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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24 12:48 (금)
필수의 부대는 파주를 지나 철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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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 부대는 파주를 지나 철원에 도착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0.1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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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거가 없는 그는 그것이 좋았다. 그래서 과거는 계속해서 세탁을 했으며 현재만 부각시켰다.

누가 물어 보기라도 하면 아니 물어볼 낌새가 보이면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선생질한 내력을 줄줄이 꿰찼다.

아이들을 가르키는 보람과 어려움이 그 뒤를 따랐다. 아내도 선생이라는 사실을 말할 때는 입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가짜 선생인 자신과 진짜 선생인 아내가 같을 수가 없었다.

부부선생이라고 병사들은 웃었으며 일부는 전쟁이 끝나면 선생님 학교에 꼭 찾아 가겠다고 실없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런 말을 할 때 필수는 자신이 진짜 선생이라고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선생이 맞았으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킨 것은 불과 8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선생 보다는 전투가 체질에 맞았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면 말뚝을 박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적어도 대령까지는 무난하고 잘 하면 별을 달 수도 있다. 장군이 돼서 부하들을 다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전투복을 입은 자신이 분필을 든 선생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싸웠다. 싸울 때는 단순히 총만 쏘는 것이 아니라 쏘고 난 뒤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전투는 희생자가 적었다. 오늘 싸웠던 병사들이 내일도 싸울 확률이 높았다. 그는 가능하면 병사들 희생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면서도 이기는 전투를 했다.

정규 교육을 받은 군인들보다 전투력에서나 전술면에서 앞서면 앞섰지 뒤지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 빠지면 대대장은 중대장 가운데 그를 제일 먼저 찾았고 그는 언제나 성공 가능한 작전 계획을 세웠다.

그가 속한 부대는 승승장구했다. 대대장은 그를 소령으로 추천했고 전선의 참호에서 그는 소령 계급장을 받았다. 위관급에서 영관급이 된 그는 좀 더 세련된 언어와 행동으로 부하들의 신임을 받았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내달았으며 위험에서 부하들을 선봉에 세우지 않았다. 언제나 그는 명령하면서 앞으로 내달렸고 그런 그를 부하들은 신임했다. 뒤로 빠지려던 장교들은 그가 명령하지 않아도 병사들 앞에 섰다.

그런 군대가 질 리가 없었다. 다른 전선이 뒤로 밀리고 있을 때도 중부 전선의 필수 부대는 언제나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서울을 탈환한 후 북으로 밀고 가던 그의 부대는 파주를 지나 철원에 당도했다. 평양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적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뺏은 땅을 도로 뺏기게 되자 분한 마음에 마구 덤벼 들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아무 생각없이 덤비는 적을 상대하기는 것은 어려웠다.

작전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수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가 피해만 입다가는 전멸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전을 바꾸었다.

바뀐 작전은 아군의 진격을 더디게 했다. 그들은 뒤로 빠졌다가 앞으로 당겨 오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 후퇴할 때 아군은 힘이 빠져 달아 나는 것으로 오인해 깊숙이 들어갔다가 적의 매복에 걸려 들었다.

적지 않은 병사들이 엄마,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하데스의 강을 건넜다. 그들이 강을 건널 때 필수 부대는 육상의 작은 내를 지나면서 소규모 전투를 산발적으로 반복했다.

그는 직감했다. 쉽게 끝나지 않을 전투였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힘의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놓이다만 다리 근처에서 휴식을 명했다. 옆 사단과 보조를 맞춰 진격하지 않는 한, 한 두 발짝 더 나아갔다고 해서 전선에 어떤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모처럼 부대원들은 총을 내려 놓았다. 적들 역시 후방으로 밀려가 다음 작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전선은 소강상태로 접어 들었다. 그래서 찾아온 휴식은 달콤했다.

한탄강의 푸른 물이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계속해서 밀려왔다. 추위가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냇물을 따라 섞여 들었다. 성급한 일부는 물이 고인 둠벙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놓이다 만 다리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직 완성품이 되려면 작업이 더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전쟁통에 다리를 놓을 인부는 없었다 (훗날 이 다리는 승리교라는 이름을 받았다. 일설에 의하면 이승만의 승자를 딴 것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이 다리는 북이 건설하다 멈춘 것을 남이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남북이 합작한 유일한 다리인 셈이다).

계곡은 굽이쳐 흘렀다. 며칠 전에 내린 물이 고여서 함께 위에서 내려오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주상절리가 기가 막혔다. 이런 경치를 소풍나와서 본다면 좋을 것이다. 필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후방의 가족들은 무사할까.

그는 시간이 나자 이런 상념에 접어 들었다. 아내에게 그리고 딸 연순과 아들 호석에게 각각 한 통의 편지를 썼다.

그는 병사들에게도 편지쓸 것을 권유했으나 글을 모르는 사병들이 많아 대필 병사를 시켜 비록 동일한 내용이지만 잘 있다는 안부 편지를 쓰도록 했다.

집으로 갈지 안갈지도 몰랐으나 그들은 편지를 쓰고 쓴 것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살아 있는자의 감정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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