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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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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02.27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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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치료, 최적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의약뉴스]

 

1차 치료뿐 아니라 후속 치료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간세포암 치료 환경에 명암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소라페닙(오리지널 제품명 넥사바, 바이엘) 이후 10년간의 공백이 새로운 치료제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있는 지금까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치료제는 늘고 있지만 1차 치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선택만 주어지는,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이다.

소라페닙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절제 가능한 전이성 간세포암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한 표적치료제다.

허가 초기, 효과가 크지 않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이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치료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약 10년 만에 렌바티닙(제품명 렌비마, 에자이)가 비열등성을 입증하기까지 소라페닙은 유일한 간세포암 1차 전신요법제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10년의 시간이 간세포암 전신요법에 상당한 왜곡을 불러왔다. 

이 기간 간세포암 시장에 도전한 후발주자들이 소라페닙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이들 중 일부가 소라페닙 치료 실패 후 후속 치료옵션으로 인정받으면서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들이 구분된 것.

이후 렌바티닙이 소라페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들이 연이어 넥사바를 넘어서면서 1차 치료 옵션이 늘었지만, 기존 치료제의 허가사항은 그대로 ‘1차 치료’ 혹은 ‘소라페닙 이후’로 고정되어 있다.

아테졸리주맙(제품명 티쎈트릭)과 베바시주맙(제품명 아바스틴, 이상 로슈) 병용요법이 처음으로 소라페닙을 넘어서며 간세포암 1차 치료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지만, 이 역시 후속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다.

국내에 허가된 수많은 간세포암 치료제 가운데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나 렌비마 이후 가용한 2차 치료 옵션은 사실상 소라페닙이 유일하다. 

소라페닙이 간세포암에서 허가를 받을 당시, 가용한 전신치료제가 없었던 덕에 허가사항에 치료 차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이같은 현실을 반영, 1차 치료제에 상관없이 다른 간세포암 치료제들을 2차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이같은 지침을 따르기가 불가능하다. 임상 현장에서 진료지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먼저 허가사항이 변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계 전문가들이 마련한 진료지침과는 별개로 3상 임상 결과를 근거로 허가사항을 결정하고 있어, 대규모 3상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 한 다양한 치료제를 보유하고도 허가사항으로 인해 사실상 한 가지 치료옵션만 가진 상황을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치료제에 3상 임상 결과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대 여명이 짧은 간세포암에서 가용한 치료제들을 제대로 활용해 치료 성적을 극대화하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치료 차수에 제한 없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분당차병원 암센터장)를 만나 간세포암 치료 환경의 과제를 들어봤다.

 

▲ 기대 여명이 짧은 간세포암에서 가용한 치료제들을 제대로 활용해 치료 성적을 극대화하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치료 차수에 제한 없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분당차병원 암센터장)를 만나 간세포암 치료 환경의 과제를 들어봤다.
▲ 기대 여명이 짧은 간세포암에서 가용한 치료제들을 제대로 활용해 치료 성적을 극대화하려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치료 차수에 제한 없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분당차병원 암센터장)를 만나 간세포암 치료 환경의 과제를 들어봤다.


◇간세포암에 효과적인 1차 치료옵션 늘어
소라페닙에 이어 렌바티닙이 등장하기까지 약 10년간 공백이 이어졌던 간세포암 1차 치료 옵션이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풍성해지고 있다.

소라페닙이나 렌바티닙과 같은 표적치료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는 물론,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조합이 간세포암의 치료 성적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계열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한 가지 옵션에 잘 반응하지 않은 환자들이 다른 옵션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허가사항이다. 기존의 치료제들로 새로운 3상 연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허가사항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

전홍재 교수는 “약 15년 전 소라페닙 등장 이후, 렌바티닙,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하 ATE+BEV) 등 간암 1차 치료에 새롭고 효과 좋은 치료 옵션들이 많이 등장했다”면서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하 DURVA+TREME)과 같은 면역항암제 조합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10년 이상 소라페닙이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이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등장한) 후속 치료제들이 소라페닙 이후 치료 효과를 검증한 것으로만 허가가 됐다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 나온 1차 치료제는 3상 임상을 통해서 검증된 후속 치료 옵션이 없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3상 임상을 근거로 치료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며 “그래서 렌바티닙이나 ATE+BEV 같은 치료제의 후속 치료 옵션도 3상 임상이 없다는 근거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간암에도 많은 치료제가 나왔기 때문에, 1차 치료뿐만 아니라 후속 치료도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환경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2차 치료에서 다양한 옵션에 선택 기회 부여
이처럼 경직된 허가사항과는 별개로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1차 치료제와 상관없이 2차 치료에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의 경우, ATE+BEV 1차 치료 후 표적치료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렌바티닙과 소라페닙을 동일 수준(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국종양학회(ASCO) 가이드라인에서도 ATE+BEV 치료 이후의 후속 치료옵션으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을 권고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도 ATE+BEV 1차 치료 후 2차 치료에서는 간암에 승인된 모든 약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요한 의견이라며, 이 때 고려되는 약제로는 렌바티닙, 소라페닙, 레고라페닙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암센터-대한간암학회 가이드라인(2022년)에서도 ATE+BEV을 1차 치료로 권고하며, 2차 치료옵션으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등의 치료를 동등한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과학 교과서인 ‘해리슨 내과학(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에서도 ATE+BEV 1차 치료 이후 후속 치료옵션으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해 업데이트된 국내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에는 1차에서 ATE+BEV이나 렌바티닙을 선택하더라도 소리페닙, 레고라페닙(제품명 스티바가, 바이엘), 카보잔티닙(제품명 카보메틱스, 입센) 등 다양한 치료옵션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며 “1차에서 써보지 않은 다른 약제를 2차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소라페닙 이후 치료제로 허가된 약제들도 1차 치료제 종류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수정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ATE+BEV 혹은 DURVA+TREME 같은 면역항암제 기반 요법을 1차 치료옵션으로 취했을 경우, 그 후속치료에 대한 권고수준은 기존 약제인 소라페닙 뿐만 아니라 렌바티닙 및 다른 약제들이 모두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해당 치료옵션들이 3상 임상연구와 동일한 근거 수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간암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당장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것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진료 지침이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라며 “해외에서도 간암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차수와 관계없이 치료제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이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사보험의 나라인 미국은 당연히 차수와 상관없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영국이나 캐나다 등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 전 엄격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지는 국가에서도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 렌바티닙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미 급여 적용까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3상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간과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진료 지침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충분히 반영하고, 간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새로운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치료제의 후속 치료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3상 임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최대한 치료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소라페닙 이후에 나온 1차 치료제들은 아직 등장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후속 치료에 대한 3상 임상 결과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또한 현재 나와있는 모든 약 조합에 대한 3상 임상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번 3상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의 치료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때문에 리얼월드 데이터를 반영해서라도 환자들이 쓸 수 있는 치료옵션을 최대한 마련해 주는 것이 간암 전체 생존기간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간암은 예후가 대체로 좋지 않은 질환”이라며 “최근엔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20개월까지 연장되었다는 데이터도 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들께 100명의 간암 환자가 있다면 50번째 환자가 돌아가시는 시간이 13개월 정도 된다고 설명 드렸다. 굉장히 짧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20개월로 생존기간이 연장됐다 하더라도 막상 치료를 받는 기간은 훨씬 짧고, 간암은 간기능까지 고려하면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간암을 치료하겠다고 독한 약을 써서 간기능이 떨어지면, 생존 기간이 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그 환자에게 적절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가진 약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모든 암에서 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간암은 생존기간이 짧고 예후가 전반적으로 나쁘며, 그러면서도 간 기능에 대한 고려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약제가 사용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암”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러한 특수한 상황들을 고려해 환자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체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 향상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라며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변경했고, 우리나라도 최근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정부에서는 이를 반영해 주고 있지 않아서 환자들에게 제한된 치료의 기회만 설명해야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이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되어, 국내 환자들도 다른 나라 환자들과 비슷한 치료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전홍재 교수는 “저를 일부러 찾아오시는 환자들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설명드릴 때 의료진으로서 굉장히 무기력해진다”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간암의 전체 생존기간 향상을 위해서라도 차수 상관없이 치료옵션을 쓸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전홍재 교수는 “저를 일부러 찾아오시는 환자들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설명드릴 때 의료진으로서 굉장히 무기력해진다”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간암의 전체 생존기간 향상을 위해서라도 차수 상관없이 치료옵션을 쓸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라페닙으로 2차 치료 제한, 과학적 근거 부족
과학적 근거 부족이 ATE+BEV 또는 렌바티닙 1차 치료 이후 후속 치료 제한의 배경이 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소라페닙이 그만한 근거를 갖춘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1차에서 ATE+BEV를 선택하건, 렌바티닙을 선택하건, 후속 치료에는 소라페닙만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소라페닙이 ATE+BEV의 후속 치료옵션으로 다른 약제 대비 추가적인 근거 수준이 높아 사용되는 것은 전혀 아니며, 소라페닙과 렌비티닙, ATE+BEV 모두 기본적으로 1차 약제이나 국내 허가사항이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최근에 나온 다른 1차 치료제들(렌비티닙, ATE+BEV)은 3상 임상 시험 설계를 기준으로 ‘1차’에 한정해 허가를 받았지만, 소라페닙은 과거 간암 치료제 자체가 없던 시절에 등장해 차수 구분 없이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사실 데이터로 보면 소규모라 통계적 유효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렌바티닙이 ATE+BEV 후속 치료옵션으로서 소라페닙 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인 연구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례로 그는 “최근에 등장한 약제들이다 보니 데이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홍콩,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국가 환자에서 ATE+BEV 치료 후 후속 치료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효과를 비교한 리얼월드 데이터가 발표된 것이 있다”면서 “당시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해서 환자 수가 50명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렌바티닙이 소라페닙 대비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렌바티닙이 더 길게 나타났고, 전체 생존기간(OS)은 렌바티닙 16개월 대 소라페닙 11개월 정도였다”면서 “OS는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로 유효한 차이는 아니라고 나왔지만, 수치적으로는 꽤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치가 좋다고 꼭 이 약을 써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약제보더 이 약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그는 “수많은 치료 옵션 중 어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이것이 결과적으로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연장시켜 줄 수도, 단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치료제들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해 절대적으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우리도 계속 분석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ATE+BEV 치료 이후 임상연구 등을 통해 소라페닙을 거치지 않고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효과가 있고 안전성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소라페닙 치료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는 만큼,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치료제 선택의 폭은 넓을수록 좋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소라페닙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꽤 존재한다”면서 “생존기간 연장 효과에 비해 손발피부증후군이나 설사, 환자의 기력 및 체중 감소 등의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소라페닙이 워낙 오랜 시간 사용되어 온 치료제라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간암 환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며 “그래서 소라페닙 치료를 하자고 하면 치료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하는 환자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렌바티닙의 경우 부작용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소라페닙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달라 손발피부증후군 등 환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작용이 덜한 편”이라면서 “이처럼 환자들이 불편감을 느끼는 부분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젆했다.

실례로 “ATE+BEV로 치료 후 질환이 진행되면 소라페닙을 비급여로 사용하고, 그 다음 소라페닙 이후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제를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즉, 15년 전 유일한 약제로 등장해 차수 관계없이 허가된 소라페닙 만이 ATE+BEV 후속 치료로 사용이 가능한데, 이 조차도 비급여”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1차 치료 이후 70% 이상의 환자들이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부작용에 대한 공포심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하거나 소라페닙을 경험하고 부작용 때문에 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다른 치료제를 통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으로, 경직된 기준을 적용한 결과는 환자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소라페닙 이외의 치료 기회를 얻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임상연구를 통해 최대한 환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하지만, 임상연구의 특성상 환자의 컨디션이 좋아야 하고, 모집 가능한 환자수도 제한적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토로다.

그는 “우리 병원에 저를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이 임상연구 참여를 통해 소라페닙 이외의 치료기회를 얻으려는 분들”이라면서 “ATE+BEV 치료 이후 비급여로 치료를 받기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서 오는 분도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소라페닙 이외의 치료 기회를 얻기 위해 오시는 분도 있는데,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좋은 임상연구에 참여해서 다른 치료 기회를 얻으려고 하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임상연구 기회를 드릴 수는 없다”며 “임상연구에는 항상 제한된 기준이 있고, 어떤 연구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세계 유명 기관들과 경쟁해서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상연구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께는 또 다시 현재 표준 치료에 대해 설명 드려야 한다”며 “그럴 때 상당히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특히 “멀리서 찾아오셨는데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지면 상당히 안타깝다”며 “그 중에서도 암 크기가 커서 오시는 분들은 ‘렌바티닙을 써보면 너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 환자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소라페닙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전 교수는 “환자들이 활발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우선 순위에 있는 약을 먼저 쓰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그러나 지금은 무조건 중간에 소라페닙이라는 약을 거쳐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환자가 ATE+BEV 치료 이후 다음 치료로 넘어가야 하는데 암 사이즈가 너무 크다면 종양 크기를 줄이는 데 조금 더 효과적일 수 있는 렌바티닙을 써야 하는데, 소라페닙을 먼저 써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게 의사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 환자에게 최선의 약제, 좀 더 나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치료가 막혀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어떤 약을 쓴다고 100% 상태가 좋아진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전문가는 여러 약제 중 더 좋은 약을 선택해 주고 의견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 자체가 굉장히 안타깝다”고 전했다.


◇1차 치료와 무관하게 후속 치료 자유롭게 열어줘야
이제 1차 치료에서 가용한 치료 옵션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최소한 1차 치료에서 사용하지 않은 약들은 2차 치료에서 사용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전 교수의 바람이다.

전 교수는 간세포암 전신 치료의 과제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면서 “첫 번째, 1차 약제 중 사용하지 않은 약제는 후속 치료에도 쓸 수 있게 하여 후속 치료 옵션을 좀 더 다양하게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렌바티닙, ATE+BEV 등 1차 허가 치료제는 1차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는 1차 치료 이후 병이 진행하여 후속치료를 해야할 경우 상당히 큰 제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두 번째는 1차 치료제 종류에 상관없이 2차로 허가받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치료제가 소라페닙 단 하나뿐이라 2차 치료제가 소라페닙 이후에만 허용이 됐지만, 이제 치료 양상(landscape)이 바뀐 만큼 1차에서 어떤 약을 쓰더라도 후속 치료에 허가 받은 약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어떤 약이든 간암에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들은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는 국내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에도 적용이 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1차 치료에 더 좋은 약이 등장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3상 임상연구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따라서 리얼월드 데이터를 반영하는 것이고, 리얼월드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 비급여라도 여러 치료 옵션을 쓸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조차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옵션을 열어주지 않으면 결국 소라페닙 후속 치료 데이터만 쌓이게 되는 상황”면서 “그래서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 조차 없다”고 역설했다. 

 

◇결정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정부가 간세포암의 상황을 고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차수에 상관없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그는 “정부에서는 모든 암종에 똑같은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준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간암 치료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간암을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후속 치료로 소라페닙을 쓰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아무도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을 때 자연스럽게 남게 되는 옵션”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치료 상황은 간암 환자들의 치료에 최선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면서 “여러 치료옵션이 있음에도 경제 상황에 따라 후속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상황이 허락해도 기존 치료제를 원하지 않거나 임상연구 기회를 얻지 못하면 치료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환자들에게 소라페닙 외의 치료옵션을 사용했을 때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서 “간암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만큼, 최신 치료옵션들을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해서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특히 “정부 관계자 분들께서 덜 경직된 시각에서 간암 치료옵션 기준을 받아들여 주시면,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혜택이 가장 많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간암 치료 개선을 위한 결정을 해야 할 때인데, 결정을 하지 않으면 현 상태가 유지될 뿐”이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간암의 치료에 있어서 만은 차수 상관없이 환자에게 맞는 치료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열어 두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전 교수는 “일본 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등 국가 보험 체계를 가진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ATE+BEV 1차 치료 후 2차에 렌바티닙을 사용할 때 급여까지 적용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만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저를 일부러 찾아오시는 환자들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설명드릴 때 의료진으로서 굉장히 무기력해진다”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간암의 전체 생존기간 향상을 위해서라도 차수 상관없이 치료옵션을 쓸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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