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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 ‘혈맥약침 효과있다’한 한의사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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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에 ‘혈맥약침 효과있다’한 한의사 ‘징역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6.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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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진료비 수 천 만원 편취...사기ㆍ의료법위반ㆍ의료법위반교사죄 등 유죄 판결
▲ 암환자에게 혈맥약침이 효과가 있다면서 절박한 심경을 이용, 수 천 만원의 진료비를 편취한 한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 암환자에게 혈맥약침이 효과가 있다면서 절박한 심경을 이용, 수 천 만원의 진료비를 편취한 한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암환자에게 혈맥약침이 효과가 있다면서 절박한 심경을 이용, 수 천 만원의 진료비를 편취한 한의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에서 ‘약침 정맥주사는 한의학적 원리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취지를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사기, 의료법위반, 의료법위반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사기죄에 관해 징역 1년, 의료법위반 및 의료법위반교사죄에 관해 징역 6개월을, 한의사 B씨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2년경, 자신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C약침이 말기암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거짓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가 말한 C약침은 정맥주사 방법으로 투약하는 약침으로 저가의 산양삼을 원료로 해,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지 않았고, 약효 또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약침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한다는 광고를 내고, 말기암 환자들의 과장된 호전 사례를 치료 전후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을 비교하고, 방문한 환자들에게 약침이 암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면서 환자들에게 3420만원을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한의사 C씨는 지난 2011년 3월경 A씨의 한의원에 봉직의로 취업한 후, C약침의 암 치료 효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 및 말기암 환자를 치료한다는 한의원에 암세포를 촬영할 수 있는 CT 기계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A씨와 함께 과장된 호전사례를 암환자에게 제시하며 고가의 치료비를 받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A씨와 C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C약침은 원료의 화학적 변형 또는 정제에 해당하고, 특정인의 특정질병이 아닌 불특정인에게 투약이 상정된 것 뿐만 아니라, 정맥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침구요법이 아닌 약물요법을 추구한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조제가 아닌 제조에 해당된다”며 “A씨에게 제조권한이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 스스로 제조해온 C약침의 제조법 역시 정량ㆍ계량화되어있지 않고, 산삼 등 원자재의 출처나 수급ㆍ투입 등이 극히 불분명하다”며 “A씨에게 C약침을 제조할 권한이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제출된 D대학교 시험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C약침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없다”며 “C약침의 정맥주입 등에 논문을 쓴 E씨의 증언에 따르면 경구복용이 아닌 혈맥주입을 통한 삼산 진세노사이드 성분의 항암효과에 대해 명확한 임상결과가 부족해 한의학계의 정설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말기 암 등 절박한 환자에게 진세노사이드 성분 함유와 그 효능 등을 확정적으로 운운한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정맥주사는 약침요법 또는 혈맥약침으로서 한의사가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 회보를 보면 ‘약침요법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한약에서 추출한 약침액을 압통점, 경락, 경혈점 등에 주입해 침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의료행위인데, 한방원리에 의하지 않고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유권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100cc 내외의 다량의 약침액을 링거방식으로 정맥에 주입하는 시술로, 이는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을 시도한 것으로 한의학적 원리를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혈맥약침술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다른 안전성ㆍ유효성 인정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정맥주사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시술”이라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의사들은 말기 암 환자 등 절박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검증되거나 안전성ㆍ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마치 치료 가능한 것처럼 기망해 고액의 치료비를 받아낸 범행”이라며 “그 수법이나 피해규모 등에 비춰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법위반 범행 관련해 A씨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정맥주사를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방치료의 특성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오랜기간 동안 피해자들과 원만한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 이 사건에 이른 경위와 피해의 정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 드러난 제반사정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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