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23:27 (금)
"한국의료는 화양연화 중, 의료위기 시작”
상태바
"한국의료는 화양연화 중, 의료위기 시작”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5.29 0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천대 의대 정재훈 교수..."수요자ㆍ공급자ㆍ관리자 모두 변화 필요"
▲ 정재훈 교수의 페이스북.
▲ 정재훈 교수의 페이스북.

[의약뉴스] 현재 우리나라 의료에 대해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하는 ‘화양연화’ 중이지만, 곧 위기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수요자인 국민, 공급자인 병원과 의사, 관리자인 정부 측면에서 변화를 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건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인 ‘필수의료’와 ‘의료위기’에 대한 글을 게재,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 의료비는 2021년 기준 8.8%를 차지하고 있으며, 필수의료나 공공의료에 대한 문제가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훌륭한 보건의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치명율의 경우,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기대 수명은 전 세계 최상위권이며, 의료에 대한 접근성 역시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 문제가 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처럼 응급의료체계의 어려움이 있지만, 개선은 계속 이뤄지고 있어, 예방 가능 외상 사망율은 2017년 19.9%에서 2019년 15.7%로 큰 폭으로 감소했고, 회피가능 사망율도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 것.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가 높은 성과를 거둬 온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높은 생산 가능 인구의 비율이라고 평가한다”며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거시적인 지표는 모두 악화, 미래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고 의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 초고령층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의료문제는 의료보장의 지속성 문제와 필수의료의 위기인데, 전자가 훨씬 더 중요하고 필연적 붕괴를 앞두고 있지만 문제가 드러나기에는 몇 년의 시간이 남았다”며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의 몇몇 사례로 이미 필수의료 현장은 붕괴되고 있는데, 사명감 또는 일에 대한 애정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버티던 윗세대들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동집약적인 의료의 특성상 필수의료의 붕괴는 인력부족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그 분야 전체의 현실과 전망의 결과 지표라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은 단순히 전체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력의 유입이 줄고 유출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필수의료에 종사해도 만족할만한 환경과 타 분야와의 상대적 격차를 줄여주지 않는다면 인력수급은 어려우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이 문제가 다 해결되는 마법 같은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 교수는 현재를 우리나라 의료의 ‘화양연화’라고 정의하면서, 이제 곧 의료위기가 찾아올 것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수요자(국민), 공급자(병원, 의사), 관리자(정부)의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국민의 관점에서 필수의료인 부분과 아닌 부분의 보장 분리가 필요하고, 필수 의료에 해당되는 분야라면 대부분의 비용을 국가가 보장, 필수의료에서 멀어질수록 본인의 부담과 책임은 늘어나야한다”며 “필수 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비급여 진료, 실손보험의 본인부담금 무력화 등을 대응할 수 있는 개념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높은 접근성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높은 접근성은 의료비용의 증가와 질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과학적 논리를 직시해야한다”며 “감기, 통증, 일상적 일률적 진단 검사, 영상 진단 등은 접근성을 줄여야 하고, 응급실에서 이어지는 과도한 경증 질환에 대한 진료도 국민의 부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자 측면에선 ‘모두를 만족할 수 없다’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의료 가격 산정은 행위별 수가제를 기반으로 하지만, 지불제도의 개편은 필수의료에서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며 “우리 사회가 필수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해야하는 서비스로 정의한다면 이는 사전에 보상돼야한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의 소아 환자, 외상환자, 심근경색환자를 감당해주는 대가로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단위 기관의 운영비를 전체 보장하거나, 최소한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공급자라도 새 지불제도의 패키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옵션을 줘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의학적으로 효과성이 불투명한 항목, 그리고 제공하는 가치 대비 과도하고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한다”며 “만약 효과성이 없고, 비용효과가 매우 낮은 영역을 의학적 행위에서 분리할 수 있다면 이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 실손보험의 본인부담금 무력화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재훈 교수는 관리자인 ‘정부’에게는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료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 비율은 증가할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율은 더 빠른 속도로 인상돼야하는데 이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생산가능인구세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별도의 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해야하는데, 특별 소비세를 일부 의료 영역에 적용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급여도 비급여도 아닌 의료 영역에 대해서 특별 소비세를 징수하고 이를 필수의료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면 명분과 성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양출제입’은 지출을 먼저 결정한 후 수입 계획을 세운다는 의미로, 올해 건강보험에서 나가는 지출에 맞춰 정부재원을 추가하고, 보험재정을 충당하는 형태”라며 “양입제출은 이제 건강보험 재정의 지출 원칙이 돼야하며, 국가 전체의 의료비 지출과 수가 결정에는 다음해 얼마의 재원이 걷힐 지에 대한 예상이 반영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요자, 공급자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제 건강보험 재정은 이런 방법이 아니면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도, 의료계도 이해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