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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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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1.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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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옥민수 교수..."중앙ㆍ지방 정부 재정 투입이 선결 조건"
▲ 옥민수 교수.
▲ 옥민수 교수.

[의약뉴스] 의료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관련, 환자의 중증도 분류나 책임여부, 진료역량 확보 등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울산의대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정책포럼에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되어야 할 문제들’이란 제하인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료전달체계는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지만,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고, 의료 현장의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혼재된 영역이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 단기대책이 발표됐는데,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상급종합병원의 평가 및 보상체계 개선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도록 의뢰 내실화 ▲경증ㆍ중증치료 후 관리 환자의 지역 병ㆍ의원 회송 활성화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 유도 ▲지역 의료 해결 역량 제고 및 신뢰 기반 구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단기대책도 의료현장에선 재정 투입 계획의 부재, 대책의 모호성과 대책 간 상충, 저수가와 상대가치제도에 대한 문제점, 병원급 의료기관 지원책 미흡 등을 제기하며 대책의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옥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과 해결방안과 관련, ▲환자의 중증도 분류의 타당성 여부 ▲환자의 관점 문제 ▲환자에 대한 책임 문제 ▲지역 내 역량있는 의료기관 존재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의료전달체계가 강조하는 건,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합리적인 진료체계를 갖추라는 것으로, 경증의 환자는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서, 중증의 환자는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라는 논리”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중증도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각종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자기 영역에서 보는 질환의 중증도가 왜 낮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문제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에 기본이 되는 주ㆍ부상병의 타당도를 확인, 평가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게 옥 교수의 설명이다.

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전문진료 질병군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전체 전문진료 질병군 환자가 급격하게 늘 수 없는 상황에서, 업코딩의 가능성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입원 시 상병(present on admission, POA) 지표가 행위별수가제 내에서 제대로 수집되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주ㆍ부상병을 활용한 환자의 중증도 보정에도 유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관점에서 지방 및 중소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미충족 의료가 충족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은 진료수가를 올려달라는 주장 전에 환자의 관점에서 어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더 제공할 것인지 제안하고, 어떤 도움이 되는 지부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옥 교수는 의료전달체계에서 ‘책임’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누가 환자 진료와 치료 성과에 최종적으로 책임질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퇴원 이후에 환자의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호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진료정보 전달에 지불보상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 관리, 기능 수준 유지, 자기관리 능력 함양, 보건의료복지 서비스와의 연계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득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지불보상해야 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들의 신뢰와 선택을 좀 더 받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환자들의 진료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전달체계 이슈와 뗄 수 없는 문제로 ‘의료의 지역화’를 지적했다.

옥 교수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역량 있는 의료기관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의료 접근성이 좋지 못한 지역이 존재한다. 일례로 55개 중진료권 중에서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하나도 없는 지역이 사천, 거제 등 7곳이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기관이 단순히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우리나라 55개 중진료권 중 응급 뇌졸중의 진료 실적이 없는 지역도 동해, 속초 등 10곳이나 존재한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울산의대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옥민수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서는 지역책임의료기관 및 지역우수병원(2019년 당시 가칭)을 지정,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재정 계획이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을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취약지 가산 수가의 경우에도 만약 진료량에 연동된 체계라고 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수익이 나기 힘든 필수의료 진료량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 아무리 진료량에 연동해 곱절의 가산수가를 준다 하더라도 필수의료 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데에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 내 양질의 필수보건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구조적 여건을 갖추는 것은 당연히 지출해야 할 고정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의료전달체계 수립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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