어느 날 매그위치가 핍을 찾아 런던을 찾아왔다.

그리고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찰스 디킨스는 <위대한 유산>에서 어린 핍의 성장 과정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렸다.

특히 신사에 주목했다. 돈만 있으면 신사인가. 아니면 돈은 없어도 인격이 있으면 신사인가. 도덕적으로 부족함이 없어야 신사인가. 답은 짐작한 대로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 재력과 덕성과 도덕이 삼박자가 돼야 진정한 신사다. 그런 면에서 핍은 신사의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한때 방황했고 낭비했으나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알고는 처음으로 돌아와 마침내 신사의 반열에 올랐다. 이 모든 것은 매그위치의 위대한 후원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말한다. 난 비록 무식쟁이지만 훌륭한 신사를 기르고 있다고. 드디어 인간의 품격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하는 핍. 그는 진정 영국 신사의 전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 런던에 온 매그위치의 이후의 행보가 궁금할 것이다. 그는 도망지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운이 좋은 사람보다 백배나 운이 좋았다. 운은 그가 남보다 열심히 일하고 번 돈을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알뜰히 모은 덕분에 생겼다.

나는 변변치 못하지만 핍을 신사로 키우겠다는 열망 하나로 그는 돈을 쓸어 담았다. 번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핍은 어렷한 신사가 됐다. 목적한 바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매그위치는 런던에서 여전히 사형수 신세를 면치 못한다. 핍은 그를 안전한 장소로 빼내기 위해 어릴 적 친구인 허버트와 함께 공동전선을 편다.

하지만 매그위치는 경찰에 잡혔다. 그가 죽기 전 핍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고 결혼하려고 했던 에스텔러가 그의 딸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알렸다.

그러나 부녀의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위대한 유산>은 찰스 디킨스의 다른 걸작 <올리버 트위스트>. <데이비드 코퍼필드> <두 도시 이야기>, <크리스마스 캐럴>에 비교해 월등한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그래서 세계인들은 또 다른 셰익스피어로 그를 추앙하고 있다. 조, 제거스, 웨믹, 올릭 등 다른 출연자들의 성격도 흥미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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