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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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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김대희 교수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1.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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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고혈압 급여기준, 국제 기준에 맞게 변화했으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날’로 잘 알려진 5월 5일은 ‘세계 폐고혈압의 날’이기도 하다.

심장은 2심방ㆍ2심실로 이뤄져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고혈압은 전신의 혈관과 연결돼 있는 좌측 심장과 연관돼있다.

폐고혈압은 우측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그래서 ‘폐동맥고혈압’이라고도 부른다. 보통 평균 폐동맥압이 25㎜Hg 이상일 때를 폐동맥고혈압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낮다. 세 나라의 폐동맥고혈압 환자 생존율을 비교해보면 1년 생존율은 별 차이가 없지만, 3년 생존율은 미국(68%), 일본(92%)보다 우리나라(54.3%)가 한참 떨어진다.

의약뉴스는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

폐동맥고혈압 유병률은 미국의 경우 100만명당 15명,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00만명당 4.5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유병률이 낮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숨겨진 환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동맥고혈압은 막연한 피로감, 숨가쁨, 기침, 다리나 얼굴이 붓는 증상, 흉통 등 다양한 병세를 동반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확진하기는 어렵다.

보통 심장초음파검사로 스크리닝하고, 관을 삽입해 폐동맥 압력을 측정하는 심도자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증상 발현 후 진단까지 평균 2.5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김대희 교수는 “전신경화증, 루푸스, 간경화증, 선천성 심장병으로 시술을 받은 환자군 등 특정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1년마다 심초음파검사를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초진환자라면 심초음파검사가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에, 의심이 된다면 바로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그럼,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눈에 띄게 낮은 이유는 뭘까.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크게 3가지 기전의 약제가 사용된다.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s, ERAs),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계통의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hosphodiesterase-5 inhibitor, 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Prostacyclin analogue) 또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Prostacyclin receptor agonists)다. 하나의 약제로 시작하거나 적절하게 조합해서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다. 

특히, 아주 저위험 환자군이 아닐 경우 초기부터 2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권고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조합은 ERAs + PDE-5i다.

최근에는 프로스타사이클린계열 셀렉시팍 같은 약제를 ERAs 또는 PDE5i에 병용하거나, 둘을 병용한 환자에서 3제로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김대희 교수도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초기부터 얼마나 강력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주 중증의 환자가 아니면 초기에는 한 가지 약제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보험인정기준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3개월 단위로 여러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점검해 증상악화가 판단이 될 때만 다른 약제를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김대희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폐동맥고혈압 보험기준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변화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 김대희 교수는 빠른 시일 내에 폐동맥고혈압 보험기준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변화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초기병용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요법이 일반적이라는 게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반대로 일본 환자들의 3년 생존율이 가장 높은 이유는 초기부터 2가지 혹은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강력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대희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병용요법을 2016년도에는 약 18%, 2018년도에는 30% 정도 시행했다. 미국은 50~60%, 일본은 90% 정도가 초기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안정치 않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굉장히 진행된 환자에서만 초기병용요법을 허용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빠른 시일 내에 보험기준이 국제적 기준에 맞게 변화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환자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잠시라도 멈추면 나중에 치료를 재개하더라도 중단한 동안 나빠진 상태를 돌이킬 수 없다”면서 “환자들이 정기적인 병원치료와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을 향해서는 처방하던 약제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 의료진의 관성을 일컫는 ‘Physician Inertia’을 화두로 던졌다.

김 교수는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이나 감정상태를 고려해 약제를 증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이는 폐동맥고혈압을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환자를 위해 ‘Physician Inertia’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심어린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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