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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4-23 16:32 (금)
땅을 걷는 것처럼 머리가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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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걷는 것처럼 머리가 제자리를 찾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0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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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떨어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때 그는 공포보다는 시원한 감정이 온몸을 사로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소리 질러 봤자 독수리가 낚아채는 것도 아니다. 낚아 채 간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날카로운 발톱이 눈알을 파고들고 굶주린 부리는 내장을 파먹을 것이다.

절벽에 숨어있던 이무기가 긴 목을 빼고 둘둘 말아 가는 것도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철푸덕 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이무기란 놈은 통나무 같은 몸통으로 나를 감고는 숨통을 조여올 것이다. 여러 겹으로 배를 감고 급기야 목까지 감은 다음 입을 쩍 벌리고 머리부터 집어 삼킨다.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 머리부터 집어넣어야 목에 걸리지 않고 뱃속으로 쉽게 들어간다는 것을. 그러기 전에 갈비뼈는 산산조각이 났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독수리니 이무기니 하는 것들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다. 바람에 따라 기류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다 중력의 힘이 다하면, 더 내려갈 곳이 없으면 그곳에 처박히면 그만이다.

죽기밖에 더하겠느냐, 하는 생각이 소대장의 마음을 진정시켰다.

두려움이 사라지자 주변이 더한층 눈에 들어왔다. 절벽에 기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그 사이로 피어난 작은 노란꽃 까지도 클로즈업 화면처럼 잘 보였다.

그 순간 소대장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머리가 아래 쪽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쉽지 않았으나 그래도 하늘로 몸을 획하고 돌렸다. 그랬더니 정말로 몸이 거꾸로 섰고 머리가 위로 올라갔다. 머리가 제자리를 찾자 마치 땅을 걷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공중돌기에 성공한 소대장은 자신의 날렵한 몸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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