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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약 or 희망 고문’ 초고가약 시대 연 킴리아의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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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약 or 희망 고문’ 초고가약 시대 연 킴리아의 물음표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1.03.24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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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AR-t 치료제...재발/불응 DLBCLㆍALL 환자 절반 장기 생존
투약 비용 최소 5억 전망...수가ㆍ약제급여 재정비 논란 불가피
“초고가의약품 시대 개막, 연구자 허들 낮춰 국산화 서둘러야”
▲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가 지난 5일, FDA 승인 이후 4년 만에 국내 허가를 획득한 가운데 접근성이라는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던 말기 혈액암환자에 새 삶을 선물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칫 의료 불평등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비단 킴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쏟아져 나올 초고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이 기회를 통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세계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가 지난 5일, FDA 승인 이후 4년 만에 국내 허가를 획득한 가운데 접근성이라는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던 말기 혈액암환자에 새 삶을 선물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자칫 의료 불평등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비단 킴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쏟아져 나올 초고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이 기회를 통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지난 5일, 한국노바티스(대표 조쉬 베누고팔)의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가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2017년 FDA의 승인 이후 4년 만이라 이르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의약품의 정의에서부터 5억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약제비까지, 정책적 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진 허가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회생의 가능성이 거의 없던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r/r DLBCL) 및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 환자의 생존률을 50% 가까이 끌어올린 기적의 치료제라지만, 초고가 의약품 시대를 열 첫 주자로 ‘희망 고문’의 대명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킴리아를 시작으로 조만간 수십억대의 치료제가 연이어 등장할 예정이어서, 킴리아의 허가가 자칫 ‘의료 불평등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한국노바티스가 킴리아의 허가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삶을 정리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 ‘기적의 치료제’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의약품의 ‘접근성’이라는 현실적인 과제로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최초의 개인 맞춤형 세포ㆍ유전자 치료제...희망 없던 말기 혈액암 환자 장기 생존 기회 열어
킴리아는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1인 맞춤형 항암제다. 

단 1회 치료로 치료 불가능한 말기 혈액암 환자들을 완전 관해에 이르게 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유지,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열어 ‘기적의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국내 허가를 받은 적응증은 재발성ㆍ불응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 Diffuse Large B Cell Lymphoma)과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하 pALL, pediatric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등 두 가지다.

이 환자들은 대부분 1차 치료에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1차 치료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2차 치료에서의 반응률이 크게 떨어지며, 그마저도 불응하거나 재발할 경우 기대 여명은 6개월 여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킴리아는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에서 참가자 중 절반 정도의 환자에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한 JULIET 연구에서는 39.1%의 환자가 완전 관해(CR, Complete Response)에 도달하는 등 절반 이상의 환자에서 반응이 나타났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IANA 연구에서는 82%의 환자가 3개월 이내에 완전 관해에 이르렀다.

높은 반응률은 생존기간 연장으로 이어져 기대여명이 6개월에 불과하던 환자들 중 절반 정도가 장기생존의 가능성을 얻게 됐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약내과 김원석 교수는 “컨디션이 좋은 환자를 선별해 진행한 임상연구 뿐 아니라 실제 진료환경에서 확인한 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에서도 2년 이상 생존한 환자가 50%에 가까웠다”면서 “0%였던 생존율이 50%로 상승한 획기적인 효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첨단재생바이오법 1호 치료제...어렵게 허가 획득했지만 난제도 수두룩
킴리아는 병원에서 환자의 혈액 샘플(T세포)을 채취, 동결 과정을 거쳐 해외 제조소로 발송하면 이곳에서 유전자 조작과 세포배양을 진행해 개인 맞춤형 세포를 제조하고, 다시 국내로 들여와 제조한 CAR-t 세포가 환자에게서 원활하게 수용되도록 화학처리한 후 환자에게 투약한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던 기존의 의약품과는 달리 환자 한 명 당 하나의 사이클을 통해 해당 환자에만 적용 가능한 맞춤형 치료제로 제조되고, 각각의 과정에서 의료진과 제약사간 협업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규제 당국에서 요구하는 검사항목들도 깐깐하다.

이처럼 개념 자체가 기존의 의약품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허가 이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혈액을 해외로 보내기 어려운 국내법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 시행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을 통해 어렵게 허가를 획득, 이르면 5월부터 국내에서 투약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을 시작으로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아산병원 등에서 킴리아 도입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교육과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미 킴리아 투약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5월 투약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5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투약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기존 의약품과는 다른 공정으로 인해 킴리아의 약제비에 해당하는 범위와 약제비에 포함되지 않은 진료ㆍ치료행위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것도 쉽지 않은 난제다.

혈액 채취에서부터 투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정에서 의료진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수가 책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더해 혈액 채취 후 치료제 제작까지 4~5주가 소요되는 만큼, 그 사이에 환자가 투약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다. 

제작 기간을 줄이려는 노력 뿐 아니라 그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현재는 각 병원과 노바티스 법무팀이 머리를 맞대며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어,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킴리아가 신속하게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며, 급여 이전까지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제작기간과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투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사측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가겠다고 부연했다.


◇삼성서울병원 김원석 교수 “항암제 본인부담률 5%룰 재고해야”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는 항암제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5% 룰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는 항암제에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5% 룰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가지 난제들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한계는 역시 ‘건강보험 급여’다.

단 1회 투약으로 0%의 생존율을 50%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환자의 입장에서는 절실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측면에서 급여 적용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적응증 대상 환자로 한정하더라도 한 해 약 600~1000명 정도의 환자가 킴리아의 투약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 당 5억으로 계산하면 3000~5000억 규모다.

향후에는 재발/불응성 환자에서 초치료 환자로 적응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개인이 약제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불 여력이 있는 말기암 환자는 많지 않다. 킴리아 허가와 함께 현실로 다가온 최대 난제다.

실제로 지난해 노바티스가 발표한 킴리아의 글로벌 매출액은 약 5000억 규모로, 경쟁 제품까지 더하더라도 CAR-t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이제 막 1조원을 살짝 넘어섰다.

그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대상 환자에 비해 실제 CAR-t 치료에 접근 가능한 환자수는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킴리아 이후다. 5억을 훌쩍 넘어 수십억의 치료비를 요구하는 치료제가 등장을 예고하고 있고, 제2, 제3의 킴리아를 넘어 3세대, 4세대 CAR-t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급여 정책으로는 '초고가 의약품의 시대'를 극복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김원석 교수는 현재 본인부담금 5%로 설정되어 있는 획일적인 항암제 급여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단 그는 “(킴리아의) 치료성적만 놓고 보면 가망이 없던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새로운 삶을 얻는 것”이라며 “환자의 입장에서는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현재 항암제의 본인부담금을 5%로 묵어놓은 것이 발목을 잡는 것 같다”면서 “5억이라 하면 환자분이 부담하는 것이 2500만원이고 나머지는 세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건강보험료를 내는 분들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앞으로 이런 억대의 약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올텐데, 5% 룰에 묶여 있는 것보다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며 “국민이 95%를 나눠내는 것 보다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피력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형진 교수 “연구 허들 낮춰 국산화 유도해야”

▲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는 다국적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의료현실을 꼬집으며 비용 절감과 국가재정 절약은 물론 환자들의 임상연구 참여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 허들을 낮춰 국산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는 다국적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의료현실을 꼬집으며 비용 절감과 국가재정 절약은 물론 환자들의 임상연구 참여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 허들을 낮춰 국산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연구를 진흥해 외국산 약제에 소요되는 국가 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이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의 측면에서 규제를 만들어 안전성을 강조하다보니 불필요한 검사가 늘었고, 이로 인해 치료제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으며, 심지어는 대형 기업이 아니라면 연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치료제의 효과는 더욱 높이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까다로운 검사를 요구하는 규제로 자본력이 없는 병원이나 대학, 연구자들로서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

상업화 단계가 아닌 연구 단계에서는 병원과 대학,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규제를 낮춰 보다 개선된 치료제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환자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외산 일색인 고가 의약품의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국가 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부연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형진 교수는 “그나마 성인 환자는 (5억을 지불할지 삶을 포기할지) 선택이 가능하지만, 소아암 환자의 경우 부모가 큰 비용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5억을 들여 50%를 살린다는 것은 고민이 생기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MRI나 CT 등 검사장비는 물론 수술장에서의 수술장비나 고가약 등은 대부분 다국적기업의 제품이어서 우리나라 병원에서 치료비를 받으면 대부분은 해외로 빠져나간다”며 “병원은 재주부리는 곰일 뿐 실속은 다국적기업들이 가져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킴리아의 등장이 반갑기는 하지만, 비용이라는 큰 숙제를 안겨줬다”면서 “생명을 담보로 하는 비싼 약, 무서운 약이 등장한 것으로, 이제는 보험, 산업 등에 대한 규제를 고민해야만 하는 공론화의 장이 열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이번 기회에 병원이나 대학,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재고해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건강보험을 통해 꺼져가는 생명을 돌봐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숙제가 주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의 규제를 학문적, 과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외적 요인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약이 들어왔고, 보험을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세상이 무서워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치료비용이 다시 우리나라에서 투자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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