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7 06:51 (토)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
상태바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02.07 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처음부터 안전한 경구제 사용해야

교과서적인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표적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해 기존 표준요법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는 만큼 보다 조기에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최근 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의 무게 중심을 기존의 FCR(플루다라빈+시클로포스파미드+리툭시맙) 요법에서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 얀센)를 비롯한 BTK 저해제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로 3년차로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은 이같은 변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외래나 입원이 필요한 항암연역화학요법(FCR요법)을 대신해 경구용 표적치료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나선 것.

그러나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국내 급여기준은 여전히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요법에 항암화학요법만을 인정하고 있어 교과서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를 만나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1차 표적치료의 가치를 조명했다.

 

▲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표적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해 기존 표준요법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는 만큼 보다 조기에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약뉴스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를 만나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1차 표적치료의 가치를 조명했다.
▲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표적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해 기존 표준요법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는 만큼 보다 조기에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약뉴스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를 만나 만성림프구성백혈병과 1차 표적치료의 가치를 조명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 필요한 환자 중 상당수는 항암화학요법 부적합
국내에서 유일하게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에서 건강보험을 인정받을 수 있는 FCR 요법도 효과의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독성이 강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사용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엄 교수는 “국내에서는 표준치료 중 B림프구를 공격하는 항체약물인 리툭시맙과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는 면역화학요법이 급여가 적용되는 유일한 요법이기 때문에 1차 치료로 쓰이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FCR(플루다라빈+시클로포스파미드+리툭시맙) 요법이라고 불리는 항암면역화학요법은 만성림프구성 백혈병의 생존율을 연장시킨 최초의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제 반응률 자체는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약 80% 이상의 환자에서 완전 관해나 부분 관해가 오며 반이 유지되는 기간의 중위값이 56~57개월 정도로 길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일부 아주 예후가 좋은 서브 그룹의 환자들을 빼놓고는 결국 대부분의 환자가 병이 진행된다”며 “뿐만 아니라 FCR 요법은 세포독성항암제의 특성상 강한 독성, 백혈구감소로 인한 감염, 지연성 골수 억제 등 부작용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의 환자들에게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고령의 환자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FCR 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엄 교수는 “FCR요법의 단점 중에 하나가 고령환자에는 쓸 수가 없다는 것인데,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발생 연령 평균 중위값이 60세가 넘는다”며 “이 연령의 환자들 대부분은 FCR요법을 적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17번 염색체 반환에 결손이 있거나 IGHV(immunoglobulin heavy chain variable) 변이가 없는 환자들에게도 FCR 요법의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FCR요법을 나이가 어리거나, IGHV 변이가 있는 아주 특정한 경우에 국한해 쓰도록 하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진료가이드라인이나 외국에서는 보통 세포독성 항암제(항암화학요법)를 포함하지 않는 경구제를 1차 치료에서 표준요법으로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암네트워크(NCCN)이나 유럽종양학회(ESMO) 등에서는 경구용 표적치료제 중에서도 BTK 억제제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 설명이다.

엄 교수는 “NCCN, ESMO와 같은 해외 유수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부분의 환자의 1차 치료에서 경구용 BTK 억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며 “ 대부분의 환자에서 FCR보다 BTK 억제제가 장기간 치료 성적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대 1로 비교한 결과는 아니지만 FCR의 경우 5-6년이 지켜보면 병이 진행하지 않고 있는 환자들의 비율이 40-50%에 그친 잔면, BTK 억제제는 6-7년을 지켜봐도 병이 진행하지 않고 있는 환자가 70-80%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경구용 표적치료제가 1차 치료제료) 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서 항암면역화학요법을 1차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부작용을 무릅쓰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용량을 줄여서 FCR요법을 쓰거나, FCR요법이나 BTK 억제제보다 치료 성적이 떨어지는 오비누투주맙+클로람부실 병용요법을 쓴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17번 염색체 반환의 결손이 있거나 IGHV 변이가 없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한테는 FCR요법이 잘 듣지 않기 때문에 경구용 BTK 억제제를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FCR요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써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브루비카, 2차 치료보다 1차 치료에서 효과 더 커
BTK 억제제 중 임브루비카는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에서 단일 요법으로 장기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했다.

특히 엄 교수는 “(임브루비카를) 1차 약제로 쓰는 것이 치료 성적은 제일 좋다”며 “임브루비카 1차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에서는 7년 추적관찰(follow up)기간에도 무진행 생존기간이 중위값에 도달하지 않아 조기 투여했을 때 더 높은 치료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2차 약제로 사용했을 때 치료 반응률도 굉장히 좋다”면서 “임브루비카를 2차 치료에 사용할 경우 약 50개월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을 보였고, 5~6년 장기 치료 시 80% 이상에서 치료 반응을 유지해 임브루비카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치료 성적이 우수했다”고 부연했다.  

실례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2차 치료에서 임브루비카에 보험급여가 적용된 지 4년여가 됐고, 현재 우리 병원에서 약 10여 명이 2차 약제로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환자가 재발하지 않고 치료 반응률이 잘 유지되고 있다”면서 “부작용 때문에 임브루비카 복용을 중단한 사례는 없고, 용량을 줄인 경우가 한 두 명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심각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봐서 아주 효과적인 치료제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엄 교수는 “국내에서는 교과서적인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뻔히 제일 좋은 약과 제일 좋은 치료가 있는데도 현재 차선도 아닌 차차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엄 교수는 “국내에서는 교과서적인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뻔히 제일 좋은 약과 제일 좋은 치료가 있는데도 현재 차선도 아닌 차차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2차 치료에서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1차 치료에서 항암면역요법을 고수하며 임브루비카 투약을 미룰 이유는 없다는 것이 엄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어 만약 임브루비카 1차 치료에서 실패했더라도 2차 치료에서 베네토클락스라는 치료옵션이 있다”며 “두 치료제는 작용기전이 달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브루비카를 2차에서 썼을 때 7년 동안 병이 진행하지 않고 있을 확률이 보통 80%를 넘는다”면서 “기존에 FCR을 썼을 때 7년 동안 진행하지 않고 있었던 확률은 이것보다 훨씬 더 낮은데, 결국 1차에서 FCR요법을 쓰고 재발과 2차 치료옵션을 걱정하는 것보다, 임브루비카를 1차에서 쓰고 2차 약제를 걱정할 확률이 더 적다고 할 수 있으며, 거의 절반 이하로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서구 국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새로운 약제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2~3년, 길게는 4~5년 사이에 완전히 판도가 바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치료옵션이 제한되는 것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올해로 3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19 팬데믹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엄 교수는 “미국 혈액학회는 코로나19 시대에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시 리툭시맙을 포함한 치료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며 “FCR 요법에는 B림프구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리툭시맙을 포함하고 있어, FCR요법으로 치료 시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항체를 못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FCR 요법은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데 경구제인 임브루비카를 사용하면 병원을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다”면서 “병원 방문이 적을수록 환자가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미국 혈액학회나 진료 지침에서는 경구제인 임브루비카 사용을 다른 약물보다 더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구제 중에서도 임브루비카를 더 권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재발성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의 경우 임브루비카와 베네토클락스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데, 베네토클락스는 용량을 점차적으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치료 초기에는 병원에 굉장히 자주 와야 하는 반면, 임브루비카는 치료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그 이후에는 몇 개월에 한 번씩만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재발한 후가 아니라 처음부터 가장 좋은 치료법을 선택해야
엄 교수는 경구용 표적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해외 가이드라인과 달리 여전히 항암면역화학요법으로 족쇄를 만든 국내 급여기준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진료현장에서는 고령의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보다 안전한 약을 쓰고 싶다”면서 “하지만, 나이 때문에 부작용이 걱정돼서 1차 치료에서 (항암면역화학법을 시도하지 못하고) 오비누투주맙+클로람부실 병용요법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치료성적이 한참 떨어지고 재발의 가능성이 더 높다”며 “그래서 임브루비카를 2차 약제로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자가 재발된 후 좋은 약, 안전한 치료제를 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사용해서 질환을 컨트롤 하는 것이 맞다”며 “암은 재발되고 나면 훨씬 더 안 좋은 성질로 바뀌기 때문에 재발되고 나서 치료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안 좋은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최선의 치료법을 두고도 환자가 재발한 후에야 사용할 수 있도록 발을 묶는 것은 교과서적인 치료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엄 교수는 “국내에서는 교과서적인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뻔히 제일 좋은 약과 제일 좋은 치료가 있는데도 현재 차선도 아닌 차차선의 치료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제로 부작용을 겪고 상태가 나빠진 환자를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며 “빨리 좋은 치료가 국내에서 1차 치료로 들어와서 교과서적인 치료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현장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