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19 10:44 (화)
410. 스탠 바이 미(1986)- 하늘이 무너지고 산이 꺼져도
상태바
410. 스탠 바이 미(1986)- 하늘이 무너지고 산이 꺼져도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3.03.15 1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약뉴스]

열두 살 남자아이라면 이런저런 일들이 아니 일어날 수 없다. 거기에 호기심이 더해지면 새로운 모험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것이 모험인지 허세인지 위험인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 그러기 위해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

이름이 알려지면 뭐가 어떻게 되는지는 궁금한 욕망이 네 명의 꼬마를 이틀간 여행으로 이끈다. 목적은 같았으나 네 명이 모였으니 그들이 각자 내미는 주장과 행동과 방향은 네 마리 말처럼 서로 다른 곳을 향한다.

일단 이들의 현재를 보자. 각자는 아픔을 한가득 안고 있다. 고디(월 휘튼)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형과 비교하는 아버지는 동생이 형만 못하니 짜증이다. 알고 보니 형은 죽었다. 유망한 미식축구 선수인데 교통사고로 일찍 세상을 떴다.

크리스(리버 피닉스)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양아치 형을 두고 있다. 그 가정에서 온전히 성장하기 어렵다. 2차 대전의 영웅을 아버지로 둔 테디( 코리 펠디만)는 성격이 불같다. 군인 아버지를 닮아 거칠다. 과연 그가 죽지 않고 스무 살을 넘길지 의문이다.

번( 제리 오코델)은 뚱보라고 놀림을 받아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나 크리스처럼 양아치 형을 두고 있다.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인다.

이들은 나무집에 모여 논다. 그냥 놀지 않고 카드 놀음을 한다. 담배를 피고 서로의 엄마에 대한 욕설을 숨 쉬듯 한다. 그러다 서로 의기투합한다. 번이 자기 또래 남자 아이의 실종 시체를 찾아 보자고 제의한 것.

방송에 나오면 멋지겠다. 서로 의견을 맞춘 이들은 그럴듯한 거짓말로 부모를 속이고 각자 챙길 것을 챙겨 멀고 먼 길을 떠난다. 그 길은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걷기에는 너무 멀다.

하지만 그들은 떠난다. 철길을 걷는다. 넷이서 걸으니 쉬고 싶은 사람도 있고 계속 가다가 나중에 쉬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 그래도 목적지가 있으니 후퇴하지 않고 전진이다.

도시락은 없고 배는 고프니 주머니를 털어서 음식을 산다. 그리고 또 걷는다. 접근금지 고물상에 들어가서는 아저씨와 다투고 철조망을 넘어 다시 철길을 걷는다.

▲ 열 두 살 꼬마들이 벌인 1박 2일의 여정은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올 수 없는 추억의 한 자락이다.
▲ 열 두 살 꼬마들이 벌인 1박 2일의 여정은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올 수 없는 추억의 한 자락이다.

그와는 달리 또 다른 한패는 훔친 차량 두 대에 나눠타고 역시 시체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앞서 소개한 양아치들이다. 양아치답게 말하고 노는 것이 거칠고 황량하기가 이를 데 없다.

꼬마들이 크면 형들처럼 저렇게 될까, 아니 십중팔구 그렇게 될 꼬락서니다. 오는 기차에 맞서서 객기를 꼬마들이 부린다면 형들은 마주 오는 트럭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

어쨌거나 그들은 살아서 시체를 찾아냈다. 먼저 발견한 것은 꼬마들이다. 그러나 나중에 도착한 형들은 시체를 양보하라고 다그친다. 급기야 형 가운데 하나가 칼을 꺼내 위협한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철길에서 끝까지 버텼던 테디는 칼을 들고 덤비는 형들이 무서워 번과 함께 달아난다. 45구경 권총을 들고 제압한 것은 고디다.

그 옆에는 든든한 원군 크리스가 있다. 고디는 끝까지 형들에게 물러서지 않는다.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기고 형들이 물러나자 뒤늦게 온 테디는 조금 무안하다. 

형들이 포기했으나 그들은 시체를 그대로 두고 집으로 향한다. 뚱보 번이 머릿빗을 철길에서 떨어뜨린 것이 다행이다. 단정하게 빗은 머리로 텔레비전 앞에 설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박 2일 일 만에 돌아온 집은 예전의 집이 아니다. 거리가 작아졌기 때문이라 아니라 그들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일 학교에서 보자며 각자 집으로 돌아와 각자의 길을 간다.

글재주가 있어 대학 진학반에 들어간 고디와 똑똑한 친구의 대학행을 응원했던 크리스 역시 대학을 졸업해 변호사가 된다. 테디는 감옥에 갔다와 이일 저일을 찾고 번은 고교 졸업 후 결혼해 애를 넷이나 낳았다.

작가가 된 고디는 어느 날 신문을 읽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호사가 됐던 크리스는 식당에서 싸움을 말리다 칼에 찔려 사망했다는 기사다.

나 고디는 그를 기억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불꽃처럼 살았던 어느 한 시기 열두 살 무렵의 경험은 성인이 된 지금 더는 없다. 그때 그 시절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스티븐 킹 소설이 원작이며 그는 영화화 된 내 책 중에서 제일 좋다고 평가했다.

국가: 미국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윌 휘튼, 리버 피닉스, 코리, 제리 오코라

평점:

: 월리엄 골딩 원작의 <파리대왕>에 등장하는 꼬마들의 살기 어린 모습이 재현된 듯하다. 살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생존투쟁이 폭행 협박 심지어 살인까지도 불러올 기세다.

다행히 위험한 선에서 멈췄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무서운 존재다. 이것은 단순한 모험이나 우정, 기차 여행이 아니다. 어른들이 호들갑을 떨 무슨 일이 있어 났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한편으로 나 이외의 친구를 생각하는 착한 동심도 보인다. 재능을 알아보고 응원하는 모습에서는 뭉클한 감정도 있다. 1961년 발표한 벤 E. 킹의 ‘스탠바이 미’처럼 말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산이 바닷속에 빠져도 걱정하지도 울지도 않는 것은 네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기왕이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면 더 좋을 것이다. 내친김에 ‘스탠 바이 유어 맨’도 함께 들어보자. 영화의 여운을 느끼는데 그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