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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바람난 가족(2003)-내 멋대로, 네 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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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바람난 가족(2003)-내 멋대로, 네 멋대로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12.06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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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교통사고가 났다.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했다. 오토바이 운전자(성지루)는 죽지 않고 부상을 당했다. 사고 처리반이 도착했다. 차 운전자(황정민)는 변호사다.

그는 다른 의미는 없다면서 현장 처리반장에게 돈을 찌른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고의 대부분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돌아갔을 터. 더구나 그는 음주 운전 상태였다.

이 단순할 것 같은 교통사고 하나가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끈 단초를 제공했다.( 물론 이 사건이 없어도 이 가족은 해체 수순으로 가고 있다. 속도의 차이일 뿐.)

운전자와 부인( 문소리)의 일곱살 난 아들이 오토바이 운전사에 의해 살해됐다.( 바보스러운 그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했다. 아마도 사고 처리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을 터.  운전자는 당시 애인과 함께 섬 여행에서 돌아오는 움직이는 차 안에서 그 짓을 벌이고 있었다. 살인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입양아였지만 차 운전자의 말에 따르면 단 한 번도 내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을 만큼 부자지간의 정은 두터웠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아들이 죽자 잠시 혼이 빠져나가 우중의 신속을 기어 다녔다. 하지만 슬픔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자기 몫의 일상을 해야 한다.

영화의 앞부분으로 돌아가 보자. 변호사는 나름대로 시대정신이 있다. 50년 간 방치됐던 전쟁 전사자들의 유골 발굴에 참여하면서 유족을 돕는 일을 한다. 일이 끝나면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그의 사생활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시대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해서 종일 그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는 부인 말고 다른 여자를 애인(백정림)으로 두고 있다.

▲ 살인과 그로 인한 자살 등 끔찍한 사건은 바람난 가족의 해체를 부채질 했다.
▲ 살인과 그로 인한 자살 등 끔찍한 사건은 바람난 가족의 해체를 부채질 했다.

탄탄한 근육질의 그는 애인과 길고 진한 잠자리로 낮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린다. 이런 사실을 굳이 아내에게 실토할 필요는 없겠다. 그럼 부인은? 부인 역시 남모르게 바람을 핀다. ( '모르게'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둘 다 서로의 비밀을 안다.)

대상은 여자아닌 남자다. 고 2로 나오는 것으로 보니 부인은 또래보다는 연하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 남편과의 잠자리에 만족을 못해 끝난 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그 전부터 사랑의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애들 장난감 데리고 놀듯이 소위 아버지에게는 개망나니인 고삐리( 봉태규)를 데리고 다녔던 그녀는 아이가 죽은 후 본격적인 육체의 향연에 나선다.

그리고 의사의 말을 빌리면 정말로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다. 아이 아빠는 남편이 아닌 미성년의 젊은 애인이라고 밝히지 않아도 관객들은 눈치챈다.

부부 스토리는 여기서 잠깐 접자. 부부에게는 시어머니(윤여정)와 시아버지(김인문)가 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와 관계 안한지 15년이 지났다고 한다.

연수를 정확히 말하는 것으로 보아 성적 불만이 대단했을 모양이다. 그녀는 시아버지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꺼벙해 보이는 그 남자는 춤과 함께 밤일은 제대로 하는지 이 나이에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아들 부부에게 당당히 자랑한다.

시아버지는 술로 하루를 지샌다. 간이 견딜 수 없어 암에 걸렸다. 말기 암인데도 먹고 죽자고 술을 먹고 정말로 죽었다. 전쟁으로 식구가 다 죽고 홀로 남은 그리움을 술로 판  결과였다.

남편이 죽자 잘 됐다는 듯이 시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함께 사라진다. 변호사는 걸레질하는 아내를 찾는다. 내 아이 아닌 것 알고 있지만 잘 해 보자고.( 빈말이었을까. 진심이었을까. 그녀가 오케이 했어도 그의 바람기는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넌 아웃이야. 그녀는 살포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웃음띈 그 얼굴을 향해 쌍욕을 하는 남편.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경쾌하다. 잘 됐다. 같이 살아봐야 싸우기 밖에 더 하겠는가. 

각자는 각자의 인생을 갔거나 가고 있다. 죽거나 떠나고 헤어졌다.

국가: 한국

감독: 임상수

출연: 문소리, 황정민

평점:

: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은 기존의 가정이라는 전통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니 시대에 맞게 그려낸 것이다. 출연자들의 연기력도 뛰어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집어넣고 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그래서 평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영어 제목은 'A Good Lawyer’s Wife' 이다. 훌륭한 변호사인지는 모르지만 훌룡한 남편은 아니었다. 그 아내 역시 좋은 무용수일지는 몰라도 훌륭한 아내는 아니었다.

훌륭한의 근거 역시 기존 가부장적 기준에 의한 것이라면 이 말은 수정되어야 옳다. 한편 문소리 역에는 애초 김혜수가 캐스팅 됐으나 티브이 드라마 <장희빈> 출연으로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영화사와 법적 분쟁까지 갔다고 한다. 문소리는 과감한 탈의와 노골적인 대사와 함께 엄청난 연기를 펼쳐 한국의 메일 스트립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황정민 역에는 조재현이 발탁됐으나 아내 때문에 출연이 좌절됐다고 한다. 노출의 정도를 알 만하다. <바람난 가족>이 나온 2003년에는 유독 좋은 한국 영화들이 쏟아졌다.

<살인의 추억>,<올드보이>,<지구를 지켜라>,<장화, 홍련>,<실미도>,<황산벌>,<똥개>,<싱글즈>,<스캔들>등이다. 이런 영화는 시간이 없어도 찾아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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