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척추수술 후유증이 남았다고 주장한 환자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최선의 진단과 처치를 했다는 감정결과를 존중한 판결로, 해당 사건은 환자 측이 선고를 앞두고 손해배상 금액을 기존보다 약 2억원 더 올리려고 했지만 법원이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11월경 낙상사고를 당한 이후, 요통 및 양 하지 저림, 좌측 상지 저림 등의 증상이 지속돼, 2010년 7월 B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낙상사고 이후, 시행했던 A씨의 MRI 검사 결과상 경추 5-6번, 6-7번 추간판탈출증과 요추 3-4번, 4-5번의 척추전방전위증 및 이로 인한 신경압박 증상이 있어 MRI 재검사 및 수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의료진은 2010년 9월경 A씨의 양측 하지의 저린감 등에 대한 근전도검사를 시행한 결과 경추 제5-6번, 요추 제2-5번 신경병증 소견을 확인했고,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척추 MRI 검사 결과 요추 1-2번 추간판탈출증 및 마미압박 의심 소견, 심각한 요추부 척추증 및 퇴행성 변화, 요추 2-3번 추간판탈출증, 요추 4-5번의 전방 전위 및 이로 인한 신경근압박 소견이 확인됐다.
A씨는 2010년 10월 요추 1-2번 추간판탈출증, 요추4-5번 척추전방전위증에 대한 수술을 위해 B병원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요추 1-2번 전방 요추 체간 유합술 및 요추 4-5번 후방 요추 체간 유합술을 시행했다.
수술 이후에 A씨는 ‘우측하지동맥 말초 혈관 색전증, 복막혈종’, ‘상세불명의 폐색 또는 괴저가 없는 복부 탈장, 상세불명의 복부, 아래 등 및 골반 부위 신경 손상’, ‘항문조임 기능 이상’ 등 증상이 남게 됐다며 B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중 신경근을 손상, 탈장을 일으킨 과실이 있고, 절개성 탈장을 단순 혈종으로 오진해 방치한 과실이 있다”며 “강제 퇴원 및 전원조치를 하였는데 이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오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사건 수술로 ‘우측 하지동맥 말초 혈관색전증, 복막혈종’, ‘상세불명의 폐색 또는 괴저가 없는 복부 탈장, 상세불명의 복부, 아래 등 및 골반 부위 신경 손상’, ‘항문조임 기능 이상’, ‘흉추 10-12번 신경 손상, 제1천추 신경근 손상’, ‘발기부전’, ‘방광기능 손상’, ‘창상 탈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의료진이 이를 방치해 현재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전 수술 부작용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고, 수술 후 극심한 복통 및 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했음에도 빠른 시간 내에 회복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 손해액 3억 7740만 3879원을 지급하라면서 소를 제기한 것.
이후, A씨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변론종결 이후에 제출한 것이어서 재판부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감정의들의 감정결과를 통해 해당 의료진의 진단 및 처치과정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감정의는 “수술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나 수술 부위 또는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직접적인 신경손상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2010년 9월 시행한 근전도 검사 결과 만성 경추 5번 및 요추 2-5번 신경근 증상에 부합된다고 나와 있는데 이 경우 상하지 저림(통증) 및 근력 약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정의는 타병원에서 시행한 MRI 검사 결과 요추 1-2번 추간판탈출증과 마미 압박 소견 및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 및 척추 전방전위증 소견을 보이고 있는데 이 경우 요통과 사타구니, 허벅지 앞쪽, 안쪽, 바깥쪽의 저린 증상(통증) 및 근력 약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같은 사정은 수술 전 신경이 압박받은 기간과 압박의 정도에 따라 수술 후 신경근 회복 정도와 수술의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정의는 이 사건 수술의 경우 시술자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한다고 하더라도 척추 수술의 특성상 신경손상, 출혈, 감각저하, 통증, 마비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술과 A씨의 우측 하지 혈관 폐색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발기부전ㆍ항문괄약근 저하 증상의 직접적인 원인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감정의도 A씨의 근력 저하는 비가역적인 신경근 손상으로 수술 합병증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수술 후 ‘우측하지동맥 말초 혈관 색전증, 복막혈종’ 등의 증상이 남게 된 것은 수술 중 신경근 손상이 발생했거나 수술 후 혈종 발생으로 인한 신경근 압박 등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전방 요추부 접근술 시 혈종 발생으로 인한 복부 종괴, 양하지 혈류장애,고환 부위 통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수술 후 혈전증으로 인한 혈관 폐색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수술로 인하여 우측 하지동맥 말초혈관 색전증, 복막혈종 등의 증상이 발생했더라도 척추 수술의 특성상 이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감정의는 A씨의 후유증이 이 사건 수술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뿐, 이러한 후유증 발생에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며 “의료진이 하지 통증과 하지 저림 증상에 대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것은 적절한 처치라고 판단했고, 수술 후 통증 호소에 대한 약물처치는 수술 후 통증 조절을 위한 처치로 일반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 후 우측 하지동맥 말초 혈관 색전증, 제1천추 신경근 손상, 발기부전 등의 합병증에 대해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를 요할지는 당시 판단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되며, 추가적인 수술 후에 향상된 예후를 얻을지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다는 게 감정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화 결과 등 여러 증거들을 살펴본 결과, 수술 및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술 전 A씨와 보호자에게 이 사건 수술의 필요성 및 이 사건 수술 후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출혈, 신경 손상 등 신경계 합병증, 마비 증상, 정신과적 증상의 발생및 저림 등의 증상 지속 또는 재발 우려에 관해 설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진의 이 사건 수술 등 진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의 범위에 살펴볼 필요 없이 A씨의 청구는 받아들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진료기록감정결과와 각종 증거로 볼 때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환자 측에서 변론종결 후 청구금액을 2억원 이상 증액해 청구취지를 변경하려 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재판부가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불허하고 환자 측의 청구는 기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