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의사단체에서 의협의 모 부회장을 해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해당 부회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다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의협 부회장이 각 정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게 무슨 죽을죄인지를 이해할 수 없어 해당 성명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각 의사단체에서 나온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보도해야 하지만, 내 이해를 벗어난 성명서까지 기사로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이재명 선거캠프에 참여한 추무진 전 의협회장이 한의협을 방문했다고 이를 규탄하는 대의원회 대변인 이름으로 된 성명서를 보았다. 이 또한 내 이해를 크게 벗어난 성명서였다. 전직 의협 회장 중 하나인 최대집 전 회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전 회장이 한의협을 방문했다고 ‘모리배’ 소리까지 들을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3월에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어떤 위상을 갖는지는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픈 소리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계 입장에선 화를 내기 충분한 공약들이 많다. 환자단체에게도 비난을 받은 ‘탈모약’ 공약에, 10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거론하는가 하면, 문신사법에 간호법까지 하나 같이 의료계가 반대하는 사안들만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 화가 나고, 어이가 없는 상황이지만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의협 부회장을 해임하고, 추무진 전 회장과 같이 캠프에 소속된 보건의료인들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게 과연 현명한 행동인지 의문이다.
물론 그런 행동이 옳을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권에서 아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 당장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런 식으로 할 거면 후보 사퇴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이 30%가 넘는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데, 정치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의료계가 반대하는 사안을 공약으로 발표했으니 의협에게 참여하지 말라고 하는 건 말 그대로 ‘바보’짓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부회장에 대해 어떤 옹호의 발언도 하지 않는 이필수 회장이 무책임해 보인다.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것은 부회장의 독단이 아닌, 분명 이 회장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명령에 의해 임무를 수행한 부회장이 비난의 대상이 됐을 때 회장으로써 어떤 발언도 하지 않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모습이다.
의협 회장이라는 자리는 3년 내내 욕먹고 비난받는 자리다. 어차피 받을 비난이면, 이 기회에 ‘중요한 선거 때마다 각 정당에서 참여 요청이 오면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협회의 의견을 각 정당에 전달해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들겠다’라고 말하는 편이 회장의 품격에 걸맞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