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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화상담, 비대면진료 연결은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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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전화상담, 비대면진료 연결은 시기상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1.1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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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전화상담ㆍ처방 분석..."소외계층 접근성ㆍ보건의료체계 지속성 고려해야"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정부는 한시적으로 ‘전화상담ㆍ처방’을 도입,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전화상담ㆍ처방이 큰 문제를 발생하지 않자, 정부와 국회에선 이를 ‘비대면 진료’로 이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전화상담ㆍ처방을 비대면 진료로 이어가려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일침을 가하고, 아직까진 시기상조이며 다양한 사례와 제안점을 고려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최근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ㆍ처방 현황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정부는 한시적으로 전화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감염법 개정을 통해 전화상담ㆍ처방 허용 법안이 통과됐고, 비대면진료의 법적 허용 범위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진행 중인 비대면 진료를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의료계에서 우려한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관련된 사고 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대면진료를 국민 의료편익 값을 매긴다면 1을 넘겼다고 본다. 국민 입장에서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편익이 있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위드코로나로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 일단 종전 진료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강병원 의원 말씀대로, 현재 규제챌린지 통한 원격진료 규제 철회 발언도 있었고, 비대면 진료 구축계획이 있다. 의료영리화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또 IT기술 및 의료안전성을 담보조건으로 의원급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의 대부분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정부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원격의료를 다시 한 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전화상담ㆍ처방의 자료를 분석, 병ㆍ의원의 진료현황을 살펴보았다. 전화상담ㆍ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8273개소(12.0%)이고, 60만 9500명의 환자가 이용했다. 

진료횟수는 91만 7813건(2020년 2월 24일~9월 30일)이었고, 이용한 진료과목은 주로 내과(60.2%), 신경과(6.0%), 정신건강의학과(4.8%) 순이었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된 지역인 대구, 경북, 서울, 경기 지역에서 전화상담ㆍ처방 진료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고, 월 단위 의료기관별 이용량 분석에서는 제도 시행 초기 의원급의 참여가 낮은 경향을 보이다가 5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전화상담ㆍ처방 이용 환자들의 다빈도 상병을 살펴보면, ▲본태성(원발성)고혈압 ▲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대사장애및기타지질증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치매 ▲혈관운동성 및 앨러지성비염 ▲뇌경색증 ▲협심증 ▲기타갑상선기능저하증의 순으로 이용률이 높았으며, 전체 전화상담・처방진료의 43.4%를 차지했다. 

환자 1인당 평균 진료횟수는 ▲조현병(3.1회) ▲알츠하이머병에서의치매(1.7회) ▲수면장애(1.7회) ▲우울에피소드(1.6회) ▲기타불안장애(1.6회)’의 순으로 정신과적 질환의 처방 횟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의료급여환자의 이용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의료급여 환자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병원 이용도 높은 편이었고, 정신 및 행동장애에 대한 진료횟수도 높은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의료급여 환자들의 전화상담▲처방 이용 현황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화상담ㆍ처방 제도를 이용한 의사들은 감염병 확산 상황과는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77.1%)이라고 응답했다.

▲ 전화상담ㆍ처방 진료 제공 후 불만족한 이유.
▲ 전화상담ㆍ처방 진료 제공 후 불만족한 이유.

현재 진료업무를 주로 하는 의사들의 31.1%는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제공한 경험이 있었고, 직역별로는 교수, 전임의, 개원의, 공보의들이 주로 경험이 많았고, 내과계(44.5%) 진료과목에서 많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초기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졌던 대구, 경북, 서울, 경기에서 전화상담ㆍ처방 진료를 수행한 경험이 높았다.

전화상담ㆍ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들의 과반수 이상은 ‘불만족(59.8%) 한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환자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83.5%)’이 가장 많았다. 전화상담ㆍ처방 진료를 제공하지 않은 의사들도 제공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과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56.1%)’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군대나 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이나 보건기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제도수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참여한 공보의와 군의관의 경우 감염 등의 우려를 이유로비자발적으로 전화상담ㆍ처방 진료를 수행하게 됐다고 응답했으며,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한계 등을 경험해 제도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와 대조적으로 개원의와 교수와 같이 자의에 의해서 전화상담ㆍ처방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직역의 경우 다른 직역에 비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비율과 앞으로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팀은 전화상담ㆍ처방의 이용결과를 기초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 할 경우, 의료제공자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사항과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측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비대면진료를 지속하거나, 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받는 경우에는 제한된 상황에서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료가 이뤄질 수 있어, 이는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건강 역차별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 기반의 비대면진료 서비스(전화, 모바일 플랫폼 등)를 통해 소단위 1차의료기관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개인 맞춤형 중심 의료로 우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의 특성상 모든 의료기관의 모든 진료과에서 일반화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상 의료기관, 진료과목, 가능한 질환, 진료내용 및 방법(유ㆍ무선 전화, 화상통신 가능), 1일 처방횟수, 보험수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의 선택권이 없는 직역의 의사들(공보의, 군의관)과 피고용인 신분의 의사(전임의,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안전장치가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연구팀은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되면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증가시켜 의료비 상승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구에서도 실제 수가가산이 도입된 이후 전화진료 이용 증가에 뚜렷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 대면진료의 보완적 개념이 아닌 비대면진료의 수요 증가를 가져와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전화를 이용한 진료는 비대면진료 방식 중 가장 기초적인 방식으로 문진에 의존해 이뤄지기에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불안 및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크다”며 “의학적인 유효성과 타당성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대면진료와 유사한 수준의 의료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술성이 확보됐는지 검토한 후 정책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전화상담ㆍ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어, “의료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를 위한 것으로 의료행의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요인들이 존재한다”며 “성급하게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 혹은 제도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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