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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케이프 피어(1991)-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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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케이프 피어(1991)-변호사 그는 누구인가
  • 의약뉴스
  • 승인 2022.06.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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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복수는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인간의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케이프 피어>에서 복수의 상대를 변호사로 정했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의뢰인의 불만이 복수의 줄거리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맥스 케이디( 로버트 드니로)는 14년을 감방에서 보냈다. 강간 폭행이라면 죄에 비해 긴 세월은 아니다. 그가 정말로 죄를 범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는 죄에 대한 벌이 가혹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 배후에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 샘 보든( 닉 놀테)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을 위해 전력을 다해 변호해야 하는 책임을 다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였는지 관객들은 케이디의 분노가 더해질수록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케이디는 사건 당시 일자무식이었다. 무식한 피고인을 유식한 변호인이 최선을 다해 변호하기는 쉽지 않다. 대충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글을 모르는 피고인이 부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변호사는 대충 변호했다. 대충한 것만이 아니다. 검사에게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을 알리지 않았다. 당연히 배심원이나 재판장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하는 내용을 알 지 못한다.

재판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지만 만약 최종 선고전에 알았더라면 맥스 캐이디는 그보다 훨씬 경한 벌을 받았거나 무죄 선고까지 가능했다.

그가 강간했다고 하는 여성은 한 달에 세 명의 남자를 만날 만큼 난잡했다. 난잡한 여성이라고 강간이 정당화 되거나 정숙한 여자에 비해 형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캐이디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강간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더라면, 상대 여자의 상황을 정확히 집었더라면 자신이 그렇게 가혹한 형벌을 받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 막 출소해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변화사를 찾아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의 한이 성난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막 출소해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변화사를 찾아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의 한이 성난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감방에 있는 동안 글을 읽혔고 책을 읽었고 철학을 배웠다. 당연히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는 범죄에 관한 기록도 봤다. 거기서 결정적으로 변호사가 태만했고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숨겼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는 분노했고 출소 후 복수를 다짐했다. 그리고 다짐한 것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는 변호사의 집 주변을 맴돌았다.

여차하면 기회를 보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힌 그를 막을 수는 없다. 변호사는 잘살고 있다. 예쁜 아내와 열다섯 된 딸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 알게 된 여자와 내연의 관계까지 맺고 있다. 세상은 그를 위해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연 그럴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최선을 다해야 할 변호사의 임무를 저버린 그가 앞으로도 과연 그런 행복에 넘치는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현실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영화에서만큼은 아니다.

법 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죽기 살기로 나오는 전과자에게 변호사는 돈으로 화해를 시도한다. 넘어갈 그가 아니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다.

그러나 미국은 법의 나라다. 사적 응징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가 글을 깨쳤다고는 하나 잘 나가는 변호사를 상대하기는 벅차다. 케이디는 그래서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그의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그 길로 간다.

그가 가는 길은 거침이 없다. 그렇다면 그는 복수했을까. 잔인한 복수를 끝내고 만족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아니다. 죽는 자는 케이디 자신이다. 변호사도 아내도 딸도 죽지 않고 살았다.

그렇다면 그의 복수극은 실패로 끝났다고 봐야 하나. 아니다. 변호사의 내연관계는 드러났다. 아내의 사랑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딸은 위선을 보았다. 부모를 존경의 눈으로 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복수극은 성공했다고 봐야 하나. 이것은 복수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이 있었고 그 인간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죽였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의 죽음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얻었을까.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로버트 드니로, 닉 놀테

평점:

: 영화의 후반부는 잔인하다. 멀리 떠나는 변호사 가족의 차량 밑에 올라탄 맥스 케이드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마치 007 시리즈를 보는 듯 박진감 넘친다.)

애완견을 독살하고 여성으로 변장해 사설 탐정을 죽이는 장면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 오싹하다.

곰 인형에 줄을 감고 범인을 기다릴 때는 <나 홀로 집에>가 떠올라 잠시 숨돌렸고 주인공이 불타오를 때는 <지옥의 묵시록>이, 눈 뜬 채 물속에 잠길 때는 똥통 속에서 솟구치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장면이 떠올랐다.

믿고 보는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의 조합은 궁합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로버트 드니로의 광기 어린 연기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됐다.

감독의 의도는 평단의 후한 점수는 물론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1962년 나온 동명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이 영화에서는 노인으로 깜짝 출연한 그레고리 펙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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