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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성일은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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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성일은 뜻밖의 사람을 만났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2.1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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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습관이 들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익숙한 기분으로 성일은 백화점 구경을 하기도 했다.

저런 곳에 들어가도 되는지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어 가만히 지켜보니 아무나 들락날락했다.

그래서 성일도 문이 빙빙 도는 백화점이라는 곳을 들어갔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들어간 곳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을 발견했다.

무엇을 사러 간 것이 아니고 호기심에 구경삼아 들른 곳에서 뜻밖에도 여순을 만난 것이다. 일요일이었고 사람들은 붐볐다.

화장품 냄새가 향수 등과 섞여 기분이 좋아진 탓인지 성일도 왠지 무엇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는데 비슷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여기가 서울 바닥에서 알고 지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성일은 관심 두지 않았다. 얼굴이라는 것이 눈코입 들어있으면 거기서 거기 아닌가.

그런데 저쪽에서 자꾸 아는 체를 하는지 뒤통수가 따가웠다. 급한 것도 아니니 뭐 한 번 더 구경할 심사로 뒤돌아봤을 때 성일은 따가운 눈동자의 주인공이 여순이라는 것을 알았다.

놀라움과 반가움 때문에 성일은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가 왜 저기에 있지.’

성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멈췄던 발걸음을 여순이 있는 가게 쪽으로 옮겼다. 그러나 몸은 반대편을 향하고 있어 여순이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이제 성일은 여순과 불과 5~6 미터 거리로 좁아졌다.

‘성일아, 너 여기서 뭐 하니.’

내가 물어야 될 말을 여순이 먼저 물어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성일이 돌아보자 여순이 활짝 웃었다.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는 듯이 달려 나와 덥석 손을 잡았다. 놀라운 것은 성일이었다.

말이라고 해야 한 두 마디 정도였고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동네서 여순의 아버지가 행한 일과 정태와의 관계도 그렇고 해서 둘은 가까이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런데 여순이 손까지 잡으면서 다가오자 성일은 저도 모르게 그만 여순아 하고 그녀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물설고 낯선 곳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여순이 반가워했을까, 서울이라는 곳은 참 묘한 곳이었다. 그렇게 성일은 여순을 시골이 아닌 서울에서 만났다. 우연치고는 기이한 우연이었다.

성일은 이때 이런 우연한 일을 글로 써서 책으로 내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그 전주에 국어 선생님이 일기를 쓰듯이 책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성일은 자신의 책이 리아카에 수북이 쌓여 있는 ‘차털레이 부인의 사랑’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쌓여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 저자가 될 수 있다니 그렇다면 제목은 뭐로 정할까 같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어쨌든 성일은 여순이 시골을 떠난 것은 정태의 편지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성일은 모른 체했다. 먼저 말하기를 기다리자 여순이 자신도 서울로 전학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일이 전학 오기 전에 잠깐 만났을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따지듯이 묻는 말까지 했다. 말 걸기를 기다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실망했다는 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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