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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진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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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진료교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6.13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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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전문응급센터, 소아전문편의의료센터로 전락했다”

[의약뉴스]

“중증소아응급환자를 위해 만든 권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현재 소아전문편의의료센터로 전락해버렸다.”

최근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자 현장에서는 경증 환자 이용을 제한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중증소아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만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마찬가지로, 일부 환자 보호자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진료교수는 지난 9일 열린 대한아동병원협회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아청소년 보호자들의 응급실 이용 행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진료교수는 소아청소년 보호자들의 응급실 이용 행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조병욱 진료교수는 소아청소년 보호자들의 응급실 이용 행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현재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서울에 3곳, 인천에 2곳, 경이, 충남, 경남, 대구, 세종에 각 1곳씩 총 10개 병원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급의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이 지정, 응급 중증 질환 소아환자를 위한 지역별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 교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내원 환자는 과연 진짜 중증일까”라고 화두를 던진 뒤, “현재 근무 중인 비수도권 의료기관에서는 평일 60명, 유일 140여명 정도의 내원 환자가 있지만 응급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아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이 명시돼 있다.

응급증상은 ▲신경학적 응급증상(급성의식장애, 급성신경학적 이상, 구토ㆍ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두부 손상) ▲심혈관계 응급증상(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증상, 급성호흡곤란, 심장질환으로 인한 급성 흉통, 심계항진, 박동이상 및 쇼크) ▲중독 및 대사장애(심한 탈수, 약물ㆍ알콜 또는 기타 물질의 과다복용이나 중독, 급성대사장애) ▲외과적 응급증상(개복술을 요하는 급성복증, 광범위한 화상 관통상, 개방성ㆍ다발성 골절 또는 대퇴부 척추의 골절, 사지를 절단할 우려가 있는 혈관 손상, 전신마취하에 응급수술을 요하는 중상, 다발성 외상 ▲출혈(계속되는 각혈, 지혈이 안되는 출혈, 급성 위장관 출혈) ▲안과적 응급증상(화학물질에 의한 눈의 손상, 급성 시력 손실) ▲알러지(얼굴 부종을 동반한 알러지 반응) ▲소아과적 응급증상(소아경련성 장애) ▲정신과적 응급증상(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응급증상에 준하는 증상은 ▲신경학적 응급증상(의식장애, 현훈) ▲심혈관계 응급증상(호흡곤란, 과호흡) ▲외과적 응급증상(화상, 급성복증을 포함한 배의 전반적인 이상증상, 골절ㆍ외상 또는 탈골, 그 밖에 응급수술을 요하는 증상, 배뇨장애) ▲출혈(혈관손상) ▲소아과적 응급증상(소아 경련, 38℃ 이상인 소아 고열) ▲산부인과적 응급증상(분만 또는 성폭력으로 인하여 산부인과적 검사 또는 처치가 필요한 증상) ▲이물에 의한 응급증상(귀ㆍ눈ㆍ코ㆍ항문 등에 이물이 들어가 제거술이 필요한 환자)이다.

문제는 이러한 응급증상 또는 응급증상에 준하는 증상이 아님에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오려는 소아환자가 많다는 것.

조 교수는 “응급증상에 준하는 증상이 대부분이고, 특히 8세 이하의 38도 이상인 고열이 많다”며 “고열에 대한 정의가 온도만 정해져 있다 보니 그날 시작된 고열 또는 내원 30분전 시작된 발열로 내원하기도 하고, 응급에 준하는 증상도 아니지만 내원 15분전에 구토 1회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경우도 하루에 1~2명씩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겪은 일 중에선 오전 11시에 119에서 34개월된 남자아이가 발열이 있다고 응급실로 오겠다고 이송 문의가 들어왔다”며 “나중에 환자 보호자가 하는 말이 아동병원에 접수했더니 대기가 3시간이라는 말에 빨리 진료받고 싶어서 119를 이용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역별 권역센터 지정에 의한 문제는 거리가 아닌 과밀화

조병욱 교수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지정, 발생하는 문제는 다수의 환자가 한곳으로 몰리게 되면서 발생한다”며 “최근 지역간 이동이 용이하도록 고속도로 및 고속화국도가 확충돼 있어 접근성은 더 좋아져 거리는 멀지만 1~2시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 야간이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어렵지 않게 거점 중심의 응급실로 환아의 보호자들은 모두 달려온다”며 “소아응급의료에서의 문제점은 과밀화로, 중증 응급환자를 위해 만들어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경증환자의 과밀화로 인해 제기능을 하기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들면 내가 근무하는 기관이 소아응급구역에 가용가능한 병상수는 7개로, 입원 대기 환자가 3~4명만 돼도 운용가능 병상 수는 3~4개 밖에 되지 않는다”며 “입원 대기환자가 해소되기 전까지 오는 모든 환자를 단 3~4개 병상으로 운용해야 하고, 중증환자 1~2명만 와도 검사 및 처치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용병상 숫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가용병상 숫자가 1~2개만 남게 되고 그 상태로 내원환자 수십명을 맞이하게 되니 진료대기가 몇 시간씩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경증환자와 과밀화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중중환자를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주말 야간의 경우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 접수하는 환자들의 숫자는 거의 분단위로 한명씩 늘어나는데 대부분 경증환자”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가능한 병상이 적은 상태에서 수많은 환자가 몰리면, 아니 설사 모든 병상이 다 운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환자 1인당 필수한 최소한의 진료시간이 있기 때문에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진료 후에 검사 및 치료에 걸리는 시간 또한 길어지게 된다”며 “지연되는 시간으로 인해 중증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제공이 어렵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소아 중증 응급환자를 위해 만든 권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이용은 자유롭고, 환자가 응급이라고 하면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실 이용의 문턱이 없는 상황”이라며 “응급실이 과밀화돼 정상적인 기능이 어려우면 경증이거나 응급이 아닌 환자를 거부하고 돌려보낼 수 있어야 원래 목적인 응급의료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제도적 장치 없이 지역 거점별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만들었다”며 “소아의 경우 방문해 진료 가능한 응급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응급, 비응급, 중증 경증 따지지 않고 모두 내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전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 조병욱 교수.
▲ 조병욱 교수.

조병욱 교수는 소아응급의료 이용 행태가 변해야 지속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안전은 불편함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모든 의료가 휴일과 야간에 제공될 수 없지만 현재 소아응급실에서 제공되는 의료는 응급이 아닌 것이 너무 많다”며 “단순 콧물감기로 내원하고 만 하루도 되지 않는 단순 발열 증상만으로도 내원하고, 구토 2~3번 했다고 내원하는데, 응급에 대한 판단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119는 응급이송 민원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내원하면 필요하지 않은 수액치료나 검사를 요구한다”며 “가용병상이 한정돼 있는데 수액치료나 검사를 진행하게 되면 응급실의 과밀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증환자를 1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거나 요구하는 수액치료나 검사를 거부했을 때 소아응급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료진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뿐만 아니라 병원 및 보건소 민원은 물론 고소 협박까지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중증소아응급환자를 위해 만든 권역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현재 중증 뿐 아니라 24시간 언제든지 어떤 질환으로도 이용가능한 소아전문편의의료센터로 전락해버렸다”며 “이로 인해 원래 목적인 중증 소아응급환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환경이 됐는데, 이는 만들기만 하고, 제도적 뒷받침을 하지 않은 채 의료진에게 떠넘긴 탁상행정 소아응급의료 대책이 만들어낸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응급의료를 안전하게 잘 운영하기 위해선 이를 이용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한다”며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한다면 그것을 누릴 국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정책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제도를 뒷받침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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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함 2023-06-13 23:55:20
소아 응급실에 대한 인력 지원 강화를 통해 현재보다 2-3배의 인력을 채용하고 권역센터 규모도 확장하여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경증 기준을 현실화하고, 경증에 대한 응급실 이용료는 현재보다 3배는 올려야 응급실 과밀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의료적 판단를 넘어서서 부당하게 요구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비보험 처리를 하고, 사보험에서도 지원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응급실 의료진에게 폭언 협박하는 진상에게는 진료 거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