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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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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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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포기했지만, 다른 이에게 물려줄 분만실은 아직 남겨뒀다

[의약뉴스]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와 아기, 두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선 ‘아직도 분만을 하느냐’가 안부 인사처럼 정착된 지 오래다.

저출산에, 분만 관련 의료소송에 지친 산부인과 의사들이 하나 둘씩 분만실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성 지역에서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12월로 분만을 포기했다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산부인과 분만 포기’ 현상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 경기도 안성 지역에서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12월로 분만을 포기했다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산부인과 분만 포기’ 현상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 경기도 안성 지역에서 유일하게 분만실을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12월로 분만을 포기했다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산부인과 분만 포기’ 현상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경기도 안성 지역 유일한 분만실을 없애다.

지난해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재유 회장은 경기도 안성 지역 유일한 분만실을 그만두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분만은 내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운영해왔다. 바보같이 아기 출산하고 퇴원하는 산모들 바라보며 뿌듯한 감정으로 버텨냈던 거 같다”며 “안성시 유일한 분만병원으로서 다니는 산모들 때문에 책임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 경영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출산은 줄고 최저임금은 인상되고 지역이 경기도 끝자락이다 보니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이 십 년째 미달상태라 봉직의 구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며 “분만실 직원도 일이 힘드니 지원도 없다 보니 직원들이 연장근무를 하는 지경이 됐다”고 전했다.

안성시는 경기도 행정구역이라 분만취약지 지원혜택도 받을 수 없어 시청에 지원요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부득이하게 분만을 중단하게 됐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안성시에서 마지막 분만실을 운영했던 기간이 3~4년 정도 된다. 2020년에 보건소와 시청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들은 채도 안 하고 연락도 없었다”며 “이번에 분만을 그만한다고 하니 찾아와서 어떻게 지원해주면 되겠냐고 하더라. 이미 마음 다 정했고 직원들은 다 뿔뿔이 흩어졌는데 지금 뭘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고 지적했다.

▲ 김재유 회장의 모아산부인과의의원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아직 분만실 표시가 남아있고, 실제로도 분만실에 있는 장비들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
▲ 김재유 회장의 모아산부인과의의원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아직 분만실 표시가 남아있고, 실제로도 분만실에 있는 장비들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김 회장은 아직 분만실을 그대로 남겨놓은 상태다. 김재유 회장의 모아산부인과의의원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아직 분만실 표시가 남아있고, 실제로도 분만실에 있는 장비들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

그는 “마약과도 같은데, 내가 하던 일이고, 사명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분만실을 접기 몇 달 전부터 공황이 왔다. 잠도 오지 않고, 분만을 안한다고 하면 내 할 일을 안 하는 거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며 “같은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분만 안한다고 하니 잘 생각했다고 축하를 받고 있다. 무슨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면 어떡하느냐 위로를 해줘야 하는데 ‘축하한다’, ‘잘했다’고 반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분만실에서 다 벗어나지는 못하고, 직원들에겐 혹시 모르고 급하게 오는 산모가 있을지 모르니 분만세트를 소독해서 항상 준비해놓으라고 한다”며 “의사로서 책임이고, 갑자기 급한 산모가 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 때문에 마련해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분만실 세트도 그대로 둔 상태다. 누군가 나 대신 분만실을 하겠다고 하면 물려주려고 그대로 놔뒀다. 들어와서 바로 하면 될 상태로 두고, 그냥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시기 ‘길거리 출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만 인프라가 위협받은 적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감염병 위기 속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 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유행은 처음 경험하는 힘든 시기였고,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치료 전담병원을 지정하여 대응했다”며 “특히 지역의료원 같은 공공 의료기관에서 대부분 전담했는데, 2차 병원 개설시 허가조건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둥 4개 메이져 임상과목 중 3개과만 구비하면 허가가 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병원 중 대부분 산부인과가 빠져있고 그나마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는 없다”며 “산부인과는 타산성 이 없고 의료사고도 빈발하고 의사와 간호사 확보도 어려워서 그렀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또 “만약에 최소한 전국 공공의료기관이 분만을 하고 있었다면 최소한 길거리 출산은 없었을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허가 시 산부인과를 필수로 개설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우 리의견을 받아들였다면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김동석 회장에 이어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이 됐고, 지난달 취임 이후 임기를 시작한 상태이다.

김 회장은 현재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의 당면과제로 ▲저출산으로 인한 병원운영의 어려움 ▲산부인과 의사의 급감, 전공의 지원 기피 ▲3D업종으로 전락한 산부인과 등을 꼽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과도한 행정업무와 규제 철폐 ▲혈액 수급체계 미비의 교정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필수과목 재지정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김동석 전임 회장에 대해선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를 창립하고 기반을 다진 분으로, 기존 산부인과의사회의 방해와 갈등 속에서 역경을 헤치고, 직선제라는 민주적인 산부인과의사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 및 타 의료단체들의 인정을 받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 몇 십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훌륭한 인재로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며 “후임 회장으로서 전임 회장이 이뤄놓은 성과를 지키고 아직 이루지 못한 숙원사업들을 완수하려 노력하고, 산부인과의사회를 발전시킬 인재양성도 중요한 회장 업무”라고 강조했다.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 국가 부담, 아직 부족하다

▲ 김재유 회장.
▲ 김재유 회장.

최근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 재원을 국가가 100% 부담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됐고 의료분쟁특례법안 발의도 예고된 상태다. 해당 법안들에 대해 김재유 회장은 ‘매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타과에 비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빈발하는 산부인과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에 도움이 되어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이 늘어나서 분만 인프라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무과실 분만사고 부담금 제도시는 보상금 액수가 3000만원인데, 너무 액수가 적어서 실효성이 적다”며 “무과실 보상의 취지는  환자가 만족할 만한 금액을 책정해야 해야 하는데 액수가 작다 보니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진행되어 법안이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사소송에 비추어 최소 1억 5000만원 이상은 돼야 민사소송을 피할 수 있고, 환자 측도 소송보다 보상금을 받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위헌 판결을 받은 낙태죄에 대해서도 “대체 입법에 관하여 복지부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했다”며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교육상담절차에 관해 반대했다. 낙태죄가 있던 수십 년 동안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체적으로 적절한 교육상담을 통해 낙태법이 있음에도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잘 처리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부인과 의사들이 실효성없는 낙태법에 대해 전문의로서의 신뢰감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이라며 “굳이 교육상담법을 만들어 원치 않는 임신을 통해 마음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이리저리 상담하러 가서 사인하고 하는 것은 2차 피해로, 환자들 자체적으로 대부분 숙려하고 오지 그 자리에서 임신진단 받고 수술하는 환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유 회장은 회원들에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가 창립된 지 벌써 6년이 지났고, 오직 회원들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며 “6년 동안 해낸 일들이 그전 긴 세월보다 많은 거 같다. 아직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 주고 격려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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