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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기습작전은 성공했고 적들은 허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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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기습작전은 성공했고 적들은 허둥댔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5.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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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의는 완용이 일제 영사관과 접촉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여순을 만난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사전에 알았다고 해서 작전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가? 나 모르게 그런 일이 있었군. 이 정도의 소회는 남겼겠지만. 사실 이보다는 더했겠지만 이 정도로 끝내는 것이 쿨한 것이겠지. 휴의는 곧 그 사실을 잊고 다시 한 번 작전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치고 빠지는 것. 그래, 이것이 최고야. 이 전술 말고는 달리 생각할 수 없어. 적은 인원이 큰 숫자와 상대할 때는 정면 승부는 지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야. 휴의는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 밖으로 다른 생각을 옮길 수 없었다. 

완용이라면. 그 자는 숫자로 민다. 힘으로 제압하려 들 것이다. 약을 올리고 뒤를 사정없이 치는 거지. 아차 싶을 때는 이미 늦은 거고. 내 사정을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하겠지. 네가 아는 것 이상으로 내가 널 알아. 그러니 네가 어떤 수비형태로 나오든 널 뚫고 나갈거야. 넌 이미 한 나에게 당했다. 복수하고 싶겠지. 그럴러면 더 준비했어야지. 마음만 그런 쪽이고 실제로는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설사 했다고 쳐도 네 머미로 무얼 할 수 있겠니? 휴의는 완용은 아주 깔봤다. 난 약산처럼 용기가 없어. 한꺼번에 밀고 내려갈 수 없단 말이다. 적들도 그물을 쳤겠지. 같은 작전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난 아냐. 약산이 뚫고 나갔으니 그가 후방을 휘저어 준다면 일은 더 수월해 질거야.  휴의는 단타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것은 성질급한 완용을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전술이었다. 그러나 완용도 만만치 않았다. 섣붙리 달려들지 않았다. 본격적인 전투는 서로 상대를 의식하면서 미뤄졌다. 휴의는 정황상 끌수만은 없는 상황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디데이를 정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은 출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애초 생각이 달라졌지만 그것이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니고 자신 때문이었으므로 휴의는 화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경마장의 말처럼 금방 이라도 달려 나갈듯이 준비를 끝낸 병사들이 콧김만 쐬다 제풀에 지칠까 봐 걱정이 되기도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휴의를 돌보던 박군은 한 달 후에나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몸 안의 염증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서둘러 나섰다가 재발하면 다리를 잘라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사실 휴의도 부어오른 오른쪽 다리로는 돌격 앞으로는 커녕 제대로 달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기가 내리려면 기다리는 것이 약이다. 그래서 적당히 합의한 것이 보름 후였다. 보름 후면 가부간 결정될 것이다. 부기가 내려서 균이 물렀나거나 균에 자신이 지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기다리면서 휴의는 착잡했으나 그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지는 않았다. 그 사이 작전을 더 세밀하게 구성했고 단타전외에 다른 변수를 끼어 넣기도 했다. 특별히 추려 뽑은 30여 명은 부관을 시켜 따로 훈련 시켰다. 근거리 조준사격과 수류탄 공격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저격부대였다. 어부로 변장을 끝낸 소수의 병사들은 적들을 혼란속으로 몰아 넣기 위해 나름대로 작전을 구사하기도 했다. 여전히 병사들의 사기는 충전했다. 휴의는 일단 완용의 동태를 확인하기 위해 어선 다섯 척을 섭외해서 한 배에 여섯 명씩을 태우도록 부관에게 지시했다. 

그들은 배 위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척하다 도강을 하고 도강 후에는 강바닥에 그물을 펴 놓는다. 일부는 찢어진 그물을 손질하고 또 일부는 다른 용무가 있는 것처럼 남하해서 매복 진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는 봄 숭어가 꾸러미에 들려 있었다. 다른 용무는 숭어를 파는 일이었다. 막 대동강이 물이 풀리면서 서해서 올라온 봄 숭어는 크기가 어른 팔둑만했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놈도 있었다. 죽은 놈도 눈이 상하기는 커녕 살아서 뜨고 있는 것처럼 탱글거렸다. 아군이나 적군이나 군침이 돌기는 마찬가지였다. 군인 아자씨들, 이것 좀 하나 사주시오. 두 패로 나눈 위장 독립군들이 양손에 하나씩 고기를 들고 장사에 나섰다. 아주 싸게 드려요. 봄 숭어요, 봄 숭어.

교통호 안에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던 조선 출신 일본군들은 봄숭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나는 쪽을 향해 몸통을 드러냈다. 그러고들 있지 마시고 이리들 나와 보시오. 한두 명이 호기심에 나왔다. 그들은 진짜 숭어가 자기들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주머니를 뒤적였으나 사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괜히 흉내를 내면서 있는 척하고 일부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거저라고 해도 그 가격으로는 안 됩니다, 군인 아자씨들. 이 말에 기분이 상한 어떤 자는 노리쇠를 후퇴 전진하면서 빈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 깜짝 놀란 휴의의 위장군들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안 사면 될 것을 왜 이리 헛총질까지 하시오. 하고 나무랐으나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헛방을 쏜 그들은 미안했던지 다시 참호속으로 들어갔다. 그중 상관인 듯한 자가 목을 길게 빼고는 여기는 장사하는 곳이 아니니 저쪽으로 가라로 손가락질했다. 꺼져, 어서 꺼지라고, 불 맛을 보기전에. 너무 그러지 마시오. 가난한 어부를 생각한다면. 그러자 손가락질을 하던 그가 고향을 묻기도 하고 자신은 경기도 출신이라고 떠벌이기도 했다. 어부를 상대로 굳이 사납게 군 것이 후회되기도 했던 것이다. 완용의 일제는 이처럼 군기라고 까지 할것도 없이 형편없었다. 처음의 긴장은 하루 이틀 지나면서 급속히 무너져 내렸다. 방어하는 자들은 늘 이모양이다. 아무리 급조했다손 치더라도 해도 이쪽에서 보기에도 너무 했다. 이런 자들이라면 식은 죽 먹기로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총기와 기관총은 사뭇 달랐다. 입은 옷도 부러웠다. 깨끗하게 다림질 된 것이 제법 옷맵시까지 있었다. 그 차림으로 거치된 기관총을 잡고 있는 모습은 부러웠다. 그래서 자신들이 입은 헤진 흰옷을 내려다 보면서 나도 여기서 일본군이나 할 까 이렇게 생각하는 위장군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은 독립군도 있었다. 그만큼 독립군 역시 사상적으로 완전히 무장된 것은 아니었다. 완용 부대의 무기는 단연 눈에 띄었다. 잘 닦아 반질거리는 기관총에는 총알이 탄띠에 매달려 길게 늘어서 있었다. 위장군은 그런 무기가 탐났다. 저것들을 작살내기 전에 손에 넣으면 좋을 것이다. 어부 가운데 한 명은 적진을 돌파하면 제일 먼저 기관총을 잡아야겠다고 다짐하기 까지했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의 일이다. 일단 수류탄을 던져 넣고 뒤로 빠진 다음 죽는 줄도 모르고 대드는 자들을 저격하는 일이다. 횡렬로 늘어서 숭어 수작을 부리던 위장군이 서로 눈인사를 하면서 참호에서 서너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이들은 진두 지휘하는 것은 휴의의 부관이었다. 그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수류탄을 정확히 던져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달아날 수 있는 거리를 확인했다. 부관은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에 잠깐 숨을 가다듬었다. 그들이 모두 작전에 성공한다고 해도 살아 무사히 살아올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 더구나 한 번 공격이 벌어지면 후퇴는 쉽지 않다. 길게 늘어선 일제의 병력을 일시에 무력화 시킬 수는 없다. 한쪽을 돌파한다고 해도 다른 쪽에서 협공을 당할 수 있다. 일단은 적의 동태를 살피고 방어능력을 시험하는 쪽으로 작전을 펴야 한다. 이것은 부관 자신의 결저잉 아니라 휴장군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부상에서 회복하기 까지 일단 치고 빠지기 작전을 시험해 보았다. 이 작전은 성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참호의 길이만 일 킬로 미터가 넘을 정도로 완용의 부대는 전선을 길게 늘어 뜨리고 있었다. 참호속에 몇 백명 아니 몇 천명이 대기 하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 겨우 삼 십 명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수류탄 공격을 받지 않은 나머지 참호에서 일제 사격이 가해지면 공격자의 상당수는 목숨을 잃을 게 뻔하다. 상황이 이렇게 파악되자 부관은 공격신호를 머뭇거렸다. 굳이 몇 놈을 죽이기 위해 무모한 작전을 펴야 하는지 갑작스런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공격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이런 상황을 예기치 못했기 때문에 부관은 망설인 끝에 공격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준비중인 병사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수류탄 수십 개가 일제히 터졌다. 굉음이 울리고 잠시 후 참호 밖으로 흙과 피와 살점들이 튀어 나왔다. 던지고 등을 보이면서 내달리던 위장 독립군들은 신속하게 엄폐물을 찾아 엎드렸다. 아직은 적의 유효 사거리 안에 있어 무작정 도주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았기 때문이다. 과연 적들은 어중이 떠중이 답게 마구 총질을 해댔다. 독립군들은 이미 사전에 봐둔 엄폐 장소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총알은 그들을 피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중 서너 발은 독립군을 타격했다.

바로 죽지 않은 독립군은 비명을 질렀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두만강 일대는 총소리와 비명소리로 흐르는 물소리는 잦아 들었다. 까마귀들이 놀라서 시끄럽게 짖고 아직 떠나지 못한 철새들은 황급히 날아 올랐다. 적들 가운데 용감한 자는 참호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부는 손을 집고 안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쳤다. 그들은 엄폐한 독립군의 좋은 표적이 됐다. 조준 훈련의 결과는 바로 나왔다. 독립군의 사거리에 든 완용의 부대원들은 나오려다 말고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 발에 한 명씩, 원샷 원킬이 따로 없었다. 

앞서 나가려는 자들이 걸쳤던 팔을 풀고 뒤로 나자빠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뒤따라서 그렇게 하려고 했던 자들은 일단 그러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사격만큼은 그럴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마구 하늘을 향해 헛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때가 탈출의 기회였다. 휴의의 부관은 대원들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이때다 싶었던지 엎드린 독립군들은 말보다 발이 빨랐다. 최대한 빨리 도주해 대기하고 있는 배를 타고 도강해야 한다. 살기 위해서인지 본능이 시켜서 인지 독립군들은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더 빠르게 달리기 기록을 경신하면서 배에 올라탔다.

배에 오른 그들은 권총 대신 사거리가 긴 소총으로 표적을 바꾸고는 뒤늦게 함성을 지르며 쫓아오는 일본군에게 조준 사격했다. 일부가 쓰러졌다. 일부는 쓰러졌다 다시 일어났다 다시 쓰러졌다. 뱃사공은 실력을 발휘했다. 마치 물살을 가르는 봄숭어처럼 능숙했다. 노를 젓는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고 물살을 탄 어선은 순식간에 강 건너 중국땅에 도착했다. 그들은 미리 파논 땅속으로 숨어들어가 숨을 돌렸다. 작전은 성공이다. 적들은 따라오기를 멈췄다. 그들이 탈 배는 마련되지 않았다. 그들은 후퇴했다. 멈칫 거리다 저격수에 걸려들지 않게 꽁무니를 빼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상하이 일본 영사관을 떠난 완용이 막 두만강변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끝난 뒤였다. 자기 부대원들이 앞다퉈 방금 벌어진 전투에 대해 입을 열때 완용은 인상을 썼다. 알고 싶지 않다는 투였다. 자신도 총소리를 들었다. 이것은 불길한 징조였고 결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완용는 맷돼지 처럼 씩씩거렸으나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휴의난 놈, 걸기만 해봐라. 지근지근 밟아주마. 하지만 휴의가 그에 손에 그렇게 걸려들까. 완용은 자신이 부대를 떠나 상하이로 간 사실을 휴의가 마치 알고나 있기나 한 것처럼 불쾌했다. 자신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싸움은 하나마나 한 것이다. 나 없는 사이에. 비겁한 놈. 넌 어릴 때도 그랬어. 커서도 그랬고. 군에서도 그렇고 독립군이 되서도 마찬가지야. 천한 놈. 완용은 크게 소리를 내며 침을 뱉었다. 

독립군들은 각자 역할을 마치고 귀대에 성공했다. 그러나 작전에 여섯 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부상병들을 챙기지 못하고 돌아온 것도 한이 됐다. 그들은 쫓아오는 적들을 죽는 순간까지 제거했다. 이름없이 사라진 숱한 독립군 용사들에게. 작전을 보고 받은 휴의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자신 없이도 성공적으로 작전을 성공하고 돌아온 부관을 치하했다. 비록 적들은 그 열배도 넘는 타격을 입었어도 우리 전우 한 명의 목숨값은 귀하고 소중했다. 적들이 군번줄 한 트럭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이다. 휴의는 마음속으로 잔을 한 잔 부어 올렸다. 그리고는 영정도 없는 빈 벽을 향해 절을 두 번했다. 절을 하고 일어났을 때 휴의는 자신의 다리가 가벼워 진 것을 느꼈다. 평소처럼 묵직하거나 거추장 스럽지 않았다. 남의 다리가 아닌 온전한 자기 다리가 된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눈으로 종아리를 살폈다. 부상당하지 않은 다리와 크기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균이 잡힌 것이다.

나아가고 있어요. 항생제가 듣기 시작했습니다. 박군이 말했다. 저는 할일을 다했어요. 그러니 떠나겠다고요? 휴의가 반문하기도 전에 박군은 그래서 여기 남겠다는 겁니다. 작별인사가 아니고요. 저를 종군의사로 써주세요. 박군이 말했다. 휴의는 놀랐다. 어차피 당분간 갈데가 없었요. 부부병원으로 가는 순간 체포될 겁니다. 괜찮겠어요? 그게 허락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괜찮습니다. 박군이 호탕하게 말했다. 총을 쏘지도 못하잖아요? 배우면 되지요. 제가 처음부터 의사였나요. 배워서 된 겁니다. 박군이 남아 주는 것에 대해 휴의는 고맙기보다는 미안했다. 자신의 상처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 아닌가. 그렇다고 갈데가 없다는데 가라고 보챌수도 없었다. 휴의는 인정했다. 좋소. 나와 같이 행동 합시다. 박군은 즉시 군의관으로 임명됐다. 이제 회의 합시다. 적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됐소. 그러니 우리에게 유리한 일만 남았습니다. 휴의가 입을 열었다. 적들은 위치를 노출했소. 부관이 거들었다. 

완용의 부대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숨어 있는지 알고 있는 아군과 그러지 못한 적군의 전투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는 무의미했다. 승기를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관은 흥분을 참지못했다. 비록 아군 6명의 희생이 있었으나 그보다 더 많은 적을 파괴했다. 더구나 다음 작전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점했으니 부관은 그럴만 했다. 하지만 휴의는 침착했다. 적들은 얼마든지 위치를 바꿀 수 있다. 고향집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참호에 있다고는 하나 빠져 나오면 적의 위치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부관은 당장 치자고 주장했다. 허둥거릴 때 기선을 잡으면 완용의 부대를 깨고 남으로 남으로 진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다리 때문인가요? 머뭇거리는 대장에게 부관이 물었다. 아니다. 다는 다 나았다. 박군이 그런 둘의 대화를 듣다 상처는 아물었어요. 더 쉬면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주일 후 쯤이면 출병이 가능할 걸로 보여 집니다. 일주일 후라. 부관이 잘못 먹은 음식을 뱉으려는 듯한 찡그린 얼굴을 했다. 그럽시다 그러면. 부관이 휴의 때문에 돌격을 미룬다는 듯이 인심을 썼다. 휴의는 잠자코 있었다. 부관을 질책하기 보다는 어차피 일주일 뒤로 미뤄진 이상 작전회의를 겸할 때 적의 부대가 고정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럴 경우 우리측의 대응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휴의가 이러고 있을 때 참호로 돌아온 완용은 처참하게 깨진 자신의 부대를 긁어 모았다. 그리고는 경계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부상당해 어차피 쓸모없은 초급 장교 하나를 즉결 처형했다. 병사들이 모두 모인 장소에서 한 처형은 반향이 컸다. 놀이삼아, 혹은 심심풀이로 전투를 여겼던 조선인들은 벌벌 떨었다. 특히 완장을 찬 높은 계급의 경찰들은 당황했다. 다음차례는 자신들이 될 지모른다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완용은 그것을 이용했다. 다른 것은 용서할 수 있으나 경계에 실패한 장교는 용서할 수 없다.  경계병을 배치하지 않은 책임을 물은 것이지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 그제서야 도열한 경찰들은 안심하는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진지를 사수한다. 적들에게 우리의 위치가 노출됐어도 경계초소를 세우고 대비하면 이번처럼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는 부서진 방어벽을 보수하고 총기를 소지하라. 

이렇게 명령을 내린 완용은 지휘관 막사로 돌아왔다. 분을 삭일수 없었다. 휴의의 군대는 생각보다 강했다. 치고 빠지는 작전도 괜찮았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치고 계속 쳤다면 우리 부대가 몰살 당할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치고 빠졌다. 이상한 의문이 들었다. 휴의가 다리를 잘랐나. 균이 침투해 달리기는 커녕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된 것은 아닐까. 완용은 이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그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장애인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멋있게 붙자. 일대일이라면 더 좋다. 그는 이를 갈았다. 벽에 걸린 일본도를 내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날을 손으로 만지면서 총이 아닌 검으로 휴의의 최후를 잘라내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적에게 없는 압도적인 무기가 있다. 이걸로 적들을 섬멸하자. 그래, 가능할 거야. 비록 우리 부대가 훈련 부족에서 경험 부족이지만 숫자가 많으니 밀어 붙이자. 쪽수로 밀면 적들도 당황할 거고. 그는 막사로 돌아와 참모들을 소집했다. 조금은 차분한 소리로 완용은 상하이에서 가지고 온 소식을 참모들에게 전했다. 다 자기가 오면서 말하리라고 짠 시나리오였다. 만주는 물론 중국 전역이 우리의 손에 곧 들어온다. 미군은 물러나고 영국도 태평양에서 손을 뗀다. 승리가 곧 눈앞이다. 소련과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 일본 영사관에 따르면 소련은 결코 연합군과 손을 잡지 않는다.
어때? 승리는 우리 것이지. 이만하면. 그는 부동자세로 서 있는 장교들에게 마치 승전보를 알리는 연대장 같은 위엄을 보였다. 몸 풀어. 그리고 이리로 앉아. 아량을 보이면서 완용은 참보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자신감을 심어 주면서 초급 간부들에게 병사를 독려하면서 앞장서기를 주문한 것이다. 간혹 작은 전투에서 질 때도 있다. 그러나 큰 전쟁에서 우리는 진 적이 없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러니 이번 전투는 잊자. 다음의 큰 승리를 위해. 완용은 참모 각자의 손을 한 번씩 잡아 주면서 능력과 겸손을 겸비한 장수의 위엄을 선보였다. 

그건 그렇고. 완용이 손을 풀었다. 조선 독립군 찌끄러기들은 어떻든? 완용이 수석 참모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면서 물었다. 아시겠지만 기습공격이었습니다. 경계를 했으나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그는 기습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기습이라? 그럼 우리도 기습으로 맞서야지. 점심 후에 잠시 휴식을 취하던 차였습니다. 밤새 침투훈련을 했거든요. 그런데 저쪽에서 어부들 수 십명이 배에서 내려 어구를 손질했어요. 배운데로 바로 경계했습니다. 그런데 그자들이 바구니에 봄 숭어를 담더니 하나씩 진지 앞으로 왔어요. 팔기 위해서였지요. 그래서? 샀어. 사서 구워 먹었어? 완용이 입술에 묻은 침을 닦았다.

아닙니다. 부대내에서 상행위는 절대 엄금이지요. 산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어부들은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기특하군. 잘했다. 잘했어. 바가지 쓰지 않았단 말이지. 다 좋아 좋다고. 그런데 말이야. 완용이 침을 바닥에 탁하고 소리나게 뱉었다. 안 산 건 좋은데 빼앗을 생각은 안했나? 사지 말라고 했지 뺏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미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봄 숭어를 가지고 그냥 가는데 그냥 가라고 내버려 뒀단 말이지. 참 신사다. 신사야, 조선 사람들은 예의가 발라. 역시 조상을 잘 만났단 말이야. 그럼 조심이라도 했어야지. 완용이 버럭 고함을 치면서 참모의 조인트를 갈겼다. 장난삼아 툭 친다고 쳤으나 제법 힘이 실려 있었다. 아야, 아파. 기습은 이렇게 하는 거지. 알아 안다고. 이렇게 기습을 하면 막기가 힘들지. 그래도 그렇지. 겨우 여섯 명 죽이고 우리는 열 배가 넘는 130명이 죽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지.

수석 참모가 벌벌 떨었다. 자신이 즉결처분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말은 달리 나왔다. 엄한 군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알고는 있네. 그 시점이 지금이지. 죽여 주십시오. 수석 부관이 무릎을 꿇었다. 꿇을 때 좀 전에 맞은 정강이가 눌려 통증이 심해졌다. 그러나 맞을 때와는 달리 아프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른 부관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리로 쏠렸다. 완용은 일본도를 만지작거렸다. 꺼내서 벨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망설이는 태도였다. 권총도 아깝다 아까워.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렸다. 일본도를 잡은 완용의 손이 떨렸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권총보다도 일본도에서는 어떤 다른 살의가 느껴졌다. 가볍게 검지를 당기는 것과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찌르는 것과의 차이였다. 검지를 당길 때는 소리가 필요없다. 아니 소리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검을 내리 칠 때는 아니다. 거기에는 기합소리가 들어갔다. 총과는 다른 어떤 묵직한 것의 울림이었다. 손의 떨림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살의로 피가 역류하고 있었다. 완용은 상대를 거꾸러트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거꾸러질 것을 염려했다. 한꺼번에 몰린 피가 어지럼증을 순간 가져왔다. 고혈압이 터질 지경이다. 이러다가 내가 먼저 가지. 그는 손으로 이마를 집으면서 참자, 참자를 외쳤다. 그러자 조금 상황이 좋아졌다. 자, 이제  이걸 꺼내야 할지 말아야지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단 빼면 돌이킬 수 없다. 뺀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도로 집어 넣을 수는 없다. 완용은 그답지 않게 또 생각했다. 수석을 처리했을 때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도 알 수 없었다. 부상당한 초급 장교와는 다른 것이다. 대대장까지 처단할 경우 수석 중대장의 반감을 살 수 있었다.

나머지 중대장들이 동요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은 조센징이 아니라 일본군 소속의 황군들이었다. 그는 잡은 칼 집에서 손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부하를 사랑하는 인자한 장군처럼 행동했다. 됐어. 앞으로가 중요해. 잘하자 응. 완용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사랑하는 부하를 죽여 본을 보인 제갈공명 흉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속을 베어서 군기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장교들은 바짝 정신이 든 상태였다. 용서다. 산 목숨이니 배로 더 용감하게 싸워라. 그제서야 마른침을 삼키던 무리들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는 감사하거나 부끄러운 마음보다는 괘심한 생각을 품었다. 조센징 주제에 급이 높다고 감히 대일본제국의 대대장을 어쩌려고 한 것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일단 살고나니 대대장은 마음이 바뀌었다. 살려만 주면 무슨일이든 하겠다는 각오가 있었으나 살고나니 저 자에게 당한 앙갚음을 하고 싶었다. 기회는 언제든지 올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사적인 복수를 멋지게 하고 싶었다. 그는 검은 야욕을 옷 속 깊이 감추고는 하이, 명심하겠습니다. 하고는 은혜에 감동했다는 감사 표정을 부하들 앞에서 드러냈다. 

이것으로 휴의의 기습에 대한 완용의 사후처리는 마무리됐다. 완용은 그런 후 이차 공격에 대비했다. 수비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공격이었으나 적들이 숨은 곳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를 어떻게 처야할 지 몰라 애를 태웠다. 그는 대신 방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휴의는 반드시 다시 쳐들어온다. 이번에는 그냥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현장에서 지휘한다. 그런 마음 다음에는 만일 내가 휴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역으로 생각해봤다. 노련한 놈이니 일차 공격같은 허술한 작전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정면승부는 아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주목했다. 그 자가 한 때 거기서 숨어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쪽 지리에 밝으니 거기서 배를 타고 내려와서 자신의 후방으로 돌격할지 모른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입속으로 쉴 새 없이 되내면서 거기에서 한동안 빠져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배를 이용하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승선한다면 우리 함대나 레이더에 걸려들 것이다. 아니면 해안 경비대에 발각된다. 운이 좋아 무사히 상륙한다고 해도 보급로가 없는 이상 기세좋은 공격은 할 수 없다. 강 건너 어딘가에 있겠지. 그 어딘가가 문제야.  그래도 완용은 자꾸 블라디보스토에 신경이 거슬렸다. 아니라고 해도 그것을 부정하는 또다른 뇌의 압박을 피하기 어려웠다. 압록강 쪽은 아예 작전 지역에서 제외했다. 이미 뚫고 지나간 뒤였으니 따로 칠 방어책이 없다.

완용은 아무래도 혼자 앓기보다는 대대장과 상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자이니 이번에도 어떤 꾀가 있을지 알지 못한다. 혼쭐이 난 대대장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완용의 방을 노크했다. 불려나온 그 옆에는 선임 중대장이 함께했다. 완용은 중대장을 부르지 않았는데 함께 온 것이 불쾌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녀석이 어지간히 떨었군. 자신을 헤칠까봐 미리 대기하고 왔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면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이 반갑게 맞아 들였다. 아까 했던 것은 부하들의 사기 때문이니 마음에 두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전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은 한 것은 안심 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대대장은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그 역시 호의에 대해 한 번 더 사과했다. 이건은 이제 마무리하고. 대대장은 휴의의 이차공격 지점이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다시 여기로 올까? 글쎄요. 저도 그 점을 궁금해 하면서 선임 중대장과 오면서 그 문제를 상의했어요. 또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허점을 노릴 텐데 여기 방서선이 길어서. 완용이 말끝을 흐렸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말을 아꼈다. 웃음 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또 대대장의 입에서 먼저 나오면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하면 된다. 그의 의견에 따르는 척 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떠 넘길 수 있다. 완용은 그 순간에도 머리를 굴렸다. 

문제가 생기면 네가 거기를 방어하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그의 대답은 군색할 것이 뻔하다. 대대장 역시 자신의 의견을 전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이미 완용이라는 자의 성격과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완용과 대대장은 서로 이처럼 각자 의중을 떠보았다. 선임 중대장이 끼어들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것은 어떨까요? 선제공격이라. 어디를 어떻게? 진군하는 것이지요. 걸리면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고요. 한꺼번에 대동강 물을 삼키겠다고? 대대장이 힐란하듯이 물었다. 그 방법은 상대가 약할 때 써먹어야지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야. 대대장이 제동을 걸고 나왔다. 완용의 눈치를 살피면서 둘의 대화 가운데 내 판단이 옳다고 내려 달라는 몸짓이었다.

완용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장이 맞다고 말했다. 적이 약하고 무방비 상태라면 그 작전에 효율적이다. 겁을 주고 공포로 백성을 억압할 수 있으나 지금은 무장한 군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 작전은 작전으로써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무안한 선임 중대장이 머쓱한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완용은 더는 참지 못하고 거기는 어떻소? 북쪽 말이요. 내 생각에는 그 쪽을 통해서 허점을 찾지 않을까 싶어. 그쪽이라면? 그래, 맞았어. 로스케 땅. 사실은 저도 휴의가 그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남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어요. 

완용은 이번에는 타박하지 않고 그렇지, 대대장 생각도 그렇지 하면서 자신이 먼저 꺼낸 아이디어에 대대장이 찬동하는 쪽으로 밀고 나갔다. 거기라면 우리도 승산이 있어. 여기에는 소수의 인원만 남겨 놓고 떠나자고. 야밤을 타야지. 우리가 이동하는 것을 알면 적들이 이곳을 노릴거야. 기회를 줄 이유가 없어. 오늘 밤 당장 진지를 옮길까요? 그러지, 말이 나온 김에 당장 실천합시다. 하이, 하이. 대대장과 보조를 맞춰 선임중대장이 완용에게 인사를 올려 붙였다. 

혼자 남은 완용은 상념에 잠겼다. 이 싸움은 자신과 휴의와의 대결이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어릴적 소꼽놀이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다가 등이 무엇에 눌린 듯해 자세를 바로 잡자 바로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신세를 망치는 자를 용서할 수 없다. 그는 이 전쟁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굳이 먼 이곳까지 자청해서 온 것도 기실 따지고 보면 휴의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었다. 그를 잡아서 멋지게 복수하는 것. 그 외의 일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여순도 점례도 휴의편이다. 셋이서 뭉쳐있고 자신은 외톨이다. 누가봐도 승자는 자신인데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편은 아무도 없다. 그는 모든 것이 휴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자만 아니었다면 여순은 물론 점례도 자신의 차지가 됐을 것이다. 다시 분노가 끓어 올랐다.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 죽여주마. 네가 그렇게 잘났어. 네 놈이 무슨 공부를 했고 어떤 사상에 물들어 있는지 몰라도 나를 이길순 없어. 꼴에 독립운동이라고. 시골 촌놈이 나라를 찾겠다고? 그래 찾아서 뭐할래? 독립되면 누가 네가 한 자리 준대든. 완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의 저쪽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 이해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 완용은 그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움직이겠다고 작전을 세웠다. 일순위로 너를 처단하마. 그리고 순서와 상관없이 여순과 점례까지 해치우겠다. 점례? 완용은 점례에서 잠깐 멈췄다. 여순은 몰라도 점례는 아닐 수 있다. 그는 내무대신의 아들과 살고 있다. 내무대신은 일본 총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렇다면. 점례의 빽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순도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 그리고 일본에서 개업한다는 소식은 완용의 귀를 번쩍 띄이게 했다. 적당한 선에서 완용은 순사질을 때려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종로서장 이상으로 자신의 승진은 어렵다. 이 자리마저도 위태롭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못된 짓을 참으로 많이했다. 나에게도 영혼이 있고 양심이 있다. 일만 해결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일본으로 가고 싶다. 거기서 일본여자와 결혼해 자신의 신분을 깡그리 세탁하고 싶었다. 그래, 생각의 갈래가 너무 많다. 일단 제일 큰 목적부터 처리하고 나중일을 도모하자. 완용은 휴의를 찌르는 순간을 그리며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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