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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속 명대사, 의료인들 가슴에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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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속 명대사, 의료인들 가슴에 새겨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2.22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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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교수, 의학회 뉴스레터에 ‘필수의료 기준’ 관련 기고
“‘돈 많아도 자기 권리는 챙겨라’ 등 의료인들 마음에 와닿을 것”
▲ 방재승 교수.
▲ 방재승 교수.

[의약뉴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인기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의 명대사들을 의료인들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조언을, 필수의료 강화방안 논의를 지켜본 한 의사가 모든 의료인에게 건넸다. 

해당 드라마에서 배우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가 ‘돈이 많아도 자기 권리를 챙기라’ 등의 말은 현재 한국의료계 현직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이 양심적으로 한 번 새겨뒀으면 한다는 것.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필수의료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방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 현실을 지적한 글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방 교수는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 중 하나가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인데, 발생 직후,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사건 발생 원인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며 “각 유관 단체에서 ‘서울아산병원의 사건 대처 미숙과 연관 의료인에 대한 처벌 필요’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더니, ‘의사 수 부족/의대 증원 신설’쪽으로 언론이 방향을 틀어 의료계를 소위 ‘중세 시대 마녀 사냥’ 하듯이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이번에도 의료계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어 ‘이건 아니다’라는 심정으로 유튜브 기사의 댓글을 올렸는데, 이것이 언론을 바꾸고, 여론이 바뀌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번에도 억울하게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뭇매를 맞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은 듯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서울아산병원 사건 발생 직후 언론이 ‘의료계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질타’ 쪽으로 주제를 잡았다가 이후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주제로 바꾸면서 의료계도 ‘반격(?)’에 나선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지만 여기서 다시 문제 되는 게 ‘도대체 필수의료의 기준이 무엇인가’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경외과가 필수의료과목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을 정도”라며 “오늘도 퇴근 못 하고 의사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면서까지 수많은 밤을 병원에서 지새우며 환자를 진료하는 많은 신경외과 의사들의 사기를 꺾은 당사자들은 정작 누구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필수의료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의료인가’라고 기준을 세워서 ‘날카로운 잣대’로 평가해보면 답은 나온다”며 “전공의 지원율 감소라는 기준으로 필수의료 기준을 세우다보니 정작 신경외과가 필수의료에서 빠지는 사태가 온 것을 보면 신경외과 말고도 필수의료인데 보건복지부 선정과에 포함되지 못해 속병 드는 과도 분명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방 교수는 ‘필수의료의 기준’을 세울 때 의료계 외부 여러 단체나 언론, 권력기관들이 각자의 ‘이차적 이익(secondary gain)’을 위해 의료계 전체를 공공의 적으로 돌리거나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고 각 진료과끼리 싸움을 붙여서 힘센 자가 가져가게 하는 식의 파행을 답습하는 과정으로 흘러가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앞으로, 혹은 적어도 내가 의료인 활동을 하는 기간에는 한국 의료계의 희망은 없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의료인들도 ‘내가 하는 진료 행위가 생명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의료가 맞는가’라는 기준에서 평가할 때 초등학생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양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거의 모든 과가 죽도록 고생하고 거기에 맞는 국민들의 존경이나 신뢰보다는 수술실에 CCTV를 달아서 의사들이 딴짓하지 않는지 의심받아야 하는 환경이 된 데에 의사들 자신은 책임이 없고 정부와 국민 탓만 할 수 있겠는가”라며 “남 탓(국민 탓, 정부 탓, 국회 탓)을 할 게 아니라 현재 의료인 업무를 행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 의료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힘 빠지는 의료 제도를 만드는 데 일조한 이미 작고하신 원로 의료인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현재 현직에 있는 50대, 60대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의료제도의 불합리성과 부당함을 국민과 언론에 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본인들만 ‘명의’로 정년퇴직이나 현직에서 물러나고 후배 의사들의 처우는 어떻게 되든 말든 필수의료는 공부 못하는 의사들이나 하고 공부 잘하는 의사들은 돈이 몰리는 과로 가면 된다 라는 식의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의사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의료인들은 한일 합방시대의 매국노와 다를 게 없다”며 “정부도 지금처럼 누가 뭐라고 징징대면 의료수가 약간 올려줘서 울음 그치게 만드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역시나 한국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스토브리그’의 명대사들 ▲각자가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 건데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 ▲왜 야근만 하고 야근수당 신청은 안 합니까? 아무리 돈 많아도 자기 권리는 챙기세요 ▲적어도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바꾸지 못한다면 저항이라도 하십시오 등을 현직 의료인들이 양심적으로 한번 새겨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는 주인공에게 회사가 부당하게 압력을 넣었을 때 주인공이 한 대사들”이라며 “세상은 좀 더 밝은 방향으로 간다고 진심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읽어보면 뭔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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