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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환자에 문진만으로 금기약 처방,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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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환자에 문진만으로 금기약 처방, 과실 인정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6.24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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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청진ㆍ촉진ㆍ이학적 검사 없어...의사 과실 40%로 제한
▲ 만성 허혈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문진만으로 금기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했다.
▲ 만성 허혈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문진만으로 금기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했다.

만성 허혈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문진만으로 금기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이 의사 B,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해상 소송에서 병원 측은 유족들에게 3188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02년부터 B씨에게 본태성 고혈압, 상세불명 만성 허혈성 심장병 등으로 15년 이상 치료받아왔다. 고혈압약와 허혈성 제증상 개선제, 혈전 생성 억제제 등을 꾸준히 복용해온 만성질환자였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018년 4월경 요실금, 오심, 다리 떨림, 손발 차가움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는데, B씨의 병원에서 근무하던 봉직의 C씨는 문진으로만 A씨를 상세불명 고혈압, 말초혈관질환, 만성허혈성 심장병, 요실금 진단을 내리고 D수액을 처방했다.

수액 투여를 받던 A씨는 한 시간 후 의식을 잃었고, 큰 병원으로 옮겼지만 심정지로 사망했다. 부검 결과 심장 동맥에서 석회화가 동반된 고도의 죽상경화증, 왼심실 비후, 심근섬유화가 관찰됐다. 부검의는 사인을 죽상경화성 및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로 추정했다.

유족들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C씨는 만성 허혈성 심장병 진단을 받은 A씨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 청진, 촉진, 이학적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고, 심부전, 심근경색등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시 되는 D수액을 처방했다”며 “A씨에 대한 투여 과정에서 이상증상이 발생하는지 여부를 관찰하거나 간호사 등에게 관찰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 측은 “문진 이외 추가적 검사 없이 수액을 처방한 것이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액 투여 중 환자 상태를 관찰할 필요성이 없었고,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를 통해 상급병원으로 전원했기 때문에 진료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씨는 만성 허혈성 심장병으로 진단받은 A씨에 대해 문진 이외의 청진, 촉진, 이학적 검사 없이 심부전증, 심근경색 및 그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가 금기시되는 D수액을 처방했다”며 “A씨는 수액투여과정에서 급성 심장사의 기전으로 사망했으므로, A씨의 사망과 C씨의 과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씨는 지난 2002년 11월 경부터 B씨로부터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모세혈관의 질환으로 진단받고 고혈압약과 허혈성 제증상 개선 치료제를 처방받아왔다”며 “2008년 9월경 B씨로부터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상세불명의 만성 허혈성 심장병으로 진단받고 2018년 4월경까지 그에 따른 약물을 처방해왔다”고 전했다.

C씨 역시 2018년 4월 경 A씨를 상세불명의 고혈압, 말초혈관질환, 만성 허혈성 심장병 등으로 진단했으므로, A씨가 만성 허혈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D수액은 심부전증 환자, 심근경색 및 그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가 금기시 되고, 부작용으로 심계항진, 빈맥, 혈압상승, 호흡곤란, 호흡정지 등이 있다”며 “허혈성 심장병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지는 혈관이 좁아져 심장근육의 일부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협심증, 심근경색 증 및 돌연사를 포함함에도 C씨는 A씨의 증상에 대해 문진 이외에 청진, 이학적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고 D수액을 처방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A씨는 병원에서 수액을 투여하던 중 의식을 잃고, 이후 심정지가 발생해 사망했다”며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C씨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C씨의 A씨에 대한 진료경과, 과실의 정도, 사망 무렵 A씨의 건강상태, A씨의 기왕증이 사망에 미친 영향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참작해 B, C씨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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