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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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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아쉬움이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2.1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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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것을 억지로 들어 올리는 기분이었다. 용을 썼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무거운 바위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런 것은 커녕 종이 조각 하나 잡을 수 없다. 애초 너무 무리한 시도였다.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순간이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다른 것은 어떻든 상관없다. 소대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왼쪽 손가락을 구부려 보려고 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까딱하기 어려웠다. 펴는 것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제는 자기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감고 뜨는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이것만도 얼마나 고마운가. 눈조차 뜨지 못하면 그야말로 절망이다. 눈은 몸의 구십 프로라고 하지 않던가.

구백 량의 몸을 자신을 갖고 있다. 아직 사라진 것은 십 프로에 불과하다. 비록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지만 자신은 산 사람이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내려다보는 사람이 입을 열고 뭐라고 소리쳤다. 벌려진 입 사이로 입천장이 드러났다. 검게 탄 얼굴 때문에 하얀 치아가 두드러졌다. 누워서 보니 잘 보였다.

누군가의 입천장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던가.

괜찮아, 그가 물었다.

반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었다. 중대장일 것이다. 귀를 통해 같은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눈뿐만 아니라 귀도 살아있다.

보고 들을 수 있다. 아직 아픔은 없었다. 어디에도 통증 때문에 인상을 쓰지 않았다. 그는 입을 벌려 보았다.

무슨 말을 해봐, 하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무언가 쩍 벌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하는 말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왔다면 가까이 있는 귀가 못 들었리 없다.

말은 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아쉬움이었다. 보고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아직은 어디가 잘못됐는지 모른다. 그러나 곧 말을 못하면 쓰면 된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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