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평가변수로 사용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 한계 지적도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삼중음성 유방암 임상에 성공했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로슈) 야심차게 도전한 HER2 양성 유방암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기존 표준 치료제인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와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에 더해 추가적인 이득을 제공하지 못한 채 이상반응만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립적 검토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 IDMC)는 지난 1월 26일, 이 연구의 부정적인 안전성-유효성 양상(benefit-risk profile)을 이유로 티쎈트릭 추가 병용요법 치료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 연구에서 평가지표로 활용한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이 면역항암제의 장기적인 효능을 평가하기에 부적절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나 무질병생존율(Disease-Free Survival, DFS) 혹은 장기적인 무사건생존율(Event-Free Survival, EFS) 등을 활용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
18일 새벽(한국시간)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가상 기조 강연(ESMO Virtual Plenary)에서는 IMPASSION050 3상 임상 중간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이 연구는 HER2 표적치료제인 퍼제타와 허셉틴이 항체의존성 세포독성을 활성화시키는 만큼, 티쎈트릭이 항암 면역력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항암 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가설에서 출발했다.
이에 HER2 양성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표준 요법인 퍼제타+허셉틴+항암화학(파클리탁셀) 3제 병용 수술 전 보조요법에 티쎈트릭을 추가한 4제 병용 수술 전 보조요법의 가치를 확인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T2~4, N1~3, M0 단계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454명이 참여했으며, 각각의 환자들은 1대 1로 나뉘어 기존 표준 요법(용량 집중 독소루비신+사이클로인산(ddAC) 4주기 이후 파클리탁셀+퍼제타+허셉틴 4주기로 수술전 보조요법 시행 후 수술 뒤 52주차까지 퍼제타+허셉틴 병용)에서 각 단계 마다 위약 또는 티쎈트릭을 추가 투약했다.
연구의 1차 복합 평가변수는 전체 환자군에서의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과 PD-L1 양성 환자에서의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이었으며, 2차 평가변수는 PD-L1 음성 환자에서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무사건생존율, 전체생존율, 안전성 등이었다.
위약군 15.9개월, 티쎈트릭군 15.7개월의 평균 추적관찰 시점에서 전체 환자군의 병리학적 완전관해율은 위약군이 62.7%, 티쎈트릭군이 62.4%로 통계학적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PD-L1 양성인 환자에서도 위약군이 72.5%, 티쎈트릭군이 64.2%로 통계학적으로는 차이강 없었으나, 티쎈트릭군에서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PD-L1 음성인 환자에서는 위약군이 53.8%, 티쎈트릭군이 60.7%로 티쎈트릭군에서 더 나은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무사건생존율 분석에서는 1년 시점에서 위약군이 97.9%, 티쎈트릭군은 96.3%로 역시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안전성에 있어서는 이전의 임상에서 확인된 이상반응 외에 새로운 신호는 없었다.
그러나 수술전 보조요법 단계와 보조요법단계 모두 티쎈트릭군에서 3~4등급의 이상반응을 비롯해 5등급 이상반응, 치료 관련 심각한 이상반응, 위약 또는 티쏀트릭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 등이 높았다.
나아가 위약군에서는 이상반응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경우가 없었지만, 티쎈트릭 투약 환자 중에서는 5명(2.2%)이 이상반응으로 인해 사방했는데, 이 가운데에는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포함되는 등 교란 변수가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HER2 양성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퍼제타+허셉틴+항암화학요법에 티쎈트릭을 추가해도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을 높이지 못했으며, 위약군에 없언 사망사례가 발생, 여전히 퍼제타+허셉틴+항암화학요법이 표준요법으로 남게 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다만, 이 연구결과를 발표한 스위스 칸토날 대학병원 옌스 후버 교수는 “HER양성 조기유방암에서 면역항암요법의 역할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연구결과에도 여전히 티쎈트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에 따른 면역관련 항암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전체생존율이나 무질병생존율과 같은 1차 평가변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연구 결과를 평가한 벨기에 율 보르떼 연구소 에반드로 데 아잠부자 교수 역시 이 연구의 1차 평가변수이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의 한계를 지적했다.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에 직접 작용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주변 환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의 장기적인 효능을 이해하기에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은 적절하지 않은 평가변수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