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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저성장 시대 보건의료, '인기 없는' 문제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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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저성장 시대 보건의료, '인기 없는' 문제에 관심 가져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9.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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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교수 “의대정원 확대ㆍ필수의료 수가인상 근본적 대책 아니다” 지적
▲ 고성장 사회에서 잘 작동하지만, 저출산ㆍ저성상 사회에선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고성장 사회에서 잘 작동하지만, 저출산ㆍ저성상 사회에선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약뉴스] 고성장 사회에서 잘 작동하지만, 저출산ㆍ저성상 사회에선 파국을 불러올 수 있는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거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저성장∙저출산이란 ‘큰 파도’가 닥쳐오는 가운데 의대 정원 확대 논의는 무의미하며,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수가 인상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성장, 저출산 시대와 보건의료의 미래’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보건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하는데, 하나는 생산성의 보장으로 활발한 생산성을 가진 인구가 질병에 걸렸을 때 사회로의 건강한 복귀를 돕거나 질병상태의 진행을 예방해 경제적 손실을 예방한다”며 “다른 중요한 기능은 사회보장으로, 사회에 생산성 제공을 마친 인구집단이 건강한 은퇴 후 삶을 보호해 개인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사회보장 기능은 소비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것으로, 미래에 더 높은 수준의 보건의료를 보장하는 정책은 지속적인 성장과 인구구조 유지를 전제로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최근 제기되는 ‘필수의료의 위기’는 개별 단위 정책의 문제처럼 여겨지지만 오히려 우리나라의 거시 사회경제구조와 성장의 한계 문제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지속적 성장이 보장되는 환경에선 미래의 개선이 보장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저출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문제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미래는 매우 어두운데, 그 비관적 전망은 벌써 일부 필수의료 영역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뇌혈관 수술, 심뇌혈관 중재, 소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은 붕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교수는 의료접근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선 비용이 필요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건 필연적으로 의료접근성과 질 저하를 야기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지금 인구 구조는 보건의료 재정에서 황금기에 가깝다. 전체 인구에서 의료 수요가 큰 노인층과 영유아의 비율이 가장 적고 건강보험 재정을 충당하는 근로가능 인구의 비율은 가장 높은 시기가 2010~2020년대”라며 “모두가 알고 있듯 이제는 노인 인구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는 생산인구는 급락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보건의료 재원구조나 건강보험에서만 이런 형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미래의 성장을 담보로 설계된 대부분 사회보장 정책은 동시에 종말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복지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노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자체가 급증,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 접근성과 질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비용 증가가 일어나지만 이를 지불할 재원 구조는 악화된다”고 전했다.

또한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싸고 우수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비용과 질, 접근성 모두 달성하고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는 지금 사실에 가까울 수 있지만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의료는 싸지 않은데, 2019년 GDP에서 보건의료 지출이 차지하는 OECD 국가 평균 비율이 8.8%, 우리나라는 8.4%이다. 불과 6년 전에는 OECD 평균이 8.9%, 우리나라가 6.9%로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선택은 보건의료에 지출되는 재원을 늘리거나 유지하거나인데, 투입 재원을 늘린다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이 좋아지기 어렵다”며 “지출 증가를 억제해도 지금과 같은 서비스의 강도를 보이지 어렵다. 둘 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퇴보로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 교수는 최근 논의되는 의대 정원 논쟁은 무의미하며,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수가인상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2003년 이후 의대 정원은 3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능 응시생은 2003년 65만 5000명에서 2021년 42만 1000명으로 35% 이상 감소했다”며 “지난 18년 간 동년대 대입 준비생 중 의대 정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000명 당 4.58명에서 7.12명으로 늘었다. 2021년에 태어난 26만명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는 18년 후에는 11.5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건의료 중 코로나19를 제외한 다음 이슈인 의대 정원 논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주는 수치”라며 “10~20% 증원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사이 저출산이란 거시 요인은 이미 의대 정원을 2배 이상 늘린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지속적 인구 감소를 고려할 때 지금 의대생들이 현장에서 진료할 10년 후는 의사 공급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일부 사람들은 항상 정원 등의 표면적 숫자에 집착하지만 실질적 의미를 가진 정책 목표는 대부분 분수이며 분자보다 분모가 더 중요하다”며 “차라리 의대 통폐합을 통한 교육 내실화, 전문의 정원 조정 등이 보다 현실적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붕괴와 관련해서도 “많은 이들이 대안으로 수가 인상을 얘기하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만약 소아과의 수가를 2배로 인상한다면 잠시 소아과의 지원이나 상황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수요층인 소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2배 인상은 결국 절반으로 감소한 소아를 볼 때 현상유지 밖에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고성장과 인구 증가 시기엔 저렴하고 질 좋은 의료를 공급하는 중요한 기전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필수의료는 행위별 수가제의 수명이 다 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필수의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회 안전망의 하나로 운영돼야 한다. 민간의 공급과 시장경제 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지난 20년간 도덕적 해이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해왔고, 그 대표적 제도가 의료비 실손보험”이라며 “거의 모든 국가는 의료 제공시 보험이나 조세와 같은 위험 균등화 제도의 무분별한 수혜를 막기 위해 본인부담 제도를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이용시 본인부담금을 배제할 수 있는 실손보험을 도입, 사실상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에겐 무상의료에 가까운 의료 접근성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손보험으로 인한 무제한의 접근성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있다. 실손보험으로 증가된 의료이용은 건보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의료와 의료인력 공급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킨다”며 “실손 보험제도에 대한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또 “10여년 전만 해도 중증질환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컸지만 지금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률은 80% 이상이며, 본인부담금 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통해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은 중복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과다한 중복 정책은 실손보험이 제공하는 의료접근성을 중증질환이 아닌 경증 질환에 집중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보건의료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영역이 아니고, 미래 생산성을 담보로 체제의 안전성과 정치적 성과, 국민의 행복을 담보하는 금융의 레버리지와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며 “이 레버리지는 고성장 사회에선 잘 작동하지만 저성장 사회에선 파국을 불러올 수 있어, 이 같은 인기없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희망은 있는데, 의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건강수명을 최대한 늘리는데 성공하고 있다. 의학의 발전성은 저출산을 해결해주지 못하지만 인구의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은 비용을 절감해질 수 있는데, 의료 인공지능ㆍ디지털 치료제 등은 싸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성과를 달성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또 “앞으로 지나치게 어렵고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는 더 큰 파국은 당연한 결말로, 저출산ㆍ저성장 시대에는 보건의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런 인기 없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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