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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특별히 사랑해서 만든 곳이 철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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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특별히 사랑해서 만든 곳이 철원이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0.23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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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드막한 언덕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적당한 곳이었다.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언덕으로 달려갔다.

이마에 땀이 흐름 즈음 아이들은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이마를 닦았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정상에 도달한 것이다. 그만큼 산 꼭대기는 높지 않고 낮았다.

그러나 주변이 다 평지라서 그 근방에서 이보다 높은 산은 없었다. 이곳에 오르면 남쪽은 물론 북쪽의 먼 산 까지 한 눈에 다 들어왔다.

북쪽의 산은 남쪽의 산보다 멀리 있었다. 산까지 가는 동안에는 수 많은 논을 거쳐야 했다. 논은 바다의 수평선처럼 넓었다.

끝간데를 알 수 없을 만큼 길어서 평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우리나라 땅의 가운데에 여기는 축복받은 곳이다. 하느님이 특별히 사랑해서 만든 곳이 바로 철원이었다.

아이들의 이마에 솟은 땀은 금세 식었다. 동서남북 어디도 막힌대가 없으니 불어 오는 바람이 시원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름이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도 이곳에만 오면 서늘했다. 그래서 농사는 풍수해만 입지 않으면 언제나 풍년이었다.

가을에 올라와 보면 온통 노란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이 도화지의 흰 곳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다. 얼마나 쌀이 좋은지 높은 양반들은 이 곳 쌀에 입맛이 들면 다른 곳의 쌀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기름진 땅에서 나오는 영양분이 쌀로 가서 기름기가 잘잘 흘렀다. 일제 강점기에도 이 곳 쌀에 탐을 낸 왜놈들이 호시탐탐 노리면서 많이도 수탈해갔다.

그래도 워낙 쌀이 많이 나서 농사 짓는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굶지 않았다. 떨어진 이삭만 밤새 주워도 끼니를 때울 수 있을 정도였다.

정상에 오른 아이들은 병정 놀이를 했다.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총이며 칼이며 활을 쏘면서 죽고 죽이는 놀이는 했다.

고함을 지르고 비명을 내면서 적군, 아군으로 나뉜 애들은 해가는 줄도 모르고 베고 찌르고 잘랐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이곳은 병정 놀이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것은 이곳이 위험한 곳이라는 반증이었다. 몸을 피할 곳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폭탄을 막을 숨는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자 이곳은 수많은 병사들의 무덤이 됐다. 거대한 무덤이 산 하나를 차지했다.

워낙 낮아 이름도 없이 그냥 언덕이나 뒷산으로 불리던 것이 무덤산이 된 것이다. 산의 꼭대기는 아군과 적군이 퍼붓는 포탄으로 인해 수 미터가 아래로 깎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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