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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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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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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으로 버티는 소청과 의사, 사회적 인식 개선해야

[의약뉴스] 수년 전부터 소아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올해만큼 소아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가 이슈의 중심이 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무너진 것부터, 한계를 느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폐과를 선언하기 까지, 올해 상반기 의료계 이슈는 ‘간호법’과 함께 ‘소아청소년과’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부터 폐과 선언, 그리고 ‘노키즈 존 학술대회’까지 굵직한 소청과 현안의 중심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 있었다.

올해로 4번째 소청과의사회 회장을 맡아 소청과 의사회원들의 권익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임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소청과를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소청과를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해 이야기 했다.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소청과를 둘러싼 여러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폐과 선언과 노키즈존 학술대회
지난 3월 임현택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소청과 폐과를 선언했다. 

당시 임 회장은 지난 5년간 600여개가 넘는 소청과가 폐업했지만,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 중이어서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면서 폐과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폐과 선언으로부터 3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소청과 회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임 회장은 “회원들은 하나같이 이미 폐과 상태나 다름없는 상태라, 폐과 선언에 대해 ‘너무 잘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폐과 선언 전보다 소청과에 온 환자 보호자들이 아이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하고, 소청과 그만 두지 마시고 오래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듣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고 소청과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상황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는데, 젊은 분들부터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소청과의사회는 폐과 선언 이후, 지난 11일에는 더케이호텔에서 ‘소아청소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등록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700여명으로, 계속된 소청과의 어려움을 반증하듯 많은 의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강의는 ▲고지혈증 핵심정리 ▲보톡스 핵심포인트 ▲폐 기능 검사기계를 활용한 성인 천식의 진단과 치료의 실제 ▲당뇨의 진단과 관리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이해와 한국 의료 해외 진출 전략 ▲현지조사, 현지 확인 대처 ▲하지정맥류 진단과 치료의 실체 ▲비만치료의 실전적용 등으로 구성했다.

노키즈존 학술대회에 대해 임 회장은 “지난 3월 폐과 선언 이후에 회원들이 소청과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도록 실행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학술대회로, 짧은 준비기간에도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고, 연자 분들도 섭외할 수 있었다”며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술대회 당일에는 자리가 모자라 보조의자를 놔야 할 정도로 많은 회원들이 학술대회를 찾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이 통합된 지 30년간 소청과 수입의 대부분인 진찰료가 물가 대비 오히려 깎였고, 14년간 국가필수예방접종 시행비도 역시 깎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상황이 겹치니 다른 나라와는 달리 오직 환자 수를 무한정 많이 봐서 몇 십 년 간 겨우 소청과를 유지해 왔던 상황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외국처럼 하루에 20명의 아이들만 진료하고도 소청과가 유지됐다면 아이들이 예쁘고, 증상이 빨리 좋아지는 것을 매력으로 느껴 소청과를 선택한 의사들이 진로 전환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떤 직장인이 30년간 월급이 깎이고 10년 전보다 수입이 28%가 줄었다면 그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술대회 이후, 회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으로, 오는 9월에는 2차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소청과는 아침에 출근 하면 30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접속부터 하고 환자를 보는 의사회 사이트 게시판이 있다”며 “대부분의 회원들이 강의 내용에 대해 호평했고, 구체적으로 더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도 많았으며, 지방에서도 진행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고 전했다.

 

◆소청과의 위기, 정부ㆍ정치권ㆍ의협의 반응은?

소아의료체계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정치권에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지원을 지시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소청과 문제 해결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국민의힘이 구성한 테스크포스에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임현택 회장은 “국민의힘 테스크포스는 제가 여당에 요청해서 만들어졌다”며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부터 2차병원 소청과, 대학병원, 상급병원에 이르기까지 이미 무너져서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는 유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정상화하고 근본 틀부터 바꿔 앞으로 백년이상 갈 튼튼한 건물을 짓자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소청과뿐만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심장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안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마취과 등 소아 연관 과들의 의료 인프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문제들을 잘 알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의료 현장에서 분명히 작동 가능한 여러 해결책들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임 회장은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의 행보가 더디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이제까지 소청과 문제를 논의하자는 정부의 요청은 굉장히 많았지만, 우리가 복지부 쪽과는 할 얘기가 없다고 잘랐다”며 “소청과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국민 설득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하면, 처음 논의를 시작했던 복지부 공무원은 그 자리에 없고, 새로운 사람이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당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며 “복지부나 질병청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주의로 1, 2년만 책임을 모면하고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만 하는 이상, 이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 대화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또 “그러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긴급 만남을 요청해 이 자리에서 소청과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듣고, 해결될 때까지 다섯 번이든, 여섯 번이든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했다”며 “그 자리에는 의료현안협의체 복지부 측 단장인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도 있는데, 박 차관은 제가 말한 사안들을 일일이 받아 적고, 이 정책관에게 검토를 지시하는 성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임현택 회장.
▲ 임현택 회장.

이어 “30년 간 소청과 의사들은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 공은 복지부 쪽에 넘어가 있다”며 “앞으로 소청과 의료 인프라가 동네 소청과 의원부터 대학병원까지 다시 바로 설지 여부는 전적으로 복지부와 질병청, 기재부등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 회장은 소청과 문제 해결에 있어 의협의 역할에 대해선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의료현안협의체 위원으로 저를 추천했지만, 의협은 3개월이 지났음에도 협의체 위원으로 부르지 않고 있다”며 “이필수 회장 당선 직후, 의협 이상운 보험부회장이 저를 만나 소청과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 한다고 이야기만 하고 1년이 넘도록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심지어 제가 복지부 고위 당국자와 이야기해서 다 끝난 사안에 끼어들어 자신들이 나서서 해결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면서 “이필수 회장이 의협 회장이 된 이후, 좋아진 건 재활 2차병원을 운영하는 이상운 부회장과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의협 집행부가 소청과를 포함한 필수의료뿐 아니라 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리라는 기대도, 예상도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율적인 소청과 살리기 대책은?

임현택 회장은 효율적인 소아청소년과 살리기 대책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꼽았다.

그는 “소아청소년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존재라는 특성이 있는데, 그들을 잘 교육하고, 잘 먹이고, 잘 키우면 국가 발전을 위해, 들인 돈의 몇 십 배를 벌어다 주는 존재”라며 “기본적으로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루는 귀중한 존재이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 문제도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든 일이 되지 않고 즐거운 일이 될 때 극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소청과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아니라 투자 자체가 전무하다시피 한다”며 “아이 부모들은 아이 키우는데 보람을 느껴 둘째, 셋째 아이도 낳고 싶은데 아이가 치료를 못받을 걱정으로 못 낳겠다고 하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지적했다.

또 “소청과에 대한 투자가 비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에 투자되는 엄청난 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소청과에 투자할 필요 없다는 얘기는 불도 자주 안 나는데 소방서는 왜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효율적인 소청과 살리기 대책은 전문의 반 이상이 근무하고, 환자들의 대부분을 본인들이 감당해 대학병원에 의료수요가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각 직역 모두에게 소송 같은 위험은 줄이고 합당한 대가를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늘 사망이나 뇌성마비 같은 중대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들을 하는데 결과가 나쁘다고 이에 대한 면책 특례가 없다면 어떻게 소청과 전공의 지원을 할 수 있겠나”며 “그동안 잠재된 위험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소청과를 전공하고 싶었던 인턴의사들이나 의대생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임 회장은 국민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소청과 전문의는 23개 임상과 중에 보상이 형편없이 적음에도, 아이들이 좋아서, 의사로서의 사명감으로 힘든 여건에서도 진료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런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못해 줄 망정, 욕 하거나 매도를 해서 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또 “의사들도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의약분업 전에는 환자가 치료를 받다 숨지면 유족들이 장례를 치르고 의사에게 와서 임종 때까지 잘 치료해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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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3-07-10 12:21:35
소아과 진료비는 정부가 책임져라.
소아 청소년과 병원이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으로 문 닫는다”라고 하는데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핵심 포인트', 또 '1타 강사님이 족집게 강의하는 고지혈증 핵심 정리' 이런 제목의 강연들이 열렸는데요.
모두 성인 만성 질환이나 피부, 미용 시술 관련 강연이었습니다. 당시 이 강연을 들으러 무려 소아 청소년과 의사 600명이 왔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고 합니다.
악성 민원은 일종의 변명이고 소아과 의사들만이라도 원하는 수준으로 진료비를 올려주면서 진료비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출생아 감소로 허덕이는 나라에서 소아 청소년과 병원이 부족하여 지방에서 출생하는 소아 부모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라고 하니 이것이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윤석열 정권에 묻고 싶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